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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건은찬 / 건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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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st searched keywords: Whether you are looking for 백건은찬 / 건찬 백건은찬 / 건찬. 붉은 머리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황금의 눈동자와 상실의 시대. 무뢰무뢰. 2018.12.12 조회 199 댓글 0 … 붉은 머리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1부 – 한 손에 잡기 불편한 두께, 숙제로 읽어 내기엔 더더욱 불편한 책이 손에 들려있었다. 취미가 고약한 문학 선생이 내준 독후감 목록중 가장 지루해 보이던 책을 고른 건 순전히 백건의 탓이었다. 문학선생의 -손 마디가 울퉁불퉁하고 하얀 분필이 스며들어 어디에 안착하던 분칠하는- 손을 떠난 종이는 금세 반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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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머리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황금의 눈동자와 상실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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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건은찬] 구강기 – 7 :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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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건은찬/ 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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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st searched keywords: Whether you are looking for 백건은찬/ 가슴 백건은찬/ 가슴. 맛난밤 2014. 9. 2. 02:11. 이 일의 발단은 우스울 정도로 평범한 날에 일어났다. 실은 무슨 사건처럼 대단한 것도 아니었다. 장을 보기 위해 가람이 … 이 일의 발단은 우스울 정도로 평범한 날에 일어났다. 실은 무슨 사건처럼 대단한 것도 아니었다. 장을 보기 위해 가람이 집에 없었고, 돈을 지불하기 위해 백건이 함께 나갔고, 현우는 매화장에서 수련을 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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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 :: [백건은찬/가람은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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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mmary of article content: Articles about etc. :: [백건은찬/가람은찬] [백건은찬/가람은찬]. 달# 2014. 10. 31. 23:32. *취향주의 “와ㅡ, 너 진짜로 몰랐구나?” 청가람이 돌바닥을 발로 툭툭치며 말하는데,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듯하여 … …
- Most searched keywords: Whether you are looking for etc. :: [백건은찬/가람은찬] [백건은찬/가람은찬]. 달# 2014. 10. 31. 23:32. *취향주의 “와ㅡ, 너 진짜로 몰랐구나?” 청가람이 돌바닥을 발로 툭툭치며 말하는데,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듯하여 … *취향주의 “와ㅡ, 너 진짜로 몰랐구나?” 청가람이 돌바닥을 발로 툭툭치며 말하는데,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듯하여 주은찬은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진짜 주은찬…넌 백건에게 너무 잘해줘…백건이 상처받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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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건 은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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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mmary of article content: Articles about 백건 은찬 둘이 소꿉친구로 인연 맺어서 사신 후계자 자리까지 오게 됐는데, 청소년기 겪으면서 백건은 알파로 발현하고 은찬이는 오메가로 발현되버린 거. …
- Most searched keywords: Whether you are looking for 백건 은찬 둘이 소꿉친구로 인연 맺어서 사신 후계자 자리까지 오게 됐는데, 청소년기 겪으면서 백건은 알파로 발현하고 은찬이는 오메가로 발현되버린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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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둥실 :: 백건은찬 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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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mmary of article content: Articles about 몽실둥실 :: 백건은찬 교만 백건은찬 교만. 아울리에 2014. 12. 16. 02:18. 처음 커다란 문을 두드린 걸 기억한다. 들어설 때 나던 낯선 공기. 나는 눈을 크게 뜨고 둘러볼 시간도 없었다. …
- Most searched keywords: Whether you are looking for 몽실둥실 :: 백건은찬 교만 백건은찬 교만. 아울리에 2014. 12. 16. 02:18. 처음 커다란 문을 두드린 걸 기억한다. 들어설 때 나던 낯선 공기. 나는 눈을 크게 뜨고 둘러볼 시간도 없었다. 처음 커다란 문을 두드린 걸 기억한다. 들어설 때 나던 낯선 공기. 나는 눈을 크게 뜨고 둘러볼 시간도 없었다. 앉았을 때 놀랍도록 푹신하던 의자, 제 옆에서 포크를 건네주던 검은 머리의 누나. 예쁘지만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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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건은찬] 구강기 – 7
툭툭-,무언가 건드리는 느낌에 억지로 잠에서 깨어난 백건은 인상을 한껏 찌푸리고는 감겨있던 눈은 떳다. 한참을 자고일어나서인지 시야가 불분명해 고개를 이리저리 흔드며 정신을 차리고 앞을 바라보자 싱긋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자신의 팔뚝을 건드리는 주은찬을 바라봤다.
“뭐해”
“깻어? 손이 답답한데 니가 안풀어주자나”
말하며 자기전부터 꼭쥐어서 그런지 땀이나 약간 미끌거리는 손을 놔주었다. 백건이 손을 놔주자 마자 자리에서 벌떡일어나서는 화장실로 들어가는 주은찬을 보며 백건은 주방으로가 물을 한컵 들이마셨다. 평소라면 컵같은거 안 닦았겠지만 아까전 가람의 분노서린 화에 백건은 말없이 자신이 마신 컵을 간단하게 씻고는 쇼파에 앉아 은찬을 기다렸다. 평소답지 않은 적적함이 싫어 티비를 켰다.
잠시후 화장실 문이 열리며 세안을 했는지 앞머리에 물기가 축축한 은찬이 백건의 옆에 앉았다.
“잼있어?”
“그닥”
“그래?”
