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두 가족’ 랜드로버·레인지로버 차이점은 뭐?
입력: 2014.02.24 16:49 / 수정: 2014.02.24 17:06
랜드로버(왼쪽)는 각진 외형으로, 투박하고 거칠며 정통성을 강조한 반면 레인지로버 시리즈는 조금 더 역동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외형을 갖췄다. /랜드로버 제공
[신진환 인턴기자] 자동차를 좋아하는 남자라면 한 번쯤 우직한 차량을 타고 오프로드를 달려보고 싶은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이러한 만족을 실현 시켜줄 수 있는 브랜드를 찾는다면 영국의 대표적인 SUV차량 전문사인 랜드로버를 빼놓을 수 없다. 랜드로버사에서 나오는 SUV 랜드로버와 레인지로버는 같은 회사에서 나오지만 ‘이란성 쌍둥이’처럼 닮은 듯 안 닮은 게 특징이다.
레인지로버 라인업은 올 뉴 레인지로버(위), 레인지로버 스포츠(가운데), 레인지로버 이보크가 있다. 이 세 라인업은 날렵하고 역동적인 디자인이 특징이다. /랜드로버 제공
국내에서 판매되는 랜드로버의 제품은 크게 프리랜더·디스커버리·레인지로버의 3가지며 편의 사양에 따라 ‘다이내믹’과 ‘프레스티지’로 나뉜다. 여기서 레인지로버는 랜드로버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이하 스포츠), 레인지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이하 이보크)는 레인지로버 3대 라인업을 구성하는 모델이다.
레인지로버 세 라인업의 공통점은 디자인이 미래지향적이고 날렵하며 역동성을 강조한 외형을 지녔다는 점이다. 또한 레인지로버 3대 라인업은 센터 라디에이터와 육중한 차체, 스포츠 모델의 다이내믹한 디자인이 레인지로버 라인업의 고유 특징이다.
레인지로버와 쌍둥이 형제 이보크, 스포츠는 비슷한 외형을 지녔다. 너무 각지지 않은 외형과 최근 자동차 트랜드를 반영한 역학적인 디자인이지만 레인지로버 라인업의 고유 특징에서 틀을 벗어나진 않았다.
레인지로버 라인업은 럭셔리 SUV라 할 수 있다. 레인저로버는 플래그십 모델로 다양한 안전장치와 편의 사양을 제공한다. 내부는 세단 못지 않은 기능과 디자인을 자랑한다. 사진은 올 뉴 레인지로버(위), 레인지로버 스포츠(가운데), 레인지로버 이보크 내부. /랜드로버 제공
또한 레인지로버는 플래그십 계열로 수준 높은 안전장지와 다양한 편의 사양을 제공한다. 지난달 초 소녀시대의 윤아와 열애설이 터진 가수 이승기의 애마로 알려진 레인지로버는 소위 말해서 ‘럭셔리 SUV’라 할 수 있다.
플래그십 SUV답게 레인지로버 라인업은 편의장비도 풍성하다. 대표적으로 통풍과 온열에 안마기능까지 발휘하는 시트와, 사용하기 편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위는 물론 아래까지 자동으로 열리는 오토 테일게이트가 탑재됐다.
레인저로버의 선전으로 랜드로버 전체판매량이 지난해 2012년 대비 70%정도 증가 했을 정도로 인기가 매우 좋다. 최근엔 다운사이징 된 디젤모델과 함께 가격이 다양화되면서 소비자들의 접근 가능성도 높아졌다.
랜드로버의 디스커버리(왼쪽)와 프리랜더 시리즈는 과거 랜드로버의 정통 디자인을 그대로 이어받은 느낌을 살린 게 가장 큰 특징이다. /랜드로버 제공
또 하나의 인기 브랜드. 랜드로버 모델 가운데 디스커버리 시리즈를 빼놓을 수 없다. 랜드로버의 프리랜더와 디스커버리 시리즈는 앞선 레인지로버 라인업보다 투박한 외형이 큰 차이점이다. 프리랜더와 디스커버리 시리즈는 날렵함보다는 묵직하고 남성스러운 외형을 갖췄다. 특히 각진 차체는 과거 랜드로버의 정통성을 그대로 이어받은 느낌을 살린 게 가장 큰 특징이며 레인지로버 라인업과 차이점이다. 여기에 랜드로버는 오프로드에서 더욱 강한 차량을 원할 때는 단연 랜드로버가 뛰어나다 할 수 있다.
