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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프 르메르 / Christophe Lema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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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Prologue 트렌드라는 이름 아래

#02 디자인으로 더 나은 일상을 만들고 싶다

#02-1 그의 첫 번째 디렉터 이력 라코스테 lacoste

#02-2 라코스테를 떠나 에르메스 hermès로

#02-3 14년의 체증을 해소하기 위한 도약

#03 패션의 민주화 Uniqlo U

#04 Outro 르메르는 더 사랑받을 일밖에 남지 않았다

크리스토프 르메르 / Christophe Lemaire
크리스토프 르메르 / Christophe Lema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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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패션 브랜드#4. 르메르 LEMA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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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맞는 다이어리 찾기

오롬 매거진

Ⅰ 브랜드 아이덴티티 Brand Identity

Ⅱ 브랜드 디자인 Brand Design

주목받는 패션 브랜드#4. 르메르 LEMAIRE
주목받는 패션 브랜드#4. 르메르 LEMA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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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프 르메르 [Christophe Lemaire] – 레디 투 웨어 | 맨즈 컬렉션 | Orient Palms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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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프 르메르 [Christophe Lemaire] – 레디 투 웨어 | 맨즈 컬렉션 | Orient Palms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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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르메르적인 대화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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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스바자 정기구독

지극히 르메르적인 대화

#Lemaire

INTERVIEW

지극히 르메르적인 대화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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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을 잇는 거래, 번개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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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을 잇는 거래, 번개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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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프 르메르 / Christophe Lemaire

INDEX

#01. Prologue, 트렌드라는 이름 아래

#02. 커리어의 시작, ”디자인으로 좀 더 나은 일상을 만들고 싶다.”

– 그의 첫 번째 디렉터 이력, 라코스테 lacoste

– 라코스테를 떠나 에르메스 hermès로

– 14년의 체증을 해소하기 위한 도약

#03. 패션의 민주화, Uniqlo U

#04. Outro, 르메르는 더 사랑받을 일 밖에 남지 않았다.

#01. Prologue, 트렌드라는 이름 아래

간혹 현대미술관에 방문하면 어릴 적 교과서에서 흔히 봤던 미술 작품들은 좀처럼 마주하기가 쉽지 않다. 그들이 남겨 놓은 빈자리는 ‘현대미술’이라는 이름의 여러 작품들이 자리를 꿰차고 있다. 예술에 시대는 있어도, 차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최근 들어 오랜 역사를 담고 있던 미술과 예술들의 흔적이 사라지는 것 같아 내심 불편하기도 했다. 쉽게 말해 고흐와 피카소, 모네와 같은 이들의 심미적인 작품들은 도외시되고 있는 반면 바스키아, 앤디 워홀과도 같은 현대/포스트모더니즘의 예술이 대중들의 이목을 독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물론 현대미술가들을 폄하하는 건 아니지만 자극적인 아름다움에 이끌려 또 다른 예술 양식들이 잊히는 것만 같아 내심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루이비통 하우스를 이끌고 있는 버질 아블로 virgil abloh

크리스찬 디올의 고혹적인 세련미를 덜고 스트리트 캐주얼을 더한 킴 존스 kim jones의 디올

패션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술에 현대미술이란 키워드가 있다면 패션계엔 트렌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서브컬처의 성행으로 저항을 상징하는 슈프림 supreme과 같은 스트리트 브랜드가 대중들 사이에서 추앙받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였으며, 버질 아블로 virgil abloh 가 루이비통 louis vuitton을 이끌고, 크리스찬 디올이 킴 존스 kim jones의 영향을 받아 요즘 표현으로 ‘힙한’ 브랜드로 평가된다. 억압받아왔던 문화의 성행과 다양한 표현양식이라는 의제로 바라보았을 땐 더할 나위 없이 환영할 일이었지만 막상 대중들의 시선이 너무 스트리트 캐주얼에 편중되는 모습에 기본적이되 심미적인 패션을 지향하는 브랜드들이 외면당하는 현상이 다소 안타까울 뿐이다.

피비 필로 phoebe philo의 셀린느 celine

드리스 반 노튼 dries van noten

모든 일에는 균형이 필요하듯 지금의 스트리트 트렌드가 유지될 수 있는 이유는 그와 정반대의 성향을 갖고 있는 디자이너들과 브랜들이 그 무게를 감내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 무게를 감내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면 앞서 소개한 피비 필로의 셀린느나 드리스 반 노튼 그리고 크리스토프 르메르 christophe lemaire의 르메르 lemaire 정도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물론 저마다 뚜렷한 개성이 존재하지만 의복을 향한 그들의 철학은 매우 유사하다.

“트렌드가 아닌 내가 일상적으로 사랑할 수 있는 옷을 만드는 일.”

사실 필자 또한 트렌드 보단 이와 같은 패션 철학에 더 공감하는 편이기에 항상 이들의 패션을 지지해왔다. 물론 피비 필로는 셀린느를 떠난 지 오래지만. 이러한 성향을 갖고 있는 브랜드들 중 가장 필자가 눈여겨보는 브랜드는 단연 르메르다. 개인적으로 르메르의 컬렉션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최근 유니클로와의 협업을 통해 자신의 디자인을 대중화하며 패션계에 유의미한 업적을 기리고 있기 때문이랄까. 그래서 오늘은 크리스토프 르메르에 관련한 이야기를 다뤄보고자 한다.

#02. “디자인으로 더 나은 일상을 만들고 싶다.”

크리스토프 르메르 / Christophe Lemaire

오늘 소개할 디자이너는 바로 본인의 이름으로 레이블을 이끌고 있는 크리스토프 르메르 christophe lemaire 다. 대중적으론 유니클로 U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꽤나 화려한 이력과 내공을 갖고 있는 프랑스의 천재 디자이너로 평가된다.

크리스토퍼 르메르는 1965년 프랑스 동부의 도시 브장송 besan on에서 태어났으며 프랑스에서 태어난 만큼 패션에 대한 접근은 용이했다. 그는 학교를 다니던 시절 학교를 졸업하기 위해 스타일리스트의 어시스턴트와 같은 일을 병행하며 기본을 탄탄히 쌓아갔다. 그 이후 그는 이브 생 로랑 yves saint laurent과 티에르 뮈글러 thierry mugler에서 이력을 쌓았고, 후엔 패션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고 평가받는 디자이너 크리스찬 라크르 christian marie marc lacroix와 일하며 본격적인 패션 커리어를 쌓았다. 지속적으로 이력을 쌓아가며 1991년에는 자신의 시그너처 브랜드를 크리스토프 르메르 christophe lemaire를 런칭하며 독립적인 행보를 준비했다. 특히 르메르는 91년도에 단독 여성복 레이블로 전개를 하였으나 4년 뒤인 95년도부터 남성복까지 포괄하며 점진적으로 레이블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02-1, 그의 첫 번째 디렉터 이력, 라코스테 lacoste

2006 S/S, Lacoste

꾸준한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던 2000년, 프랑스의 스포츠 브랜드 라코스테 lacoste가 르메르에게 접근하였다. 2000년 당시 나이 36세, 프랑스 차세대 유망주로 꼽히던 르메르를 라코스테가 발탁한 것은 패션업계에선 일종의 사건이었다. 전통적인 스포츠웨어 이미지가 강했던 라코스테가 독창적이면서도 우아한 오뜨 꾸뛰르 디자인을 선보이는 젊은 디자이너를 선임했기 때문이었다. 2002년이 되어서야 르메르는 공식적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어 브랜드 기존의 전통 있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지키되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해내고 젊은 고객층을 공략할 수 있는 의상을 만드는 임무가 주어졌다. 라코스테의 보수성은 지키되 현 소비층의 마음을 공략하라는 의제였다.