“어”
평소라면 쨍알 거리면서 백건~건아~ 하고 시답잖은 말을 주절거릴 은찬은 옆에서 묵묵하게 티비에 시선을 고정한채 앉아있는 백건을 힐끗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나직하게 백건 하고 불러보았지만 돌아보지도 않고 왜 라는 답만 들려왔다. 그 행동이 괘씸해 이놈을 어떻게 골려주지? 하고 골똘히 생각하다 문뜩 스쳐지나가는 생각에 씩웃었다.
“아얏!”
작은소리였지만 귀신같이 알아챈 백건이 잔시을 돌아보는게 느껴져 웃음이 날것을 애써 감추며 아까전부터 아려왔던 어깨를 한손으로 감싸쥐며 몸을 접었다. 그러자 앞에서 어쩔줄몰라 안절부절 못하는 백건이 보였지만 억지로 눈물을 끌어내어 엄청나게 아픈척 꽤병을 부렸다. 점점 정도가 심해지는 은찬의 신음소리에 백건은 거의 패닉수준이되어 도데체 어떻게 은찬을 다뤄야 할지 몰라 무릎을 꿇고는 은찬을 안색을 살폈다.
기어코 무릎까지 꿇는 백건의 행동에 웃음을 참지못해 푸핫-! 하고 웃으며 깔깔대고있자. 옆방까지 다 들렸는지 현우와 가람이 거실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뭐,뭐야? 주은찬 니가 낸 소리야?”
“주작공자…새벽부터 놀랐습니다.”
“푸하하핫!! 너희들 꼴이 왜그래? ”
“저희요?””우리?”
은찬이 손가락질을하며 둘을 가리키며 웃자 서로를 바라보는 가람과 현우도 서로의 행색에 웃음이 새어나왔다. 밤새 은찬을 생각하며 걱정하다 얕은 잠에 겨우들어서 머리는 산발에 얼굴을 푸석푸석해 평소보다 배로 못생겨져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웃다 어깻죽지가 땡겨와 헉헉거리며 웃음을 멈추고는 어깨부분의 붕대를 살살 쓰다듬는 은찬의 행동에 가람또한 웃음을 멈추고는 은찬의 안색을 살폈다.
“이제 안아프냐?”
“응? 조금 쓰라릴뿐. 괜찮아”
“너때문에 아까 심장멎는줄 알았다. 어디 들짐승에 당한것도 아니고 피를 철철 흘려서는”
“어? 하핫. 뭐 이렇게 건강하자나? 안그래 백건?”
“…”
활짝 웃으며 백건을 돌아보았지만 아까 무릎 꿇은 자세 그대로 굳어있는 백건의 모습에 은찬은 의아해하며 백건에게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간 백건은 고개를 숙여서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까 놀린것때문에 빡쳐서 그럴꺼라 생각하며 평소처럼 헤실거리며 백건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건아 괜찮아? 장난쳐서 화났어?”
“…”
“에이- 나이제 안아파. 응? 건아?”
“다시는”
“어?”
“다시는 그런장난 치지마”
평소처럼 맞받아 치며 장난칠줄알았던 은찬은 진심으로 화가난건지 정색을 하며 벌떡 일어나서 거실을 나서는 백건을 보고는 어리둥절해 밖으로 나가는 백건을 쳐다보는 가람과 현우를 바라봤다.
“뭐야 저녀석? 왜저래?”
“주작공자. 무슨 장난을 치신건가요”
“응? 아니 그냥… 백건이 너무 굳어있길래”
“네”
“그냥 아픈척? 뭐 별거 아니었는데”
“아픈척? 아오 이멍청이 너나 백건 저놈이나 똑같네,똑같아.”
은찬의 말에 가람또한 화가났는지 거실을 나가 은찬은 또 한번 이상황이 이해가 가지않아 고개를 갸웃거리며 현우를 바라봤다.
“가람이까지 왜저래? ”
“주작공자 ”
“응?”
“아까 백호공자가 주작공자를 안고왔을때 청룡공자와 저 둘다 심장이 내려앉을뻔 했습니다.”
“…?왜?”
“아까전 주작공자의 모습은 흡사 죽은사람같았습니다. 성체는 전부 피로덥혀져있었고, 상처부위는 짐승이 찢어논것처럼 흉측했습니다. ”
“그,그랬어? 그래도 이렇게 멀쩡하자나”
“그건 지금이구요. 아까전에는 정말 흉측했습니다. 그런 일을 격은 상황에서 저희가 주작공자가 아파하는 척을 하고 장난치면 평소처럼 대꾸 할수가없는거죠. ”
“아…미안”
“저는 괜찮습니다만. 청룡공자와 백호공자는 하마터면 싸울뻔했습니다. 그것도 엄청나게요.”
“어,엄청? 엄청나게?”
“예. 막 여의주가 날아다니고 백호공자가 이를 보이고. 어휴, 장난 아니었습니다. 이번에는 주작공자가 크게 잘못했네요. 지금 시급한건 아마도… 상처 받았을 백호공자를 달래 주는거겠죠. 어서 가보세요. 청룡공자한테는 제가 말해두겠습니다.”
“아…응, 고마워 현우야”
“가세요”
평소와다르게 논리정연한 현우의 말에 자신이 얼마나 멍청한 짓을 하였는지 깨달은 은찬은 헐레벌떡 백건을 쫓아갔다.