디스커버리 시리즈는 보기에는 투박하지만 주행 능력은 뛰어나다. /신진환 인턴기자
험로에서 뛰어난 돌파 능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진 정통 SUV모델 디스커비리는 현재 4세대까지 출시됐다. 디스커버리4의 겉모습은 과거 랜드로버의 향수를 느낄 수 있고 거기다 주행 능력까지 뛰어나다. 차체가 크지만 정지상태에서 100km/h(제로백)까지 이르는 시간이 9.3초에 불과하다. 그만큼 겉은 투박하고 무식(?)해 보이지만 내실은 꽉 찼다고 풀이할 수 있다.
프리랜더도 디스커버리와 마찬가지로 각진 모양의 차체를 지니고 역동성보다는 SUV의 기본적인 디자인에 충실했다. 레인저로버 라인업보다 정통을 추구한 투박한 외형은 오히려 랜드로버 마니아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는 이유키도 하다.
랜드로버 한 전시장 관계자는 “랜드로버는 SUV의 자존심이라 할만한 자동차 브랜드로 오랜 전통을 통해 누적된 최첨단 사양이 장착됐다”며 “운전자와 동승자의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업체의 철학이 최근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랜드로버는 럭셔리 SUV를 전문으로 제조 및 판매하는 영국에 본사를 둔 자동차 제조 회사로 국내 자동차 시장에도 널리 알려진 친숙한 브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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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 RANGE ROVER
✧Dry: VDA 규격의 고체 블록(200mm x 50mm x 100mm)으로 측정한 용량.
✦Wet: 적재 공간을 액체로 채우는 시뮬레이션으로 측정한 용량.
‡다이내믹 론치 작동 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및 7인승 모델에만 적용됩니다.
**견인 고리 커버 제거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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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RANGE ROVER S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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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NGE ROVER EVOQUE
✧18인치 휠 장착 시 최고 속도는 221km/h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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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OV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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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OVERY SPORT
‡18인치 휠 장착 시 최고 속도는 221km/h입니다.
±시트가 기울어지지 않고 완전히 접힌 상태의 수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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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FENDER
5+2시트는 국내 모델에 적용되지 않습니다.
‡22인치 휠 장착 시 최고 속도는 209km/h입니다.
◇오프로드 타이어 및 익스페디션 루프 랙이 장착된 경우 동적 루프 적재 하중은 최대 118kg/168kg(90 모델/110 모델)에 이릅니다. 정적 루프 적재 하중은 최대 300kg에 이릅니다.
✧Dry: VDA 규격의 고체 블록(200mm x 50mm x 100mm)으로 측정한 용량.
✦Wet: 적재 공간을 액체로 채우는 시뮬레이션으로 측정한 용량.
*오프로드 지상고이며 견인 고리 커버를 제거한 경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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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로버 디스커버리와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벨라. 그간 ‘헤드 투 헤드’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이라면 다소 의외일지도 모르겠다. 한 브랜드의 차들을 맞붙인 건 처음이니까. 하지만 브랜드 통폐합과 차종 세분화, 그리고 모듈화 생산 등은 같은 그룹 브랜드 간의 경쟁은 물론 한 브랜드 모델들 사이의 싸움까지 부추기고 있다. 이번 ‘헤드 투 헤드’처럼 말이다. 당연히 브랜드는 성격과 구성을 달리해 이런 상황을 피하려 했을 거다. 그런데 칼자루를 쥔 소비자 입장이 어디 그런가? 형편에 맞는 차가 늘어나고 선택이 어려우면 양팔 저울에 올려본 후 도마 위로 옮겨 이곳저곳을 찔러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정상이다.