일단 르메르는 라코스테에 ‘편안한 우아함 relaxed elegance’을 입혔다. 영화적 매혹을 풀어놓은 크루즈 컬렉션과 두꺼운 줄무늬 벨트와 스니커즈 등을 통해 르메르는 스포츠웨어 특유의 실용성과 풍성한 감성을 결합시켰다. 영화 ‘로열 테넌바움’에서 기네스 팰트로에게 라코스테 옷을 입힌 것도 르메르의 아이디어라고 전해진다. 그렇게 르메르는 좀 더 캐주얼한 접근을 위해 요트웨어 크루즈 컬렉션과 같은 라인을 탄생시켰고, 라코스테의 의상 라인들을 확대해나가기 시작했다.

2010 Spring, Lacoste

특히 전통적인 화이트 테니스 스커트들에 색을 입혔고, 스웨터와 피케 셔츠도 다양한 컬러를 입혀 판매하는 등 회사의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었다. 스포티하고 보수적이기만 하던 라코스테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은 덕에 르메르의 명성과 인지도 또한 자연히 올라가게 되었고, 그 상승세를 말미암아 2006년에 잠시 운영을 중지하였던 자신의 레이블, 크리스토 르메르 또한 다시 런칭할 수 있었다.

“저와 라코스떼가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정확함입니다. 라코스떼는 충격을 주거나 도발적인 브랜드가 아닙니다. 단순함과 균형 잡힌 전통성이 주는 반듯함에 락앤롤적인 요소를 가미시키고자 합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라코스떼의 정신인 스포츠의 정통성은 계속됩니다.” – 크리스토프 르메르

#02-2, 라코스테를 떠나 에르메스 hermès로

2020 Spring을 마지막으로 장 폴 고티에가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패션계에 신랄하고, 새로운 발상, 그 속에 내재된 레지스탕스를 보여 준 디자이너를 꼽으라면 단연 장 폴 고티에 jean paul gaultier와 마틴 마르지엘라 martin margiela를 떠올릴 것이다. 그들은 패션계에 매우 유의미하고 역사적인 디자이너임과 동시에 프랑스 하이엔드 하우스 에르메스 hermès의 디렉터로 지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마르지엘라를 지나 장 폴 고티에를 넘어 그다음으로 에르메스의 여성 컬렉션을 진두지휘하게 된 인물은 바로 르메르였다.

라코스테에서 11년을 몸담은 르메르는 그의 능력을 입증함과 동시에 라코스테에서의 공헌을 인정받아 2010년 6월 장 폴 고티에를 이어 에르메스 여성복 디자이너로 임명되었다. 프랑스에서 태어나 대표적인 프랑스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착실히 경력을 쌓은 크리스토퍼 르메르. 그를 전격 발탁한 에르메스의 총괄 아티스틱 디렉터 피에르-알렉시 뒤마 pierre-alexis dumas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크리스토퍼를 임명한 것은 모험이기도 합니다. 5년쯤 지난 뒤 지금의 선택을 ‘놀랍고 탁월한 시도’ 또는 ‘형편없는 실수’로 돌아보게 될 것입니다. 역동적인 브랜드인 에르메스는 이런 모험을 좋아하며,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명성을 외면하지 않습니다. 단지 명성보다 재능을 중요하게 생각할 뿐입니다.” – 피에르-알렉시 뒤마

르메르의 에르메스 데뷔 쇼, 2011 F/W, Hermès

르메르는 2011 S/S 컬렉션을 마지막으로 라코스테를 떠났으며, 곧바로 그다음 시즌인 2011 F/W에 에르메스 여성복 컬렉션으로 파리 패션 위크의 첫 데뷔 무대를 선보였다.

크리스토퍼 르메르가 첫 컬렉션을 선보인 후 피에르-알렉시 뒤마의 모험은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심플한 라인에 정교함과 소재의 고급스러움을 담아낸 그의 첫 컬렉션은 우아하면서도 역동적이었다. 고급 가죽을 다루는 데 최고임을 자부하는 유서 깊은 전통과 브랜드의 상징적인 스카프를 모던하게 재해석하는 데도 성공했다. 브랜드의 170여 년 전통에 자신의 직감에 따라 개인적인 감성을 덧입히겠다는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르메르.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위트 넘치는 장 폴 고티에와 정적인 성향이 강한 크리스토프 르메르는 그야말로 극과 극이었고, 르메르는 그의 첫 에르메스 컬렉션을 통해 점진적인 변화보다 극적인 변화를 선택했다. 그는 동양적인 실루엣에 심취한 그의 캐릭터를 단 한 번의 컬렉션으로 강렬하게 각인시켰다.

2012 F/W, Hermès

2012 F/W, Hermès

마틴 마르지엘라와 장 폴 고티에의 무게감을 견뎌내고 에르메스에 안착한 르메르는 매끄럽게 시즌을 전개했다. 특히 그의 세 번째 컬렉션인 2012 F/W는 시즌은 르메르가 완벽히 녹아든 에르메스를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종교적인 분위기의 컨셉추얼 conceptual 했던 이전 시즌과는 달리 기존 대중들의 인식 속에 강하게 자리하고 있는 ‘가장 에르메스다운 모습’으로 시즌을 보여줬기 때문. 실루엣은 풍성하되 부드러웠고, 주름이 가득하고, 풍성한 볼륨이 돋보인 가죽 팬츠와 커다란 트위드 케이프, 긴 니트 가디건, 큰 칼라가 인상적인 재킷과 코트 등 런웨이는 온통 ‘에르메스 다운 아이템’들로 채워졌다. 에르메스 공방에서 엄선된 가죽으로 제작한 매력적인 아이템이 즐비했으며, 르메르는 인터뷰를 통해 “재료 본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그의 의도대로 이번 컬렉션은 에르메스 본연의 매력이 더욱 깊게 베어난 런웨이였다.

#02-3, 14년의 체증을 해소하기 위한 도약

15 S/S 를 마지막으로 에르메스를 떠난 크리스토프 르메르

에르메스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선보인 르메르는 4년 동안 아트 디렉터로 활약한 끝에 하우스를 떠나게 됐다. 지난 4년간 그는 브랜드의 절제된 미학과 심플하고 창조적인 레디 투 웨어 컬렉션, 그리고 고급스러운 소재를 이용한 세련된 스테이플 등 에르메스라는 브랜드를 럭셔리하게 연마하는데 큰 공헌을 세웠다. 그렇게 에르메스에서 행복 가도를 달리고 있던 그가 하우스를 떠나게 된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자신의 이름으로 전개 중인 브랜드 때문이었다. 그는 성명서를 통해 아래와 같이 말했다.