이 일의 발단은 우스울 정도로 평범한 날에 일어났다. 실은 무슨 사건처럼 대단한 것도 아니었다. 장을 보기 위해 가람이 집에 없었고, 돈을 지불하기 위해 백건이 함께 나갔고, 현우는 매화장에서 수련을 하고 있었으며, 주인 할머니는 옆집 아주머니와 수다를 떨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우셨을 뿐이었다.
딱히 특별할 것도 없는 평온한 그 날, 심심했던 은찬은 티비를 틀었다. 딱히 즐겨보는 프로가 없는지라 이리저리 채널만 돌리던 은찬의 손이 한 채널에서 그대로 멈췄다. 아니, 굳었다.
[하,핫,흑,읍,하앙…!]듣기만 해도 절로 귓볼이 붉게 달아오를 정도로 야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화면을 가득 채운 뽀얀 살구빛 나신이 은찬의 시야를 어지럽혔다. 흔들리며 나풀거리는 머리칼과 진득한 신음, 농염한 분위기는 한창 타오를 나이의 소년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 나이대의 소년인 은찬은, 영화의 일부분이었던 배드신이 지나간 뒤에도 몽롱한 표정으로 화면만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주작 공자? 넋놓고 뭐하고 있습니까?”
“으왓. …어,어?”
은찬의 어깨를 흔들어대는 현우의 손짓에 풀려있던 눈동자가 가까스로 돌아왔다. 필요 이상으로 움찔하며 말까지 더듬는 은찬의 모습이 나 지금 정신 놓고 있소 라고 말하는 것 같아 현우가 의심스런 눈초리를 보냈다.
“공자. 몰래 뭐 했습니까?”
그 말에 다시금 화들짝 놀라 저를 올려다보는 눈에 현우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혹시 몰래 뭐 먹은 건 아니죠? 친구라면 맛있는 건 나눠먹는거랬습니다.”
평소라면 이럴 때만 친구타령이냐. 하며 한숨을 내쉴 법도 한데, 오늘의 은찬은 ‘그,그런거 아니야!.’ 하고 소리치며 벌떡 몸을 일으키곤 방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여전히 그 모습이 수상쩍었으나, 얼마 안 있어 돌아오신 할머니를 마중하느라 현우는 그 일을 완전히 잊어버렸다.
–
고운고는 기본적으로 남녀공학이다. 정말 당연한 말이지만 소녀다운 풋풋함과 여성스러운 분위기가 오묘하게 공존하는 것이 여고생이다. 신체적으로는 여성이라 불리기 충분하지만 아직 여린 소녀의 분위기는 남심을 자극하는 법이었다. 또래 남학생들이 그녀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은 욕망임과 동시에 어쩌면 자연 법칙의 일부일지도 몰랐다.
“으아아….”
하지만 책상에 고개를 쳐박고 앓는 소리를 흘리는 은찬은 소위말하는 ‘풋풋한 첫사랑’같은 것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미성년자로서는 아직 넘보아선 안될 성인들의 세계에 맛들린 것도 아니었다. 그저, 며칠 전 티비에서 우연히 본 장면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을 뿐이었다.
아니, 정정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남녀의 거친 숨소리도, 여성의 보채는 목소리도, 흔들리는 몸뚱이도 그렇게 자세히 기억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 뽀얗고 보들거릴 것만 같은 여성의 상징같은 부위가 눈 앞에 어른거리는 것이었다. 그것도 매우 선명하게.
“말도 안돼…내가,내가….그럴리 없어..!”
문제는 그것이 단순히 떠오르기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 새하얀 살결을 떠올리면 바늘가는 데 실 가듯이 떠오르는 욕망이 있었다. 한번 만, 딱 한번이라도 좋으니 저것의 촉감을 자신의 손으로 느껴보고 싶다는 욕망! 그것을 은찬은 변태적인 것이라 치부했다. 비단 그 화면 속의 여배우의 몸만이 아니라, 조금 봉긋하여 보드라울 것 같다는 생각만 들면 그것에서 시선을 떼질 못하는 것이었다. 열망 어린 눈으로 여성의 가슴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은, 누군가 오해를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광경이 아닌가! 아니 이것을 오해라고 불러도 좋을지 모르겠다. 그들의 오해와 은찬의 생각은 아마도 맞닿아 있을터였으므로.
“안된다, 주은찬. 절대 안돼. 범죄는 안돼. 난 아직 미성년자고, 어리고, 내 이름에 빨간줄이라고 그어지면….”
야간의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차량처럼 후루룩 흘러간 생각은 어느새 변태로 몰려 법정에 서서 실형을 판결받는 자신의 모습으로 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가문의 수치다, 아니 이건 내 인생 평생의 오점이 될거야..! 어깨까지 부들부들 떨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은찬 위로 경쾌하게 떨어지는 손바닥이 있었다.
퍽, 하고 둔탁한 소리와 함께 은찬이 으아아, 뭐야 하며 고개를 들어올렸다.
“뭐하냐, 주은찬? 왜 죽을 상을 하고 있어?”
고운고에 전학와서 어쩌다보니 엮이게 된 정동명이 패딩에 대충 손을 꽂아넣은 채 서있었다. 그를 힘없이 바라보던 은찬이 머리를 스치는 생각에 허리를 벌떡 세웠다. ㄱ 박력에 동명이 움찔하며 한 걸음 물러섰다. 반짝이다 못해 번쩍인다는 수식어가 어울릴 눈동자가 간절할 정도로 동명을 응시했다.