참고로 디스커버리는 레인지로버의 D7u 플랫폼을, 벨라는 재규어와 나눠 쓰려 개발한 모듈형 IQ 플랫폼을 쓴다. 디스커버리는 7인승 E세그먼트고 벨라는 5인승 D세그먼트다. 그렇다고 디스커버리가 더 고급차는 아니다. 오히려 체구가 작은 벨라가 상위 라인인 ‘레인지로버’에 속해 있다. 시승차 엔진은 둘 다 3.0리터 V6 디젤. 하지만 디스커버리는 싱글 터보, 벨라는 트윈 터보다. 이처럼 둘은 성격과 구성이 다르다. 하지만 1억원 언저리의 ‘랜드로버’를 찾는 사람에게 둘은 비교 대상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헤드 투 헤드’ 최초로 한 브랜드의 차 두 대를 불러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주행 품질 및 핸들링
이번 디스커버리는 풍요롭고 여유롭다. ‘오프로드 장비’와 같은 이전의 기계적인 분위기가 사라졌고 동시에 오프로드에서의 안락함도 줄어들었다. 대신 온로드 주행 감각이 더 편안하고 진득해졌다. 오프로드 마니아 이진우 기자가 “프레임 섀시를 사용했던 이전 디스커버리는 무게중심 이동이 꽤 더뎠는데 신형은 빠르네요. 확실히 온로드 주행성능이 좋아진 거 같아요”라고 말했을 정도. 레인지로버의 모노코크 보디를 도입한 결과다.
하지만 디스커버리의 움직임은 여전히 느긋한 편이다. 제동 시 피칭과 코너에서 롤링이 크며 시트 포지션이 높아 체감은 실제보다 더 크다. 하지만 이 느긋한 움직임이 거추장스럽기보다 여유롭게 느껴진다. 여러모로 대형차에 어울리는 움직임. 이전 모델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디스커버리는 슬라럼이나 회피 기동과 같은 급격한 조작을 민첩하게 수행하지 못한다. 또한 차체 앞뒤 반응 속도의 차이가 적지 않으며 전후좌우로 출렁이는 정도가 크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디스커버리는 안정감을 잃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이 점이 참 기특하다. 하중이 집중되는 코너 바깥쪽 앞바퀴가 무너지는 법이 없는 데다, 그 하중을 접지력 증대로 잘 활용한다. 무엇보다 하중이 빠진 뒤 차축과 코너 안쪽 앞바퀴도 접지력을 잃지 않는다는 게 아주 칭찬할 만하다. 결코 단순하지 않은 상황을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로 잘 제압하고 있는 것. 내가 디스커버리의 주행 성능을 높게 사는 이유다.
파워트레인 역시 풍성하되 다루기가 쉽다. 가속페달 초기 반응은 디젤 터보 엔진답게 더딘 편이지만 중반에 들어서도 토크가 과격하게 나오는 비선형적 느낌은 전혀 없다. 그렇다고 마냥 굼뜬 것만도 아니다. 마치 온순한 성품의 커다란 개를 데리고 다니는 듯한 뿌듯함이 앞선다. 이런 든든함이 가장 두드러지는 곳은 역시 오프로드였다. 차디찬 노면 위에 눈까지 내렸지만 가파른 흙 언덕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우리는 모두 “역시 디스커버리는 디스커버리야”라는 말을 내뱉었다. 이전 세대와 차이가 있다면 오프로드만 아니라 온로드에서도 믿음직하고 편안하다는 것이다.
레인지로버 벨라는 지금껏 랜드로버에선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다. 크기는 이보크와 레인지로버 스포츠 사이를 메우는 D세그먼트다. 하지만 성격은 이런 위치만 보고 판단할 수 없다. 젊은 30대 남성(이보크), 역동적인 40대 중년(레인지로버 스포츠), 여유로운 장년(레인지로버) 등 남성 중심적이었던 기존 레인지로버 라인업에서 처음으로 우아한 감각을 강조한 여성적인 럭셔리 모델이 바로 벨라이기 때문이다.
벨라의 이런 성향은 주행 감각에서도 느낄 수 있다. 일단 바퀴가 구르는 감촉이 아주 매끄럽다. 승차감이 그저 부드럽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사실 벨라의 서스펜션은 디스커버리에 비해 굉장히 탄탄한 편이다. 그런데 승차감이 나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바로 이 매끈한 구름 감촉 덕분이다. 디스커버리는 물론 이보크에서도 느낄 수 없던 우아한 감촉이다. 랜드로버는 이런 세심한 세팅으로 ‘랜드로버’ 소속인 디스커버리와 ‘레인지로버’ 소속인 벨라를 구분 짓고 있다.