“내가 에르메스에서 일한 것은 큰 기쁨이었다. 인간성과 전문적인 수준 모두에서 풍성한 경험을 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나는 에르메스와 함께 일한 것을 자랑스럽다. 다만 나 자신의 브랜드가 성장하기에 중요한 시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나는 현재 나 자신에게 모든 것을 투자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했다.” – 크리스토프 르메르

악셀 뒤마 에르메스 CEO 또한 그의 앞날을 축복해주는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나는 크리스토프의 열정에 매우 감사한다. 그는 여성 레디 투 웨어에서 우리 하우스의 표현을 풍성하게 했기 때문이다. 그의 예술적인 디렉션 아래 에르메스는 미학을 새롭게 선보였으며 덕분에 매우 만족스러운 매출을 기록했다. 나는 그의 마음 아주 가까이 있는 자신의 브랜드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기를 기대한다.”

– 피에르-알렉시 뒤마

91년도에 첫선을 보인 레이블 크리스토프 르메르는 르메르가 에르메스를 떠나고서야 2014년부터 본격적인 리빌딩에 들어갈 수 있었다. 가장 큰 변화는 단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는데 르메르는 좀 더 합리적인 전개를 위해 단독 디렉터가 아닌 듀오 duo 디렉터 구조를 채택하여 레이블 성장을 모색했다. 르메르와 호흡을 맞출 파트너는 사라 린 트란 sara lin tran으로 르메르가 라코스테에 몸담고 있던 시절 인연을 맺은 디렉터였다.

르메르를 이끄는 듀오, 크리스토프 르메르와 사라 린 트란

라코스테 재임 시절, 당시 유사한 감성과 취향을 공유한 두 디렉터는 크리스토퍼 르메르에서 새 출발을 함께 알렸다. 과거에 달리 단독 디렉터가 아닌 듀오였기 때문에 기존 ‘Christophe Lemaire’라는 레이블명 내 본인의 이름을 생략하고, ‘Lemaire’로 리브랜딩 하여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사담으로 르메르 본인조차 변경된 레이블명이 더 자신들의 철학을 알려주기에 적합한 이름이었으며, 그 분위기를 잘 담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크리에이티브 듀오가 이끌고 가는 라벨임을 나타내기에 더 좋은 결정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더 서정적인 이름이죠. 더 여성적인 느낌이 들기도 해요.” – 크리스토프 르메르

2020 S/S, Lemaire

2019 Fall Ready-to-wear, Lemaire

2018 F/W, Lemaire

2014 FALL

사라와 함께 꾸려간 르메르는 과거의 동양적 실루엣과 수도자 같은 분위기 대신 현실적인 여성 감각을 더한 옷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런 접근 방식은 전 세계 여성에게 고요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심미적인 소재와 정갈한 패턴, 유려한 실루엣과 고풍스러운 분위기로 전 세계의 사랑을 받기 시작한 르메르는 소위 미니멀리즘 패션을 추구하는 이들에겐 추앙받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였다. 디자인을 통해 모더니즘 그 자체를 보여주고 있는 르메르는 세심하고 정교하게 꾸려진 테일러링과 현대적인 디자인을 통해 소위 “시적인 디자인 poetry design”이라 평가받으며 파리지앵들이 추구하는 특유의 노력 없이 자아낸 세련됨을 잘 보여 주는 브랜드로 평가된다.

물론 그들은 현실적인 옷만 고집하진 않았다. 때로는 과감한 디자인 여성의 가슴을 본뜬 핸드백으로 화제가 됐고, 도전하기 쉽지 않은 색상과 형태의 옷도 등장했다. 현실을 배려하지만 그 안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은 디자이너의 작업은 그래서 더 호소력이 짙었다.

#03. 패션의 민주화, Uniqlo U

2016 F/W UNIQLO X LEMAIRE, UNIQLO U

동양적인 문화에 매료되었던 탓일까. 크리스토프 르메르는 일본의 거대 SPA 브랜드 유니클로 uniqlo와 디자인 제휴를 맺으며 이른바 유니클로 U uniqlo u를 런칭했다. 유니클로 U는 유니클로 파리 R&D 센터를 기반으로 전개되는 프로젝트 라인으로서 아티스틱 디렉터 artistic director 인 르메르의 진두지휘 아래 전개되고 있다. 르메르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파리 디자인 센터는 유니클로의 라이프웨어 lifewear 콘셉트 아래 선보이는 새로운 라인업으로 디자인, 소재 및 재봉 방법 등 모든 면에 있어 다양한 시각에서 해석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다.

이는 단순히 SPA 브랜드와 디자이너 간의 단기적은 협업을 넘어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통한 프로젝트라는 면에서 상당히 유의미하다는 평가가 뒤를 잇는다. 특히 르메르의 디자인을 좀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대중들은 큰 메리트를 느끼고 있다. 이는 앞서 조나단 앤더슨 jw anderson 이 말 했던 패션의 민주화와 상통하는 부분이다.

유니클로의 모회사인 패스트 리테일링이 르메르의 소수지분을 인수했다.

2016년 첫 출범 이래로 유니클로 U는 대중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으며 현재까지도 매 발매마다 큰 이슈를 몰고 있다. 특히 유니클로의 독창적인 소재와 간소화된 시스템에 르메르의 독보적인 감성이 담겨 호평이 일색이다. 이러한 뜨거운 대중들의 반응은 유니클로와 르메르의 관계를 좀 더 끈끈하게 만들었다. 유니클로와 띠어리 theory, 헬무트 랭 helmut Lang 등 총 6개의 브랜드를 보유한 패스트 리테일링 fast retailing 이 유니클로 U의 지속적인 성공에 힘입어 르메르의 소수 지분 인수를 발표한 것. 더불어 유니클로와 크리스토프 르메르의 계약을 5년 갱신하며 앞으로도 꾸준한 협업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04. Outro, 르메르는 더 사랑받을 일밖에 남지 않았다.

2020 S/S, Lemaire

유행은 돌고 돈다고 하지 않았던가. 최근 패션계를 일원화시키고 있는 트렌드의 기세는 여전히 막강하지만 언젠간 그 주기 또한 변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한 면에서 끈끈한 매니악을 결집시키고 있는 르메르는 추후 패션계에 가장 주목받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디자인과 이질적이지 않은 무드, 심미적인 아름다움과 감성, 그리고 남녀 모두가 만족할 수 있을만한 철학과 시선으로 뭉쳐진 르메르는 지금도 강하지만 앞으로도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지 않을까.

큰 팬심으로 써 내려간 이번 바이블은 내게도 매우 유익한 시간이 되었다. 아직 르메르의 존재는 미미하지만 앞으로 그의 가치가 더 널리 퍼지기 시작하며 이 글을 통해 되도록 많은 이들이 유익한 정보를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목받는 패션 브랜드#4. 르메르 LEMAIRE

※오롬매거진의 '주목받는 패션 브랜드' 시리즈는 최근 가장 떠오르고 있는 패션 브랜드들을 다루는 섹션입니다. 단순한 '의류'의 의미를 넘어 디자이너 고유의 생각과 가치를 담고 있는 브랜드들을 소개합니다.