“정동명!”
“뭐,뭐!”
반사적으로 소리친 동명에게 크게 소리치려던 은찬이 멈칫하며 동명을 잡아끌었다. 둘의 사이가 좁혀지자 은찬이 조용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우물쭈물하는 폼으로 한참을 망설이다가 나온 말이었다.
“..너 야동같은거 보냐…?”
은찬의 진지한 분위기에 함께 몸을 긴장시키고 있던 동명이 몸에 힘을 탁 풀며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아씨, 난 또 뭐 중요한 얘기하는 줄 알았네.”
“아, 그래서 봐? 안 봐?”
“안보는 사내새끼가 어딨냐? 왜? 보던 곳 막혔어? 내꺼 빌려줘?”
“야! 내가 언제 빌려달랬냐!”
“아, 생각해서 말해줬더니!!”
그렇게 둘이 투닥거리기 시작할 즈음이었다.
“어이, 주은찬. 멀었냐?”
여전히 보패를 쓰고있는 백건이 가만히 기다리기 답답했던지, 왠일로 은찬의 반까지 찾아온 듯 했다. 기다란 다리로 성큼성큼 거리를 좁힌 백건이 은찬의 뒷덜미를 잡아 채며 서로 멱살을 쥐며 가까워져있던 두 사람 사이의 거리를 벌렸다.
“너 나보고 아는 척 하지 말라고하지 않았었냐…”
“그니까 니가 좀 빨리 오면 되잖아. 밖에서 기다리는 난 생각 안하냐? 빨랑 나와.”
그렇게 말하며 책상 옆에 걸려있던 가방을 휙 집어든 벡건이 먼저 걸음을 옮겼다. 그에 동명에게 내일 보자! 하고 인사를 건낸 은찬이 그 뒤를 다급히 따라나갔다.
–
백건에게 건내받은 가방을 짊어지고 걸어가면서, 은찬의 머리는 다시금 어지러워졌다. 여전히 본능적으로 지나가는 여성들의 가슴으로 향하는 눈과, 변태는 안된다며 발버둥치는 이성이 시끄럽게 부딪쳤다.
진짜 어떡하지….동명이한테 부탁해서 그거 한번 볼까? 보면 좀 나아질지도 모르잖아…
그렇게 말하면서 은찬이 무의식적으로 손을 말아쥐었다. 그래, 자신이 원하는 것은 시각적 자극이 아니다. 하지만 어떤 여자가 처음 보는 남자애가 ‘이야, 가슴이 정말 이쁘시네요. 가슴 좀 만져봐도 될까요?’라고 물어올 때 ‘어머, 그러세요.’ 하겠는가. 성희롱으로 신고당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쥐어터지고 욕이나 얻어먹으면 그나마 다행인 일이다.
그럼 어쩌지…주변에 부탁해볼만한 여성은 없는데….새삼 자신의 인간관계(?)를 의심하면서 은찬이 중얼거렸다. 그렇다고 백은 누나한테 이런 부탁했다간…우선 백건한테 죽을지도 몰라…
“엉? 우리 누나한테 뭐?”
“윽, 갑자기 뭐야 빽건!”
아까처럼 목덜미를 잡아채는 백건의 거친 손길에 휙 뒤로 물러선 은찬의 앞으로 빠앙-하고 큰 소리를 내며 덤프트럭이 지나갔다. 그것을 보고 잠시 표정이 얼어붙은 은찬의 목덜미를 놔주며 백건이 말했다.
“갑자기는 무슨. 자살희망자냐,니가? 왜 며칠 내내 정신줄을 놓고 다니냐 주은찬?”
그 말에 멍청하게 눈을 껌뻑이던 은찬이 눈치챘어? 하고 묻자 백건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은찬의 머리를 톡톡쳤다.
“내가 너 한두해 보냐? 아니 이런 건 나 아니라도 알 수 있거든?”
업신여기는 듯한 백건의 얼굴을 보면서도 별말없이 잠시 침묵한 은찬이 결심을 내린 것 처럼 진지한 얼굴로 백건을 올려봤다. 그 표정에 잠시 움찔한 백건 또한 꽤 진지한 태도를 취했다.
“으하하하하하하, 미치겠다 주은찬! 크크크크ㅡ킄ㅋ 너 진짜 가지가지 하는구낰ㅋㅋㅋㅋ.”
물론 가슴 이야기를 꺼내기 전까지만 말이다. 은찬의 이야기를 다 들은 백건은 눈가에 눈물이 맺힐 정도로 웃어젖혔다. 옆에서 그 모습을 뻘쭘하게 바라보던 은찬이 고개를 저었다. 기대한 자신이 바보였다. 그때였다.
“야! 주은찬!!”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몸을 튼 은찬의 시야에 동명이 헉헉거리며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중앙에 도착할 때까지 웃음을 그치지 않을 것 같았던 백건은 순식간에 표정을 정리하고 보패 너머로 동명을 바라봤다. 은찬으로서는 알 수 없었지만, 그 안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뭐야, 무슨 일 있어?”
은찬의 말에도 헉헉거리기만 하며 급하게 자신의 주머니를 뒤적인 동명이 은찬의 손을 끌어다가 그 위에 무언가를 턱하니 얹었다. 그리고 조금 쯤 진정 된 목소리로 말했다.