벨라의 고급 세단 같은 실내 분위기는 주행 감각에도 그대로 녹아 있다. 슬라럼이나 급격한 회피 기동에도 앞바퀴가 방향을 바꾸는 속도가 아주 자연스럽다. SUV를 처음 타본 사람에게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자연스럽다’라는 표현을 쓴 것은 민첩한 편은 아니지만 주는 느낌이 세단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 벨라는 차체가 크고 서스펜션이 부드러운 디스커버리처럼 복잡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가령 운전대를 돌리면 좌우로 롤링만 일으킨다. 이해하기 쉬운 단순 명료한 감각이다.
하지만 주행 안정성에는 약간 아쉬움이 있다. 한 번의 회피 기동은 잘 처리하지만 두 번째부터(롤 각도가 커지면서) 앞바퀴 접지력이 흐트러진다. 때문에 예상외로 주행안정장치 의존도가 높았다. 어쩌면 내 기대가 커서 그랬을 수도 있다. 디스커버리보다 훨씬 가볍고 무게중심도 낮고 서스펜션이 탄탄하니 주행 한계도 훨씬 높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앞으로 개선될 여지가 굉장히 많다고(잠재능력이 크다고) 느꼈기에 아쉬움이 더 크게 남는다. 한편 벨라는 우리에게 생각지도 못한 놀라움을 주기도 했다. 바로 오프로드 성능이다. 벨라는 디스커버리 정도는 아니지만 어지간한 도심형 SUV라면 도전조차 힘들거나, 버겁게 통과할 만한 급경사를 어렵지 않게 해치웠다. 벨라 역시 랜드로버의 확실한 일원이었다.
디스커버리의 실내는 차분하다. 딱 필요한 장비와 버튼이 잘 정돈돼 있다. 물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최신형 인컨트롤 터치 프로다.
주행 성능과 테스트 결과
사실 두 차의 동력 성능은 비교할 대상이 아니다. 성격도 다르다. 벨라는 가속페달에 발을 대기만 해도 튀어나가려는 뜨거운 성정을 드러내는 반면 디스커버리는 스포츠와는 상관없는, 진득하고 평온한 동력 특성을 보인다. 따라서 두 모델의 동력 성능은 큰 차이를 보일 거라 예상했다. 게다가 벨라는 1단에서 엔진 회전수를 4500rpm까지 끌어올리며 동력을 최대한 사용하는 반면 디스커버리는 모든 변속을 4100rpm 정도에서 처리했다.
그런데 발진 가속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1, 2단 영역인 시속 50킬로미터까지는 두 모델의 가속 시간의 차이가 0.4초를 넘지 않았다. 벨라가 1단에서 엔진 회전수를 더 쓰는 게 큰 의미가 없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3단부터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하고 4단으로 변속한 후인 시속 90킬로미터부터는 그 폭이 1.5초 이상으로 커진다. 두 모델의 출력과 무게 차이를 고려할 때, 일상적 영역인 시속 60킬로미터 부근까지는 예상보다 차이가 크지 않았다.
제동 테스트에서도 디스커버리가 선전했다. 무겁고 무게중심이 높으면서 서스펜션까지 부드럽지만 시속 80킬로미터에서 제동거리(평균 29.04미터)가 벨라보다 1미터밖에 길지 않았다. 디스커버리는 제동 페달을 밟은 직후 앞머리가 크게 가라앉은 뒤 다시 솟아오르는 리바운드 동작이 컸다. 이 과정에서 ABS 개입도 두드러졌다. 하지만 디스커버리는 이내 움직임을 다잡으며 최대 제동력을 발휘한다. 가장 놀라웠던 건 최대 감속 G값이 디스커버리가 더 컸다는 점이다. 디스커버리는 평균 1.05G로 벨라의 평균 1.03G를 넘어섰다. 만약 제동 초기의 피칭만 없었다면 두 모델의 제동거리에는 거의 차이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디스커버리는 앞머리가 가라앉았을 때도 뒷바퀴의 접지력이 희미해지거나 주행 감각이 불안해지는 증상도 없었다. 벨라는 역시 가벼운 무게와 낮은 무게중심, 상대적으로 탄탄한 서스펜션 덕분에 제동 과정 전체가 믿음직스러웠다. 디스커버리는 운전자가 차를 믿고 불안감을 다스려야 한다면 벨라는 SUV를 처음 타는 운전자조차 심리적인 부담 없이 급제동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벨라의 듀얼 터치 디스플레이는 뛰어난 해상도와 다이얼 노브 연동 기능 덕분에 보기에도 좋고 쓰기에도 편하다.