주목받는 패션 브랜드#4. 르메르 LEMAIRE

Ⅰ . 브랜드 아이덴티티 Brand Identity

기본이 가지는 매력으로 대중을 사로잡다.

르메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크리스토프 르메르 Christophe Lemaire

크리스토프 르메르 Christophe Lemaire는 본인의 이름을 딴 브랜드인 르메르 Lemaire를 론칭한 프랑스 출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입니다. 1992년 자신의 브랜드 론칭 이전 라코스테(Lacoste), 에르메스(Hermes) 등 거대 패션 브랜드 기업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며 탄탄한 커리어를 쌓은 바 있죠. 르메르라는 브랜드에 가장 걸맞는 단어라고 하면 아마도 “기본 = BASIC” 이 아닐까 싶습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입을 수 있는 실용적이고 우아한 옷을 만든다.” “아름다운 옷을 만들기보다는 입는 사람을 아름답게 만드는 옷을 만든다.”

르메르는 위와 같은 실용주의적인 브랜드 철학을 지니면서 기본에 충실한 스타일을 선보입니다.

Ⅱ. 브랜드 디자인 Brand Design 르메르의 가장 큰 강점이자 특징은 베이직함과 편안함이 가지는 고급스러움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간결하고 유행을 타지 않지만 고급스러움이 주는 르메르만의 감성은 다른 브랜드가 쉽게 따라하기 어렵죠.

1. 브랜드 특징 #트렌드리스 Trendless

르메르는 트렌드와 유행의 압박 속에서 기본이 가지는 매력이 돋보이는 디자인을 추구합니다. 라이프스타일에서 영감을 얻어 실제 TPO를 고려한 디자인을 통해 트렌드리스(Trendless)함을 연출한 것이 특징입니다.

#기능성 #편안함 #심플함

르메르는 기능성, 편안함, 심플함을 추구하며 커다란 로고나 화려한 디자인 없이 옷의 불변적이고 근본적인 디자인과 소재에 집중했습니다. 외적 이미지에 대한 고민과 함께 옷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주체적으로 찾아갈 수 있는 디자인을 고안해내고자 했죠.

#미니멀 #고급스러움 톤다운된 차분한 컬러, 세심한 테일러링은 첫눈에 보이는 르메르의 특징입니다. 뉴트럴 톤의 의상, 톤온톤, 그리고 섬세한 실루엣은 과하지 않은 미니멀함과 고급스러움을 자아냅니다.

2. 제품 소개

1) 크로와상백 Croissant Bag

범백, 크로와상백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르메르의 대표적인 가방입니다. 최근 가장 핫한 디자인인 호보백 스타일로 많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크로와상 패스츄리에서 영감을 받은 가방인만큼 크로와상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이 돋보입니다. 여성 뿐 아니라 남성들도 캐주얼하게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젠더리스 패션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2) 카메라백 Camera Bag

다음으로 르메르의 스테디셀러인 카메라백입니다. 심플한 기하학 형태가 매력적인 가방이죠. 카메라백의 이름은 직사각형 가방에 한가운데 원통형 몰딩이 위치해 있어 마치 렌즈가 있는 카메라처럼 보이는데서 유래했습니다. 워낙 심플한 형태라 유행도 타지 않기 때문에 손쉽게 여기저기 매치하기 쉬운 기본템으로 가지고 있으면 좋을 것 같네요 : )

3) 에그백 Egg Bag

세번째 제품은 에그백입니다. 달걀처럼 동글동글한 손잡이와 외관이 특징으로 몰딩 처리를 통해 광택이 나는 가죽이 아주 유니크합니다.

4) 글러브 백 Glove Bag

글러브백은 부드러운 촉감의 권투 글러브를 닮아 지어진 이름입니다. 나파가죽으로 만들어져 소프트한 감촉을 지니고 있고 숨어 있는 자석과 끈으로 가방을 조여 맬 수 있습니다.

5) 퍼스 백 Purse Bag

퍼스백의 독특한 형태는 중세시대 주머니에서 영감을 받은 가방입니다. 나파 가죽 재질로 소프트한 감촉을 느낄 수 있고 매듭이 진 손잡이 부분을 통해 간편함을 더했습니다.

6) 토트백 Tote Bag

중성적인 디자인의 토트백으로 맸을 때 몸에 알맞게 감기는 느낌이 매력적입니다. 특이한 점은 내용물을 꺼내기 쉽도록 탑핸들을 열 수가 있다는 것인데요, 실용주의 정신을 담은 요소라고 볼 수 있겠죠?

7) 몰디드 타코백 Molded Tacco Bag / 카드홀더 Card Holder

은은한 광택으로 우아함을 더한 심플한 느낌의 몰디드 타코백과 카드홀더입니다. 몰딩은 르메르의 제작 공정 중 하나로 금속 틀에 가죽을 눌러서 제작하는 방식인데요, 아름다운 광택이 도는 것이 특징이죠. 심리스의 매끈한 디자인 역시 르메르의 '기본에 충실한 고급스러움'을 주는 요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룩북 LOOK BOOK 2021 F/W Collection

'커다란 로고의 부재' '톤다운된 차분한 컬러' '세심한 실루엣'

위의 세가지는 르메르에서 가장 돋보이는 특징들입니다. 브랜드를 알리는 커다란 로고나 화려한 디자인이 없지만 세심한 실루엣으로 르메르임을 알 수 있습니다. 르메르가 추구한 것은 '입는 이를 가리거나 압도하는 옷이 아닌 온전히 사람이 드러나게 하는 옷'이었습니다. 이에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르메르가 한 이야기가 있죠.

“우리가 원하는 것은 옷을 입는 사람 본연의 모습을 돋보이게 하는 옷들이다.” – 크리스토프 르메르 Christophe Lemaire –

Ⅲ. 브랜드 마케팅 Brand Marketing

COLLABORATION – 르메르 X Uniqlo

기본에 충실한 두 브랜드가 만났습니다. 르메르와 유니클로의 협업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었죠. 이들의 협업으로 Uniqlo U라는 새로운 라인이 론칭됩니다. 심플함에서 비롯되는 영원한 우아함의 대명사인 르메르와 필수적인 라이프웨어를 추구하는 유니클로의 지향점은 궁극적으로 같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일상생활 언제 어디서나 입을 수 있는 실용성과 소재에서 나오는 우아함, 그리고 미니멀한 디자인에 대한 관점이 일맥상통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주요 아이템은 모노톤과 파스텔톤의 셔츠, 자켓, 트렌치 코트 등 일상생활의 필수 아이템들입니다.