“귀한거니까 주말 내로 보고 돌려줘라.”
그 말만 마치고 뒤돌아서 다시 뛰어가는 동명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던 은찬이 자신의 손을 내려다 보며 표정을 굳혔다. USB였다.
왠지 예상이 가는 내용물에 은찬이 허탈하게 웃었다.
“아니, 다른 건 그렇다쳐도 학교에 이런 걸 왜 들고 와…?”
–
현우까지 내보내고 홀로 방 안에 앉아있는 은찬의 무릎 위엔, 금색으로 반짝이는 작은 유에스비 하나가 있었다. 제사라도 지낼 듯이 진지한 표정으로 그것을 들여다보고 있었기에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것이 엄청 중요한 것으로 보일 법 했으나, 실상은 야동으로 꽉곽 채워져 있는 소년들의 애장품일 뿐이었다.
“아…진짜 어쩌지…”
유에스비를 눈 앞에 두고 수 백 번씩 고민하는 사이 어느새 주말이 거의 다 지나가고 있었다. 어쨌든 동명에겐 소중한(?) 물건일테니 내일 돌려주긴 해야겠고, 그러자니 오늘 안에 보든 안보든 확실히 결정을 내려야 했으나 은찬은 여전히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그래도 안보는 것보다는 보는게 낫지 않을까. 아니 보면 더 심해지는 게 아닐까.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고민하고 고민하는 은찬의 모습에 가람과 현우는 말없는 걱정의 눈초리를 보냈지만 백건은 그런 은찬을 볼때마다 배를 쥐어잡고 숨도 못쉴 정도로 웃어대기 일수 였다.
“그래! 여기서 더 나빠질리가 없어!”
드디어 마지막 결정을 내린 은찬이 무릎 위에 올려있던 유에스비를 들어올렸다. 미리 빌려두었던 백건의 노트북에 유에스비를 연결시키려는 순간이었다. 문이 드르륵 소리르 내며 열렸다.
“뭐야 주은찬. 아직도 그 쓸데없는 고민 중이냐?”
“난 나름 큰 문제거든….”
편안한 바지에 셔츠를 주워입은 채 수건으로 머리를 탈탈털면서 흥미롭다는 듯 가볍게 웃은 백건이 문을 닫고 방 안으로 들어와 은찬의 옆에 주저 앉았다.
“결정 한거야? 보려고?”
말에서 묻어나오는 웃음끼에 은찬은 괜시리 열이 오르는 기분이었다. 진짜 백건한테 놀림받을 만한 건 더 이상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삶이란 은찬의 생각보다 다이나믹한 듯 했다(?).
“뭐….대충….”
말끝을 흐리는 은찬을 보던 백건이 죄라도 지은 것 마냥 숙여져있는 은찬의 얼굴 앞으로 자신의 얼굴을 내렸다. 갑자기 시야를 뒤덮는 면상에 은찬이 놀라 살짝 몸을 뒤로 뺐다.
“근데 너 만지고 싶은거라며. 그러면 봐도 소용없는거 아냐?”
“나도 그런 생각 해보긴 했는데…안해보는 것보단 낫겠지.”
들러붙어있는 백건 때문에 노트북 화면이 가려지자 가벼운 손길로 백건을 밀어낸 은찬이 노트북을 끌어당겼다.
“야,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
갑자기 탁,하고 그런 은찬의 손을 잡아 챈 백건이 입술 끝을 말아올리며 눈웃음쳤다. 순간적으로 싸한 기운이 등허리를 스치는 느낌에 은찬의 얼굴이 살짝 질렸다. 저런 미소는 뭔 일을 저지르기 전에 백건이 보내는 일종의 예고장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제발 부탁이니 이상한 짓 하지ㅁ….”
경악에 치떠진 은찬의 눈동자가 황홀할 정도로 영롱하게 반짝이는 금색의 눈과 부닥쳤다. 저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킬 정도로, 백건의 큼직하지만 새하얀 손이 그의 셔츠를 야하게 풀어내렸다.야릇한 백건의 미소와 고요한 실내를 관통하는 침 넘어가는 소리가 민망할 정도로 어우러져 은찬을 내리눌렀다.
“너 뭐하는 짓이야!”
“가슴이기만 하면 되는 거잖아. 특별히 만지게 해줄테니, 고마워해라 주은찬.”
이게 무슨 개가 송편을 빚다가 달나라로 창륙하는 소리야!! 은찬이 식겁하며 몸을 뒤로 물렀다. 거의 비명에 가까운 소리가 튀어나왔다.
“필요없어, 임마!”
“솔직히 내 자랑 같긴한데 내 피부가 워낙 하얗고 부드럽잖냐. 그리고 왠만한 여자들보다 클ㄲ…”
“네 녀석의 딱딱한 근육덩어리와 여성의 포근한 그것을 동일 선상에 놓지마!”
은찬의 반응이 재밌는 지, 백건이 킬킬거리면서 은찬에게 다가왔다. 축축하게 젖은 머리칼과 바디워시의 달달한 향, 반쯤 벗겨져 매끄럽게 드러난 백건의 몸이 만들어 내는 분위기가 너무도 강렬해서 백건의 장난스러운 표정마저 야해보였다.
“만져보지도 않았으면서 포근한 건 또 어찌아는데?”