운전석과 실내 공간
“이 차는 라디오를 어떻게 켜?” 운전석에 앉은 이진우 기자가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여기 전원 버튼을 누르면 되잖아. 이건 다행히 모니터에 넣지 않았네. 그런데 온도조절 버튼 위에 있어서 헷갈리겠어.”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동그란 버튼을 누르며 말했다. “그래도 벨라에 비하면 디스커버리의 센터페시아가 적응하기 한결 쉬워요. 벨라는 겉만 심플하지 속은 복잡하더라고요. 터레인 리스폰스까지 모니터에 넣다니요!” 뒤에 앉은 구본진 기자가 디스커버리의 편을 들며 말했다. “두 개의 터치스크린 모니터가 벨라의 실내를 한층 세련되게 만들어주는 건 사실이야. 하지만 모든 기능을 모니터에 담은 건 ‘과유불급’ 아닐까? 특히 나 같은 강박증 환자들은 지문이 묻는 걸 참을 수 없다고.” 나윤석 칼럼니스트의 말에 김선관 기자도 거들었다. “맞아요. 디스커버리의 센터페시아가 벨라처럼 새끈하진 않지만 디자인이 깔끔하고 기능도 직관적이에요.”
디스커버리와 벨라의 실내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디스커버리가 심플하고 무뚝뚝한 분위기라면 벨라는 심플하지만 세련되고 우아한 분위기다. “하지만 벨라의 실내가 훨씬 고급스럽지 않아? 레인지로버답게 실내 곳곳에서 비싼 티가 물씬 나잖아!” 나의 이 말에 이진우 기자가 이렇게 말했다. “맞아. 벨라는 실내가 정말 우아해. 하지만 너무 여성스러운 느낌이야. 그래서 더욱 차가 날 거부하는 것 같아.” 나를 뺀 나머지 남자 기자들은 벨라의 우아한 실내를 어색해했다. 상남자들 같으니라고! “그래도 벨라의 앞시트는 칭찬하고 싶어. 몸을 잘 잡아주는 게 중형세단 시트처럼 푸근하고 편해.” 풀죽어 있는 벨라가 안쓰러웠는지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칭찬의 말을 내뱉었다. “벨라는 SUV치고 시트 포지션이 낮은 편이에요. 그래서 타고 내리기가 부담스럽지 않아요. 하지만 디스커버리는 확실히 올라탄다는 느낌이 강하죠. 전 디스커버리의 운전석이 좀 더 마음에 들어요. SUV는 도로를 내려다보는 맛으로 타는 거죠.” 김선관 기자의 이 말에 이진우 기자와 구본진 기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뒷자리는 어떨까? “7인승과 5인승의 대결은 공간 활용 면에서 당연히 7인승의 승리지. 여기에 또 다른 요소도 있어. 벨라는 2열 바닥 가운데가 불룩해 사람이 앉기 어려운 구조야. 그러니까 이건 7인승과 4인승의 대결이라고. 결과는 뻔하지 않겠어?” 이진우 기자가 벨라의 뒷자리 가운데에 앉아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하지만 벨라의 2열 시트가 디스커버리보다 1.5배쯤 편해. 디스커버리는 등받이를 버튼으로 눕힐 수 있는데도 전반적으로 쿠션이 딱딱해 불편하다고.” 나의 이 말에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거들었다. “벨라의 2열 시트는 벤치 스타일인 디스커버리와 달리 몸을 잘 감싸는 형태야. 쿠션도 좀 더 푸근하고.” “맞아요. 디스커버리 2열 시트는 벨라보다 확실히 딱딱해요.” 김선관 기자도 나윤석 칼럼니스트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하지만 디스커버리 2열 시트엔 성인 남자 셋이 제대로 앉을 수 있다고. 3열 시트 역시 비좁지 않아 성인 남자가 타기에 큰 문제는 없어.” 