이 협업이 더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들의 브랜드에 옷과 사람에 대한 진지한 가치를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르메르와 유니클로의 협업은 마케팅의 일환이었다기 보다는 이들의 궁극적인 지향점에 도달하려는 시도에 가깝습니다. 유행과 스테디의 중간 쯤에 있는 라이프웨어를 통해 대중의 라이프스타일을 럭셔리화 하고자 하는 열망이 담겨 있기 때문이죠. 남들에게 보이는 옷의 외형도 중요하지만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르메르와 유니클로의 진심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 아닐까요?

화려함에서 나오는 아름다움도 좋지만 편안함과 여유로움에서 나오는 우아함은 아무나 흉내내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듯)가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옷을 입는 사람의 여유로운 태도와 그에 걸맞는 옷이 만났을 때 그 사람만의 '아우라 AURA' 라는 것이 생겨나기 때문이죠. 옷에 압도 당하는 것이 아닌, 기본템이더라도 나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옷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옷 좀 아는 사람 아닐까요? 르메르를 보고 있자면 '돌고 돌아 기본' 이라는 말이 왜 생겨났는지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주목 받는 브랜드 시리즈 중 마지막 브랜드이자 오래 볼 수록 예쁜 의류를 만드는 브랜드 르메르에 대한 소개는 이 쯤에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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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홍시 edited by. 홍시 ⓒ OROM Co., Ltd

지극히 르메르적인 대화

#Lemaire

INTERVIEW

르메르는 디자이너의 삶이 곧 브랜드인 것 같다. 당신들도 스스로 르메르의 팬인가?

크리스토프 르메르(이하 C): 글쎄. 우리가 르메르를 만들기 때문에 팬이라고 하기는 좀 어렵다. 하지만 우리의 작업을 믿긴 한다. 우리가 하는 일에 열정적이고 작업으로부터 행복을 느끼지만, 그것을 우상화하는 것은 좀 다른 개념 같다. 뭐라고 대답하기가 어렵다. 사라 린 트란(이하 S): 나는 그 누구의 팬도 아니다. 내가 우러러보는 사람들은 물론 무수히 많지만 말이다. 크리스토프가 말하는 대로 우리는 우리가, 우리 주위의 사람들이 매일 입고 싶어 할 옷을 만들 뿐이다.

어떻게 패션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갖게 되었나?

C:우연히, 아주 우연히. 나와 사라 린, 둘 다 어렸을 때부터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다든가 패션에 집념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물론 내가 사라 린보다 나이가 훨씬 많으니 먼저 옷을 시작하긴 했다. 젊은 시절 패션뿐 아니라 건축, 디자인, 모든 것에 관심이 있었고 이런저런 일을 거쳐왔다. 하지만 어느 순간이 되니 제대로 된 ‘직업’이 필요하더라. 그때 마침 주변에서 나에게 패션 분야에서 일할 것을 제의했고, 그것이 시작이었다. 사실 옷을 처음 만든 것은 패션계에서 일하기 이전인 1980년대 초였는데, 그때 어울려 놀던 친구들과 지극히 순수하면서도 즉흥적으로 옷 몇 벌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것이 직업이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일을 하면서 굉장히 점진적으로 열정이 생겼고, 어느덧 나의 직업이 되어버렸다. 지금도 여전히 옷에 대한 열정과는 별개로 패션계가 낯설다 보니 패션계의 시스템과는 늘 거리를 두고 있다. 사라 린, 당신은 어떤가? 내가 처음 당신을 만났을 당시 이미 패션에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 S: 나 또한 어렸을 때는 수많은 관심사가 있었고, 패션은 그중에 하나일 뿐이었다. 처음 패션 관련 일은 한 것은 크리스토프와 함께 일하기 시작하면서였는데, 비공식적인 작업이었고 패션 ‘디자인’은 아니었다. 크리스토프의 개인 레이블과 또 라코스테의 작업에 영감이 될 만한 도상들을 찾고, 무드 보드 만드는 일을 도왔다. 비공식적으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 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고, 공동 디자인까지 하게 되었다. 둘이 함께 작업할 때는 특히 영화 이미지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 내가 처음에 맡은 역할은 아트 디렉팅에 가까웠지만 점점 우리 둘의 아이디어를 결합해 옷으로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러니깐 나 역시 처음부터 패션 디자이너가 될 생각은 없었다.

그전에는 무엇을 하고 싶었나?

S: 책 읽기와 글 쓰는 일을 좋아해서 출판 쪽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패션 브랜드를 시작하고 보니 글을 써야 하는 일도 은근히 많았다. 글을 쓰고 싶은 욕구를 그렇게 조금씩 해소하고 있는 것 같다.

처음 만났을 당시, 당신 둘은 어떤 스타일의 사람이었나? 혹시 당시 서로의 모습을 기억하는가?

C: 강렬한 순간이었다. 처음 사라 린을 만났을 때 그는 어렸지만 누구보다 강한 에너지를 풍겼고 그의 스타일이나 움직임, 모든 게 놀라웠다. 뮤즈라는 말로는 모자랄 것 같다. S: 어려운 질문이다. C: 나에게도 한 번도 말해준 적 없다. S: 크리스토프와의 만남은 굉장히 자연스러웠다. 브랜드를 같이 시작한 것도 말이다. 브랜드를 함께 운영하는 것은 둘이서 하나의 창작물을 만드는 것인데 서로 많은 것을 나눌 수 있었기 때문에 그 역시 자연스러웠다. 사실 크리스토프와 나는 패션이 아닌 다른 일도 같이 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당시 우리의 공통 관심사가 옷이었던 것 같다. C: 삶에 대한 철학도 비슷했고 감성적인 부분도 서로 잘 통했다. 그뿐 아니라 미적 감각이라든가 문학, 그리고 영화 취향도 잘 맞았다. 어떤 면에서 지극히 현실주의적인 부분도 비슷했다. 우리의 일상과 또 인생에서 문화라는 것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문화라는 것은 박물관 안이 아니라 일상 도처에 있다는 점, 무엇보다 문화는 사업이 아니라는 점, 이런 관점을 공유하는 사람을 만난 것이다. 어떻게 입고, 먹을 것인가라는 인생의 모든 부분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하는 자세, 말하자면 일상의 예술에 대한 믿음 내지는 신념 같은 게 서로 통했다.

르메르 옷을 좋아하는 사람은 당신들의 플레이리스트도, 당신들의 공간도, 당신들이 읽고 있는 책의 작가까지 다 궁금해하고 좋아할 것 같다. 당신들이 보여준 건 옷이 아니라 취향이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음악적 취향, 음식 취향, 커피 취향 등등 사사로운 관심사에 대해 얘기해달라. 예컨대, 아침에 뭘 먹었나?

C: 달걀프라이를 먹었다. 햄을 곁들여서. S: 나도 달걀프라이 먹었다.

텔레파시가 통했나?