“아, 필요없으니까 저리가!”
“거 너무 튕기네.”
“진심 듬뿍이거든? 제발 좀 가라고!!”
둘이서 그렇게 투닥이느라 정신이 없는 사이, 벌컥 하고 급작스레 문이 열렸다. 문 열리는 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린 은찬의 시야에 닿은 것은 창백하게 질리다 못해 손까지 벌벌 떨고 있는 현우였다.
“현우야! 나 좀 도와ㅈ…”
“실례했습니다. 계속 하세요.”
빠르게 열렸던 문이 그에 몇배나 되는 속도로 쾅 하고 닫혔다. 그 굉음에 귓가가 멍하게 울렸다. 은찬이 시선을 내렸다. 정신없이 투닥이다보니 어느 새 자신은 벽에 등을 반쯤 기댄 채 거의 누운 자세로 백건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있었고, 백건은 양 팔 사이에 은찬을 가둔 듯 한 자세로 은찬의 위를 덥치 듯 몸을 기울이고 있었다.
“……”
“……”
“야”
“왜”
“지금 현우가, 오해…한거같지?”
“엉”
무심하기까지 한 대답에 은찬은 순간적으로 화가 확 오르는 느낌이었다. 빨리 현우를 잡아서 오해를 풀어야 해! 은찬이 재빠르게 몸을 일으켜 현우를 쫒아 나가려했다. 하지만 백건은 그것을 제지하 듯, 한 손으로 은찬의 어깨를 꾹 눌렀다.
“야 지금 이럴 때가 아니야. 오해는 풀어야 할 거 아냐!”
“…..어차피 오해받은거,”
백건이 은찬의 티셔츠를 어깨 쪽으로 잡아 당겼다. 그대로 드러나는 목선과 쇄골에 입술을 묻으며 백건이 속삭였다.
“하자.”
.
.
.
.
“금찬!!!!!!!!”
옆 집에까지 들리도록 크게 소리친 은찬이 온몸이 발갛게 달아오른 채 서둘러 방을 빠져나갔다. 그 뒷 모습을 아쉬운 듯 바라보며 입술을 할짝인 백건이 작게 중얼거렸다.
“아씨, 다음부턴 저 귀걸이부터 빼놔야지.”
백건이 은근슬쩍 은찬이한테만 좀 더 관대하고 챙겨주는데
그게 은찬이가 사신 후계자 중 유일한 오메가라 그런 거면 좋겠다. 둘이 소꿉친구로 인연 맺어서 사신 후계자 자리까지 오게 됐는데, 청소년기 겪으면서 백건은 알파로 발현하고 은찬이는 오메가로 발현되버린 거. 은찬이 집안에서는 이게 뭔 말도 안 되는 일이냐고 난리가 났었는데 하늘나라로 가면 알파오메가 이딴 게 다 사라져버려서 그때까지만 약 잘 먹고 잘 숨기고 악착같이 수련하라고 했을 듯. 은찬이는 안 그래도 자기 주술이 터무니 없어서 고민하던 차에 자기가 오메가로 발현하니까 그래서 그랬던 거였구나 하고 한번 기 죽을 것 같다. 그래도 자기에게 주어진 임무가 있으니까 수련도 열심히 하고 해서 결국 찻집으로 들어가는 데 거기서 만난 현우랑 가람이 전부 다 당연히 알파겠지. 사신 후계자니까 그것도 그냥 알파가 아니라 ㅆ우성알파들. 은찬이는 애들이 좀 특이하긴 해도 다 좋은 애들이란 걸 알면서도 확확 풍겨오는 강한 알파향에 가끔씩 소름 돋기도 하고 메슥거리기도 하겠지. 그리고 백건이는 안 그래도 덜렁대는 은찬이가 혹여 약이라도 잘못 챙겨 먹었다가 이 ㅆ우성알파 소굴에서 진짜 큰일이라도 날까봐 은근슬쩍 챙겨주고 그럴 것 같다. 그 괴팍한 백건이라도 자기 힛싸 주기도 제대로 모르고 덜렁대다 약 먹는 것도 까먹어서 며칠동안 집에 박혀있다 초췌해진 몰골로 나오는 은찬이를 너무 여러번 봤기 때문에 안 챙겨줄래야 안 챙겨 줄 수가 없을 듯. 분명 여기서도 조심한다 조심한다 해도 언젠가 한번은 덜렁대다 이 알파 소굴에서 힛싸 터질 날이 올 것 같아서 항상 은찬이 행동 아닌척 주시하고 감시하고 그럴 것 같다. 그래서 현우가 백건공자는 왜 항상 은찬공자를 그리도 째려봅니까 은찬공자가 뭐 잘못한 거라도 있습니까 은찬공자 불쌍합니다!! 하면서 은차니 파워실드를 치는데 은찬이는 그게 자길 째려보는 게 아니란 걸 잘 아니까 그냥 하하하 내가 워~낙 덜렁대서 또 사고칠까봐 저러는 거지 하하하 하고 넘기겠지. 은찬이를 가장 많이 구박하는 사람이 백건인데 은찬이를 가장 많이 챙기는 사람도 백건인 그런 느낌. 그렇다고 백건이 주제에 따땃하거나 자상하게 챙겨주는 건 있을리가 없고 구박을 가장한 걱정들일듯. 은찬이 실력 형편 없는 건 면전 앞에서 잘도 까대면서 힛싸 기간 가까워져서 체력이 팍 떨어지면 그건 또 변덕쟁이처럼 쉴드 칠듯. 너 요즘 왜 이렇게 골골대냐 십대 맞냐? 하고 가람이가 비실대는 은찬이를 툭툭 건드리면 백건이 나타나서 은찬이 지 쪽으로 확 끌어 당기고는 원래 몸 병신에 저질체력인데 뭘 요즘이야, 라고 쏘고 데려가버릴 것 같다. 그럼 가람이는 뭐 닭이라도 잡아줘, 라고 뱉으려던 말 민망하게 혼자 속으로 삼키고 닫힌 백건이랑 은찬이 방문 한번 쳐다보다가 뒷머리 탈탈 털고 저녁 지으러 갈 듯. 아휴 시발 저 시팔새끼 말뽄새하고는, 그래도 지 친구라고, 참 나 걱정되면 걱정된다 하면 되지 병신이 뭐야 병신이.