이진우 기자의 말에 내가 다시 반박했다. “디스커버리의 3열 공간이 비좁진 않지만 달릴 때 너무 출렁거려 승차감이 좋지 않아. 한 시간만 앉아 있어도 멀미가 날 것 같다고.” “저도 그 말에 동의해요. 디스커버리는 굳이 3열까지 시트를 꾸역꾸역 집어넣을 필요가 있었을까요? 트렁크 문까지 닫았을 땐 케이지에 갇힌 느낌이 들었어요.” 구본진 기자 역시 디스커버리의 3열 시트를 불편해했다. “벨라는 처음부터 7인승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어. 차라리 그래서 더 편한 것 같아. 확실히 더 아늑하거든. 역시 욕심이 많으면 제대로 만들기가 어려워.” 나윤석 칼럼니스트의 이 말에 우린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디스커버리는 다재다능한 SUV가 되기 위해 힘을 쏟았다. 센터페시아에 비밀 수납공간을 만들고, 센터콘솔에 냉장 기능을 더하고(이건 모델에 따라 다르다), 트렁크에 2열과 3열 시트를 자유자재로 접었다 펼 수 있는 버튼(모니터에서도 가능하다)을 달았다. 이에 반해 벨라는 여유롭되 고급스럽고 세단 같은 SUV가 되기 위해 애썼다. 기능과 쓰임새보다 소재와 디자인에 더 신경을 썼다. 둘의 성격이 다른 만큼 누가 나은지를 가리는 일은 어느 때보다 어려웠다. “이건 각자의 취향과 상황에 맡길 일인 것 같아. 다섯 명 이상을 태울 일이 많은 사람에게 벨라는 더 없이 불편한 SUV겠지만, 넷이 탈 일이 많은 사람에겐 디스커버리가 더 불편한 SUV일 수 있잖아.” 나의 이 말엔 다행히 아무도 반박하지 않았다. 서인수
연비
시승을 떠나기 전, 회사 앞에서 두 차의 제원을 살펴본 구본진 기자가 말했다. “디스커버리는 터보, 벨라는 트윈터보 엔진이지만 무게가 340킬로그램이나 차이 나요. 비록 트윈터보긴 하지만 차체가 더 작고 가벼운 벨라의 연비가 더 좋을 거 같은데요?” 그는 벨라와 디스커버리의 공인연비를 확인한 후 다시 입을 열었다. “벨라의 복합연비가 리터당 3.4킬로미터나 높네요.” 그의 말이 맞았다. 디스커버리의 복합연비는 리터당 9.4킬로미터, 벨라는 리터당 12.8킬로미터다. 이 말을 들은 나윤석 칼럼니스트는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실생활에서는 그 차이가 줄어들 여지도 있을 것 같아.”
나윤석 칼럼니스트의 말대로 실제 연비의 차이는 조금 적었다. 우리가 시내 30퍼센트, 고속도로 70퍼센트 정도의 비율로 약 150킬로미터를 달려보니 디스커버리는 리터당 8.7킬로미터, 벨라는 리터당 9.6킬로미터의 연비를 기록했다(트립 컴퓨터 기준). 나윤석 칼럼니스트는 이 결과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벨라는 가속페달 조작에 격하게 반응하고 성향도 뜨거운 편이야. 그래서 출력을 쓸데없이 낭비할 가능성이 높아. 반면 디스커버리는 차체 크기나 무게만큼이나 풍부한 저속 토크를 중심으로 여유롭게 달릴 가능성이 크지. 그래도 결과가 바뀌지는 않겠지만.”
디스커버리는 가속할 때 엔진 회전수를 낮게 사용하는 경향이 있었다. 가속페달을 필요 이상으로 깊게 밟지 않는 한 2500rpm을 넘기는 일이 거의 없었다. 저단 기어에선 부지런히 기어를 갈아탔고 고단 기어를 물고 나면 좀처럼 기어를 내려 물지 않았다. 하지만 벨라는 어떤 기어에서든 엔진 회전수를 높게 썼다. 오른발에 조금이라도 힘을 주면 엔진 회전수를 즉각 2500~2800rpm으로 올렸다. 시프트 다운도 빈번했다. 덕분에 시승 내내 쾌활한 가속을 즐길 수 있었지만 그만큼 연료 소비량도 많았다. 특히 가감속이 잦은 시내에서 이런 경향이 짙었다.