C: 우리는 더 이상 사적으로 함께하진 않는다. 연인은 아니지만 여전히 좋은 작업 파트너다. S: 그래도 아침식사는 같은 것을 먹긴 했네. C: 삶의 퀄리티나 삶의 본질, 이런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우리는 정말이지 문화적인 조언을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떤 브랜드는 이런 걸 잘한다, 이런 걸 해라, 저런 걸 해라, 여기를 가라, 쿨하려면 이런 것을 해라…. 우리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말하고 싶긴 하지만 궁극적으로 우리는 옷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필요한 옷을 만들 뿐이다. 물론 이 옷을 만드는 기반에는 여러 영감과 레퍼런스가 있다. 꾸준히 영감을 주는 레퍼런스가 있는가 하면 그때 그때의 번뜩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있기도 하다. 창작에는 이렇게 수많은 층위들이 뒤섞이기 때문에, 짧은 단어 몇 개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이 컬렉션은 여기서 영감받았고, 저 컬렉션은 저기서 영감받았다라는 식의 설명을 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요한 점은 우리가 ‘무언가’를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S: 컬렉션을 만들 당시에는 의식을 하지 못하다가, 완성을 한 후에서야 우리에게 영감을 준 것이 무엇이었는지 비로소 알게 되기도 한다. 창작에는 무의식이 작용하지 않나. 그래서 확정적으로 말하는 게 어렵다. 그리고 때로는 이 옷은 이 천으로 만들 수 없다든가 하는 기술적이고 물리적인 현실에 따라 결과물이 바뀌는 경우도 많다. 개인적으로 이런 현실적인 제약들로 인해 즉흥적으로 디자인이 바뀌는 것도 재밌다. 그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또 다른 아이디어나 디테일을 더하거나, 가봉 중에 새로운 요소가 보태지기도 한다. 이 모든 게 어우러져 한 컬렉션이 만들어진다.

그럼 이런 것들이 르메르만의 디자인 철학이라고 할 수 있나?

C: 그렇다. 그 밖에도 우리는 협업이라는 개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팀워크, 교류, 대화, 서로 접점을 찾을 수 없을 때 왜 동의하지 않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 이 모든 유기적인 상호작용이 창작에 중요하다. 물론 브랜드의 견고한 골조, 아트 디렉션, 그리고 콘셉트의 일관성도 창작에 있어 중요하다. 말하자면 엄밀성과 규율을 기본으로 갖추되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반응할 수 있는 즉흥성이 어우러져야 한다. 우발적인 사고로 전혀 새로운 아이디어가 더해지는 것, 누군가 생각지도 못했던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것, 이런 예측 밖의 일을 받아들이고 규칙 없이 동화될 때 결과는 더 흥미로워지는 것 같다. 브랜드가 점점 커져갈수록 이런 자유로운 부분을 계속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르메르의 컬렉션 중에서 기억에 남는 옷들이 있나?

C: 글쎄… 브랜드의 클래식이 된 피스들이 있긴 하다. 카프탄이나 드라이 실크로 만든 셔츠같이. S: 어떻게 보면 우리가 입고 우리 옷장에 가지고 있는 옷들이 아닐까. 우리는 입는 이와 함께 진화하는 옷들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지금 입고 있는 이 트렌치코트는 세 시즌 전 옷인데, 시즌마다 컬러도 달리하고 새로운 요소를 덧붙이긴 하지만 옷이 가진 큰 골조는 같다. 하나의 골조 위에 매 시즌 살을 덧붙이거나 변주하는 것을 좋아한다.

디자이너가 되어서 가장 기뻤던 순간, 그리고 힘들었던 순간이 있다면?

C: 새로운 컬렉션을 상상하는 단계는 항상 흥분된다. 어떤 이미지에서 영감을 떠올린다든가 서로가 가진 레퍼런스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든가 컬렉션의 전체 콘셉트를 잡는 과정 말이다. 그 후 실질적인 디자인 작업에 들어가면 진짜 도전이 시작된다. 이 과정은 길고, 늘 좋은 결과를 낸다는 보장이 없다. 상상했던 바를 구체화하는 일은 정말이지 쉽지 않다. 소재나 컬러 등을 결정하는 일부터 마지막 디테일을 정하는 일까지, 내가 생각했던 대로 실행되지 않는 것들이 꼭 있다. 컬렉션을 만드는 과정 내내 때로는 행복하고, 때로는 실망스럽고 복잡한 심정을 오간다. 그러다가 이 모든 것들이 옷이라는 결과물로 승화되고, 그리고 이 옷들을 입을 인물을 고르고, 어떻게 스타일링할지를 정하고, 패션쇼의 연출을 고민하는 캣워크 순간이 오면 또 다시 흥분이 들끓는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10분이면 끝나버린다. 이 긴 과정과, 우리와 함께한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이 찰나의 쇼는 늘 만족스러운 동시에 불만스럽기도 하다. S: 캣워크는 정말 중요한 순간이다. 처음에는 우리가 패션쇼를 해야 하나 고민도 했다. 우리는 ‘스펙터클’을 위한 옷을 만드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가까이에서 보고 만져봐야 제대로 이해를 할 수 있는 그런 옷들이다. 하지만 패션쇼가 얼마나 우리를 더 전진하게 만들고,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더욱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통로인지 직접 해보면서 알게 되었다. 말하자면 패션쇼는 르메르를 구성하는 뼈대다.

언젠가 어느 인터뷰에서 르메르를 입는 사람들에 대해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사실 르메르 옷이 쉽고 단순해 보이지만, 그래서 더 옷을 입은 사람이 잘 보이는 옷이다. 당신도 당신에 대해 잘 알고 있나?

C: 자기가 누구인지를 안다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 스스로에게 진실한 것,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것. 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옷이란 입는 사람에게 자신감을 갖게 해주는 옷이다. 자기 자신이 될 수 있게 해주는 그런 옷. 우리는 입는 이를 가리거나 압도하는 옷이 아니라, 온전히 그 사람이 드러나게 해주는 옷을 만든다. 그러기 위해 좀 더 신중하게 컬러와 프린트를 다룬다. 실루엣이나 프린트를 더 튀게 만들 수도 있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은 옷을 입는 사람 본연의 모습을 돋보이게 하는 옷들이다.

그렇다면 이번 2020 F/W 컬렉션의 프린트들은 어떻게 결정하게 되었나?

C: 이번 시즌의 프린트는 사라 린과 내가 굉장히 흥미를 가지고 있는 아웃사이더 아티스트 중의 한 명인 마틴 라미레스(Martín Ramírez)의 작품이다. 아웃사이더 아트는 자기 자신이 예술을 한다는 것을 의식하지 않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아트의 시스템 밖에서 작업을 하는 이 사람들은 종종 사회의 테두리 밖에서 사는 방랑자이거나 정신질환을 앓는 이들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생전에 예술가로서 빛을 보지 못하고 사후 그 사람 작업의 예술적 가치를 알아본 이들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곤 한다. 1895년 멕시코의 가난한 농촌에서 태어난 마틴 라미레스는 돈을 벌기 위해 아내와 자식을 남겨두고 미국으로 떠났다. 캘리포니아에서 철도 노동자로 일하던 그는 회사로부터 착취를 당하며 힘들게 살다가 결국에는 미쳐버리고 말았다. 철도가에서 반 미치광이인 채로 발견된 그는 정신병원에 강제 수용되었고, 생의 대부분을 그곳에서 보내게 된다. 그리고 정신병원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자기가 찾을 수 있는 재료, 예컨대 버려진 박스 같은 것에 그림을 그렸다. S: 마틴 라미레스는 물감이 없어 구두약을 침과 섞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런 그를 지켜보던 담당 의사가 수채물감을 사주었다고 한다. 그는 1963년 생을 마감할 때까지도 편안하게 작업을 하진 못했다. C: 우린 그가 고향에 돌아갈 길을 잃고 가족을 부양하지 못하는 현실에 미쳐버린 거라 생각한다. 얼마나 비극적인가.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그는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아티스트 중의 한 명으로 꼽히고,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회고전을 열 정도로 명성을 얻게 되었다. 그의 작품은 미국의 우표에도 사용되었는데, 미국 국적이 아닌 아티스트의 작품으로 우표를 발행한 사례는 마틴 라미레스가 처음이라고 한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그의 작품 저작권을 그의 후손들이(아마 3대쯤 되지 않았을까?)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두 세대가 지난 후이지만, 궁극적으로 가족을 부양하고 있는 셈이다.