그러다 할머니가 주술사 무술사 각각 한명씩만 데리고 근처에 일 보러 가기로 했는데 주술은 당연히 실력 출중한 현우가 가게 되고 무술은 가람이가 실력은 좋아도 사신 후계자 수업 안 받을 거라고 뻐팅기니까 백건이 가게 되겠지. 그렇게 먼 곳은 아닌데 약간 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 저녁즈음에 돌아온다고 하고 가는데, 출발 전에 백건이 자고 있는 은찬이 발로 흔들면서, 야 야 말했지 너 이맘때쯤이니까 저녁 되기 전에 약 꼭 챙겨먹어라 시발 귓등으로도 안 듣냐? 분명 말 했다 꼭 챙겨먹어 꼭, 하고 신신당부를 하다가 은찬이가 너무 귀찮아서 아으 알았어어 알았다고으허 하고 대답한 후에야 출발 하겠지. 그렇게 해가 중천일 때야 은찬이 느적느적 일어나서 가람이한테 밥 차려 주라하고 한 대 쳐 맞겠지. 가람이는 너 요즘 왜 이렇게 잠을 쳐자냐고 혹시 몸에 뭐 이상있는 거 아니냐고 살짝 걱정해주는데 은찬이는 속으로 살짝 뜨끔만 하곤 아니 환절기라 그런가보지 환절기라! 하며 얼버무릴 듯. 사실 힛싸 기간 전후로 나타나는 증상의 일부였지. 고렇게 밥 먹고 빈둥빈둥 거리다가 다시 낮잠 좀 잤다가 일어나니까 이미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을 듯. 이상하게 몸도 더 무거워진 느낌이고 그래서 아 맞다 아직 약 안 먹었다, 얼른 먹어야 겠다 하고 장롱에 처박아둔 백팩 꺼내서 약 꺼내려는 데 그때 가람이가 문 열고 들어오겠지. 은찬이가 화들짝 놀라서, 왜.. 왜..? 하고 물으면 가람이가 오히려 뭘 그렇게 놀래, 너 일어난 거 같기에 저녁 먹을 준비하라고 부르러 왔어, 안 바쁘면 와서 좀 도와. 라고 말하겠지. 그럼 은찬이는 가방에 넣었던 손 어물쩡 빼면서, 어, 어 그런 거였어, 어 아 그럴까? 뭐 하면 되는데? 하고 가람이 따라서 부엌으로 향할 듯. 가람이가 시켜서 식탁에 앉아 양파를 까고 썰고 하는데 점점 몸이 더 무거워진다는 걸 느끼겠지. 이미 해는 다 졌고 약은 아직도 못 먹었고. 그래서 얼른 양파만 다 처리하고 화장실 가는 척 방에 가서 약을 먹어야겠다 하는데 가람이가 양파 다 깠으면 당근이랑 파도 좀 썰라고 하겠지. 오늘 뭐 먹는데 야채를 이렇게 많이 썰…어…? 하고 물어보면 가람이는 닭 손질 하면서 너 요즘 기운 없어 보이길래 닭볶음탕 하려고 그러잖아, 잔말 말고 얼른 해 난 닭 냄새 벤 손으로 야채 만지는 거 싫어. 하고 살짝의 츤데레를 선보이겠지. 그럼 은찬이는 가람이가 자기 생각해주는 거에 감동받아서 더욱 자리 뜨기가 애매해지고 그렇게 거기 앉아서 가람이가 시킨대로 야채 손질 계속 할 듯. 그러다가 집전화가 울리는 데 은찬이가 기회닷! 하고 내가 받을게! 하고 가서 받는 데 백건일 듯. 은찬이가 네 여보세요, 하자마자 “너 약 먹었어?” 하고 물어보겠지. 은찬이도 백건 목소리 확인하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아니.. 아직.. 하고 대답하면 백건이 “미쳤어? 쳐 돌았어?” 하고 화낼 것 같다. “내가 저녁 되기 전까지 먹으랬지? 시발아 너 미쳤냐? 니가 그거란 게 얼마나 위험한건지 그렇게 당해보고 아직도 몰라?” 마구마구 몰아치니까 은찬이는 혹여 백건 목소리 새어 나갈까봐 수화기 꽉 붙들고 “알았어 미안미안 근데 진짜 깜빡해서 아니 먹으려고 했는데 지금 가람이 때문에…” “뭐야 너 청가람이랑 같이 있어?” “어어.. 가람이 저녁하는 거 도와주고 있..” “나와.” “어?” “당장 나오라고 거기서. 그 새끼랑 일단 최대한 떨어져 있어.” “어..어딜 나가라고..” “대가리가 안 돌아가? 그 새끼 사신강림 성공한 놈이야. 무슨 말인지 몰라? 