“고속에서는 확실히 벨라가 유리하지 않을까? 잠금 장치를 작동하거나 시속 8킬로미터 이상을 내면 도어 캐치가 스르륵 들어가 공기저항을 줄여주잖아. 이게 다 과학이라고.” 서인수 기자는 본인이 말하고도 억지라고 생각했는지 겸연쩍은 웃음을 지었다. 벨라의 공기저항계수는 0.32로 꽤 낮은 편이다. 디스커버리 역시 0.33로 낮은 편이지만 전면적 차이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연비 측정 결과를 들은 이진우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디스커버리는 연비가 좋았던 적이 없어. 연비를 생각하면 사면 안 되는 차였지. 그런데 이번 세대교체를 통해 무게를 화끈하게 줄였어. 그래서 효율이 눈에 띄게 높아졌지. 벨라보단 낮지만 디스커버리치고는 아주 괜찮은 연비라고.” 그의 말대로 이번 디스커버리는 모노코크 플랫폼을 사용해 무게를 무려 100~150킬로그램이나 줄였다.
공인연비나 우리가 측정한 실연비 모두 벨라가 더 높았다. 하지만 연비에 대한 만족도는 단지 높은 연비만이 결정짓는 게 아니다. 공인연비와 실연비 간의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사람들은 고르고 예측 가능한 결과를 더 선호한다. 이 점에서 볼 때 승자는 디스커버리였다. 커다랗고 무거운 차체로 불리할 것만 같았던 디스커버리가 의외의 승리를 가지고 갔다. 김선관
구매와 소유 비용
이번에 시승한 올 뉴 디스커버리는 1억790만원짜리 런치 에디션이다. 2017년에만 판매된 한정판이다. 레인지로버 벨라는 D300 R 다이내믹 SE 모델로 가격은 1억1530만원이다. 디스커버리 런치 에디션은 더 이상 판매되지 않는다. 그래서 현재 판매 중인 모델 중 옵션 사양이 가장 비슷한 TD6 HSE 럭셔리 모델로 구매와 소유 비용을 비교했다.
벨라는 현재 7가지 트림으로 나뉜다. 가격은 9850만원부터 1억1161만원까지 다양하다(부가세와 5년 서비스 플랜 패키지가 포함된 가격). 반면 디스커버리는 벨라에 비해 선택의 폭이 좁다. 파워트레인과 사양에 따른 3가지 트림이 준비된다. 기본형이라 할 수 있는 SD4 SE는 8560만원이다.
두 차 모두 KB를 이용해 36개월 할부 기준 7퍼센트 이율로 구입할 수 있다. 계약 시기에 따라 이율은 달라질 수 있다. 아쉽게도 공식 프로모션은 없다(2월 초 기준). 벨라는 취·등록세가 약 696만원이다. 디스커버리보다 43만원 정도 높다. 보험료는 벨라가 159만3200원, 디스커버리가 121만9130원이다. 보장 내역 중 자기차량손해 보험료 차이가 크다. 주요 소모품 비용 차이는 거의 없다. 벨라는 91만7840원이며 디스커버리는 90만9920원이다. 부가세는 포함, 공임은 제외된 비용이다.
계산기를 두드릴수록 고민은 깊어진다. 과연 벨라는 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있을까? 나만 이런 고민을 한 건 아니다. 이진우 기자는 벨라에서 만족하는 표정으로 내리면서도 디스커버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묵직한 금덩이와 아주 작은 다이아몬드를 비교하는 거 같아. 금덩이가 훨씬 크고 쓸 데도 많은데 작고 예쁜 다이아몬드가 더 비싸잖아. 난 그냥 금덩이를 살래”라며 디스커버리의 손을 들어줬다. 김선관 기자도 그의 의견에 한 표를 던졌다. “1억원짜리 취향과 쓸모의 대결 아닌가요? 벨라가 예쁜 건 인정해요. 하지만 예쁜 SUV이기 때문에 1억을 투자하는 건 조금…. 주행 성능은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예쁜 SUV가 갖고 싶다면 D180 모델을 추천해요. 저라면 여기에 블랙 익스테리어 팩을 추가해 스타일만 뽐내며 타겠어요.”