어렸을 적부터 자신만의 확고한 취향이 있었나? 당신들의 이런 감성과 취향에 가장 영향을 준 사람은 누군가?

C: 어려운 질문이다. 얼마 전 내가 20대 때 만든 이미지 보드를 다시 꺼내 보았다. 그때부터 이미 아시아를 비롯한 오리엔탈 문화에서 많은 영향을 받고 있었더라.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중동의 복식, 인도의 전통의상, 중국, 일본, 한국 등 동아시아의 전통 복식에 늘 많은 관심이 있었다. 특히 입는 이의 움직임에 따라 변화하는 동아시아의 폭이 넓은 전통 의복에 강하게 끌렸다. 심플하면서도 아름답다는 점 역시 인상 깊었다. S: 나도 어려서부터 정말 많은 스타일을 시도했다. 르메르와는 완전히 상반된 그런 스타일도 포함해서 말이다. 하지만 이 모든 스타일적인 실험을 관통했던 요소가 있었는데, 품이 큰 옷이었다. 이 큰 사이즈의 옷에 대한 애착은 아마도 어렸을 때 본 찰리 채플린의 영화 〈시티 라이트(City Lights, 1931)〉 속에서 자기 몸에 비해 너무 큰 옷을 입고 있었던 거지 소녀로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다. 나 역시 작은 체구를 가졌다 보니 어렸을 때부터 모든 옷이 너무 컸다. 자기 몸의 두 배만 한 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영화 속 소녀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큰 옷은 나의 신체적인 단점을 미적인 것으로 승화시켜주었다. 큰 옷이 가진 고유한 비율도 좋았지만 그 옷이 만들어내는 애티튜드, 움직임, 자유스러움에도 매력을 느꼈다. 덧붙여 얘기하자면 우리는 옷을 만들 때 영화의 여주인공들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았다. 특히 강한 여성 캐릭터를 무수히 배출해낸 70년대 영화는 우리의 창작에 지속적으로 영감을 준다. 캐릭터뿐 아니라 인물들의 스타일, 필름의 색감까지 모두 다.

르메르의 옷은 누가 어떻게 입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옷의 모양 같은 것이 한국의 한복과 닮기도 했다. 그건 디자인적인 면도 그렇고, 철학도 그렇다. 그래서 르메르가 유난히 낯설지가 않다.

C: 동양의 철학과 문화에는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다. 대놓고 보여주려는 감성이 아닌 추측을 불러일으키는 감성도 마음에 든다. 이렇다라고 직접 말해주는 것보다 슬며시 드러나게 하는 것이 더 아름답지 않나. 에로티즘이란 바로 이렇게 넌지시 암시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미국 문화에서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건 구태여 말하지 않아도 모두들 잘 알고 있을 것 같다.(웃음)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보다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동양의 사고방식이 우리와 더 잘 맞는다.

당신들은 감성적인 사람인가, 이성적인 사람인가?

C: 둘 다! 우리는 좌뇌와 우뇌의 균형이 꽤 좋은 편이다. 우리의 일에 있어 이보다 큰 장점은 없을 것 같다. 심미적인 작업이기 때문에 예민한 감성은 불가결하지만 브랜드를 운영한다는 것은 매우 이성적이고 조직적인 사고를 필요로 한다. 또한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어떤 곳인지 파악하는 것, 예컨대 경제 시스템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력을 가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내가 창작을 하는 사회적 경제적 문맥이 무엇인지, 내가 어떤 일을 수행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아야 한다. 감성적일 수만은 없는 일이다.

주로 업무는 몇 시에 마치나? 워라밸 같은 것도 지키나?

C: 사라 린과 나는 굉장히 온 앤 오프다. 일을 열심히 하지만 일을 끝내고 나면 모든 것을 잊고 인생에 집중한다. S: 우리는 광적으로 돌아가는 패션 시스템이 걱정스럽기도 하다. C: 나는 전혀 워커홀릭이 아니다. 사라 린도 나도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을 너무 좋아한다. 개를 돌보고, 책을 읽고, 산책을 하고…. 인생을 느리게 즐기는 시간 말이다. S: 요리를 하거나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는 것도 좋아한다. C: 현대사회는 항상 일하거나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지 않으면 죄책감을 느끼게 하지 않나. 더 많이, 더 빠르게 무언가를 해야 하고, 이로 인해 괴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번아웃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고,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르메르는 이런 것들에 반대한다. 열심히 일을 하지만 패션쇼 준비할 때도 아마 그 전날이나 그전 며칠은 좀 늦게까지 할 수 있겠지만, 그 기간이 아니면 일찍 집에 가는 편이다. S: 오늘 최대한 열심히 했으면 그것으로 되었다. 너무 피곤하면 실수를 할 수도 있다. 차라리 일을 끊고 다른 생각을 하며 머리도, 육체도 쉬는 것이 좋다.

당신들은 어렸을 적 어떤 브랜드의 옷을 주로 입었나?

C: 나는 뉴웨이브에 푹 빠져 있었다. 닥터 마틴을 신었고, 빈티지나 60년대 스타일의 신발을 유난히 좋아했다. S: 나는 H&M 세대다. 내가 10대 때 처음 H&M이 프랑스에 들어왔다. 당시 H&M은 신세계나 다름없었다. 엄마가 백화점에서 사주던 고리타분한 옷들에게 안녕을 고하고 친구들과 H&M 매장을 누볐다. 새로운 컬렉션이 매주 들어왔고, 언제나 다른 스타일의 옷을 고를 수 있었다. 그러다 18세가 되었을 즈음부터는 빈티지에 빠졌다.

옷장 속에 르메르 말고 다른 브랜드의 옷도 있나?

S: 우리가 만든 옷이 대부분이다. 다른 브랜드는 없고 빈티지가 좀 있다. C: 리바이스와 빈티지.

기억에 남는 여행지가 있나?