안타깝게도 구매와 소유 비용에서 벨라의 손을 들어주긴 쉽지 않았다. ‘레인지로버’라는 프리미엄이 벨라에게 어울리는 것인지, 합당한 몸값을 부르고 있는지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벨라는 기존 랜드로버와는 조금 다른 매력을 가진 차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제 막 세상 빛을 본 벨라가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디스커버리가 쌓아온 명성과 인기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일 아닌가? 넘지 못할 산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구본진
최종 결론
처음부터 예측이 어려운 승부였다. 성격이 다른 만큼 각 차의 매력도 다른 까닭에 기준을 잡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소비자가 되어보기로 했다. 그랬더니 한결 명확해졌다. 랜드로버를 찾는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걸 확실하게 알고 있다. 바로 ‘랜드로버’다움이다. 그래서 그들은 곁눈질을 하지 않는다. 10여 년 전, 레인지로버 스포츠가 데뷔와 동시에 대세였던 포르쉐 카이엔을 압박할 수 있었던 것도 랜드로버다웠기 때문이다. ‘스포츠’라는 단어는 사실 카이엔 앞에서는 무용지물에 가까웠다.
그저 매끈하고 스포티한 SUV를 원한다면 굳이 랜드로버를 찾을 필요가 없다. 그런 SUV를 만드는 회사는 많다. 세대교체를 거치며 많이 온순해졌다지만 디스커버리는 사람들이 랜드로버에 느끼는 매력을 여전히 풀풀 풍기고 있었다. 물론 벨라도 벨라만의 매력이 있다. 차세대 랜드로버(또는 레인지로버)를 넘어 SUV의 미래마저 느껴진다. 몇몇 편의장비 때문에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디테일, 비율, 디자인 모두가 그렇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우릴 유혹할 수 없었다. 게다가 설득력도 조금 약했다.
하지만 벨라는 실용성이 떨어지는 이보크와 부담스러운 레인지로버 스포츠 사이를 완벽하게 메운다. 필요충분 이상의 듬직함과 공간을 제공하며 운전 감각도 스포티하다. 게다가 안팎 디자인과 구성마저 매끈하고 세련됐다. 레인지로버 또는 레인지로버 스포츠를 보며 입맛만 다셨던 여성 운전자라면 혹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랜드로버는 좋지만 랜드로버의 이미지가 투박하다고 생각했던 사람-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진 않지만-에게도 벨라는 아주 괜찮은 대안일 것이다. 류민
LAND ROVER DISCOVERY
나윤석_참 이상한 승부다. 세부 항목에서는 벨라의 완승이다. 하지만 내 선택은 디스커버리다. 승부를 가른 건 숙성도다. 벨라는 다이내믹했지만 여물지 않은 조종 감각을 보여줄 때가 있었다. 반면 디스커버리는 커다란 몸집을 안정감 있게 추스르며 믿음을 줬다. 물론 디스커버리는 레인지로버를 닮아가며 개성이 다소 흐려진 면이 있다. 벨라는 이제 막 세상 빛을 본 신인이다. 시간이 흘러 조금 더 성숙해진다면 내 마음도 변할지 모르겠다.
이진우_디스커버리가 구형이었다면 벨라를 선택했을 거다. 하지만 신형은 예의 그 오프로드 성능을 양보하지 않으면서 온로드 성능도 월등히 좋아졌다. 벨라만큼 날렵하진 않지만 지금으로도 충분히 안전하고 편하고 빠르다. 더 커서 활용도도 높고.
류민_랜드로버는 고상하고 부유한 맛으로 타는 거다. 벨라는 그런 느낌이 적다. 자극적인 SUV가 필요하다면 차라리 포르쉐나 AMG로 가겠다.
김선관_벨라의 스타일과 성능도 마음에 들지만 디스커버리의 개성과 쓰임새가 더 눈에 밟힌다. 자세히 보면 예쁘고 오래 봐야 사랑스럽다. 디스커버리가 딱이다.
RANGE ROVER VELAR
서인수_벨라의 오프로드 실력을 보지 않았으면 고민할 것도 없이 디스커버리 편에 섰을 거다. 하지만 벨라도 랜드로버였다. 그 정도로도 충분하다. 게다가 평소엔 디스커버리보다 더 경쾌하게 달리고 승차감도 푸근하다.
구본진_둘 다 랜드로버 배지를 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디스커버리는 도심에서 재미가 떨어졌다. 어느 곳에서도 든든한 느낌을 내기 위한 그 견고함이 내게는 지루함으로 다가왔다. 일상도 지루한데 차까지 지루한 녀석을 타고 싶진 않다.
모터트렌드, 자동차, 랜드로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