C: 중국, 그리고 몽골이 떠오른다. S: 그때 우린 시베리아 횡단기차를 탔다. 이 기차는 중국 칸과 러시아 칸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중국 칸은 안락한 목재 인테리어였고, 러시아 칸은 메탈로 되어 있었다. 우리는 다행스럽게도 중국 칸에 타게 되었다. C: 러시아 칸에는 샤워 시설도 없었고, 중국 칸에는 약소하긴 하지만 공용 샤워 시설이 설치되어 있었다. 부자들을 위한 럭셔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베리아 횡단기차가 있기는 하지만 무슨 로망으로 그걸 타나. 어쨌든 모험이었다. 식당 칸의 러시아 요리사는 아침부터 보드카에 만취해 있기 일쑤였고…. 그리고 울란바토르에 도착하기 전 몽골 국경에 다다랐을 때 러시아 식당칸은 몽골 식당칸으로 바뀌었는데 정말 장관이었다. 실내는 몽골식으로 장식되어 있고, 음식도 따뜻한 국물과 만두 등 정말 그전과 비하면 진수성찬이 올라왔다. 마치 칭기즈 칸의 세계에 들어온 듯했다. 그리고는 울란바토르 근교에 사는 몽골인-독일인 커플의 유르트에서 지내면서 초원에서 말도 타고. 다시 생각해봐도 환상적이었다. 그 다음엔 베이징에 갔고. 베이징에서는 음악을 하는 친구가 도시 곳곳의 특별하고 쿨한 장소에 데려가 줬다. 중국은 무엇보다 먹거리가 인상적이었다.

특별히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있나?

C: 마틴 라미레스, 마르셀 뒤샹. S: 너무 많다. C: 루소도 빼놓을 수 없다.

사라 린에게 진짜 묻고 싶은 게 있다. 그 헤어스타일은 어떻게 유지하나?

S: 모두들 나에게 이 질문을 한다. 머리를 확 밀어 버릴까 보다.(웃음) 사실 중성 샴푸로 감고 머리를 빗고 자연바람에 말리는 것 이외에는 특별히 하는 것은 없다.

뷰티 팁을 묻는 질문에 답을 하는 것이 늘 쉽진 않을 것 같다. 헌데 르메르의 옷을 메이크업에 종종 비교하곤 하는 당신의 화장대가 궁금하긴 하다.

S: 맞다. 르메르의 옷과 메이크업 사이에는 분명한 연결고리가 있다. 우선 옷의 컬러를 선정할 때 사람들의 피부색을 많이 고려한다. 모델의 혈색과 피부톤을 보완해주고 더 빛나게 해줄 컬러를 찾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마치 풀 보디 컨실러처럼. 개인적으로 메이크업을 할 때 파우더 제품보다는 밤 타입 파운데이션과 색조 제품을 주로 쓴다. 수분이 많은 밤 타입 화장품은 내가 가진 피부 본연의 텍스처와 혈색을 감추기보다는 그것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이런 자연스러운 어우러짐이 우리의 옷에서도 느껴졌으면 한다.

라코스테, 에르메스에서 일했고, 또 지금은 유니클로와도 일한다. 당신의 패션에는 하이와 로가 아니라 하나의 장르가 있는 것 같다. 하이패션에서 일할 때와 유니클로와 일할 때 당신은 어떤 차이를 느끼나?

C: 럭셔리 브랜드와 대량 판매 브랜드는 가격대의 차이만큼이나 작업의 배경 또한 전혀 다르다. 유니클로는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기본적이고 생활에 필요한 제품을 위주로 한다. 반대로 에르메스는 최고의 자재, 최고의 착용감과 같은 가장 숭고한 의미의 럭셔리를 추구한다. 그러나 두 브랜드 모두 세월을 타지 않고 우리의 삶에 기본적으로 꼭 필요한 옷을 만든다는 공통점이 있다. 르메르도 이와 마찬가지다. 결국 르메르, 에르메스, 유니클로는 장르는 다르지만 비슷한 철학을 공유한다고 할 수 있겠다.

르메르에게 셀럽이란 어떤 의미인가?

C: 셀럽을 앞세우는 쇼에는 관심이 없다. 우리를 흥분하게 하는 것은 탁월함, 재능, 독창성 등을 갖춘 인물들이다. 그들이 대중에게 얼마나 알려져 있는가는 개의치 않는다. 몇 해 전부터 영화계 인물이나 뮤지션과 같이 우리가 동경하는 사람들에게 연락하기 시작했고, 캣워크에 초청하거나 무대에 직접 등장시키도 한다. 이번에는 카세 료, 나탈리아 아세베도, 이실드 르 베스코가 르메르 쇼에 서주었다. SNS에 더 많이 노출되기 위한 셀럽을 찾는 일은 하지 않는다. 우리가 정말로 좋아하고 궁금한 사람들에게 연락을 한다.

요즘은 세상이 너무 소란스럽다. SNS부터 뉴스, 인터넷 모든 게 정신없이 돌아간다. 이런 세상에서 르메르는 디지털 세대와 어떻게 소통하는가?

S: 르메르의 인스타그램이나 매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보면 요즘 들어 르메르 고객층이 젊어진 것 같다. 원래 20~30대는 별로 없었는데 지금은 훨씬 더 많아졌다. 하지만 특별히 젊은 디지털 세대를 매료시키기 위해 커뮤니케이션 플랜을 짜지는 않는다. 현재는 우리가 어떤 브랜드인지 어떻게 옷과 제품을 만드는지를 소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데, 이러한 콘텐츠에 흥미를 느끼는 이들은 특정 나이 대나 특정 국적, 특정 직업군에 국한되지 않는다. C: 우리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우리와 협업하는 아티스트, 장인, 우리의 다양한 프로젝트에 대한 것들이지, 우리의 셀피나 우리가 어느 음식점 가서 무엇을 먹고, 바캉스는 어디로 가고, 어느 호텔에서 머무르는지와 같은 것을 나누고 싶지는 않다.

만약 패션 디자이너가 되지 않았다면 뭐가 되었을 것 같나?

C: 음반이 잘 안 팔리는 뮤지션 ! S: 잘 모르겠다. 책을 좋아하니 그와 관련된 일을 하지 않았을까?

앞으로도 쭉 디자이너로 살아갈 것인가? 아님 또 다른 삶을 꿈꾸나?

C: 지금 하는 일에 만족하고 행복하다. 뜻이 맞는 사람들과 같이 일할 수 있다는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S: 패션이란 수많은 예술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매개체인 것 같다. 음악을 큐레이션하고, 패션쇼를 기획하고, 영상 작업을 할 수도 있고…. C: 새로운 부티크를 연다면 건축을 할 수도 있고! S: 매우 다양한 창작 분야를 수렴할 수 있는 열려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앞으로 패션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할 거라고 생각한다. 특별히 직업을 바꾸고 싶은 생각은 없다.

2014년부터 르메르를 이끌고 있는 두 디자이너, 크리스토프 르메르와 사라 린 트란. 매 시즌 변화하는 트렌드를 넘어서 르메르라는 하나의 문화를 견고히 만들어가고 있는 두 사람을 2020 F/W 쇼가 막 끝난 주말 오후에 만났다. 패션만큼이나 궁금했던 두 디자이너의 말투, 생각 그리고 일상까지, 지극히 르메르적인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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