현재로서는 나랑 현우보다도 클래스가 높은 알파란 소리야.” “어….” “너 같은 오메가가 그 새끼한테 걸리면…” 야 주은찬, 누군데 이렇게 오래걸려? 빨랑 와서 마저 안 할래? 딱 타이밍 좋게 가람이가 부엌에서 고개 빼꼼 내밀고 윽박지르는 바람에 순간 철렁했던 가람이는 어어.. 백건이랑 현우, 나 금방갈게, 하고는 얼른 다시 수화기 고쳐 잡고 “알았어. 지금 챙겨먹을 게. 걱정마.” 하고는 전화기 내려 놓고 다시 부엌으로 뽈뽈 가겠지. 그리곤 신의 속도로 야채 썰어놓고 또 뭐 시키려는 가람이한테 나 잠깐 화장실 좀! 짱 급해! 하고는 뒷걸음질로 화장실쪽으로 향하다가 가람이가 다시 씽크대 쪽으로 몸 트는 순간 방으로 얼른 들어가서 미칠 듯이 가방 안 헤집으며 약 찾겠지. 뭉텅이로 넣어 놓으면 혹시라도 들킬 위험이 더 클까봐 한 알씩 찢어서 짐으로 꽉 찬 가방 안에 넣어놨던 거라 찾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그래서 매번 미리미리 제때제때 먹어놓고 상비용으로 한알씩 품에 지니고 다니라고 백건이 잔소리 했던 건데 손이 떨리고 몸에 열이나고 눈앞이 흔들리는 상태가 되자 그제야 은찬이는 백건 말 안 들은 거 후회하겠지. 여튼 가방을 헤집고 헤집어서 드디어 약을 찾아내고 그걸 물도 없이 급하게 꿀떡 삼키는 데 약은 약인지라 약발이 돌기까지는 시간이 좀 필요해서 일단 몸이랑 마음을 좀 진정시키자 해서 이불 위로 다시 털썩 드러눕고는 아 그냥 빨리 이대로 백건이 왔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하면서 숨 천천히 고르고 있는데 가람이가 문 확 열고 들어오겠지. “야 할머니랑 애들 좀 더 늦는다고 전화왔어, 그리고 백건이 너보고 편의점에서 택배 좀 찾아오라고 하던데…. 너 혼자 여기서 또 잠 쳐 자고 있냐?” 하고 쿵쾅쿵쾅 들어와서 누워있는 은찬이를 발로 툭툭 까는데 은찬이가 따로 반항도 안 하고 그냥 으으응 잠깐만 잠깐만 이러기만 해서 가람이가 혹시 얘가 진짜 어디가 아픈건가 해서 휙 쭈그려 앉고, “야 주은찬, 너 어디 아퍼?” 하고 국자도 내려놓고 은찬이 이마를 손으로 짚는데 은찬이가 고개 도리도리 저으면서 아 그런 거 아니야아 잠깐마안.. 하고 가람이 손 쳐내겠지. 가람이는 애 상태를 보니, 또 짚어 본 이마가 불처럼 뜨거우니 어디가 아픈 게 분명한 거 같아서 다시 은찬이 목덜미랑 이마에 손 대서 애 상태를 체크하는데 목덜미에 가람이 손가락이 닿는 순간 은찬이가 하악 거리면서 쌕쌕 대는 숨 쉴 것 같다. 약발이 돌기까지 아직 시간이 더 필요했는데 하필이면 은찬이가 약을 먹은 시간이 힛싸 터지기 직전이였던지라 이미 힛싸가 미약하게나마 터지기 시작한 거. 이대로 조금 방치해두면 약발이 돌아서 원래대로 돌아올 게 뻔 한데 지금 은찬이 앞에 있는 건 은찬이가 걱정되서 가만둘 수 없는 가람이였고 가람이는 오메가 앞의 알파였고, 알파 손길에 힛싸 터진 오메가 몸이란 건 통제불능상태의 또 다른 말이였기에 가람이가 끙끙대는 은찬이를 만지면 만질수록 더 민감해져서 결국 신음소리 내면서 가람이 옷 꽉 부여잡고 울었음 좋겠다. “제, 제발.. 잠깐마한.. 윽, 가람아, 윽, 건이.. 한테, ..아윽!” 그리고 가람이는 힛싸가 시작 된 오메가가 자신의 힘으로 갈무리 할 수 없었던 오메가의 향을 맡게 될 거고 그 향을 맡는 순간 바로 은찬이가 오메가 였다는 걸 알게 되겠지. “너 오메가였어?” “아, 아… 으, 으으…” 가람이는 순간 자기 향을 확 열었다 닫았고 은찬이는 그 찰나의 향 만으로도 훅 가버려서 밑이 푹 젖어 버릴 것 같다. 은찬이는 아예 가람이한테 매달리다시피해서 덜덜덜 떨고 있고 은찬이 엉덩이 아래 이불은 끈적한 액으로 푹 젖어 있겠지. 가람이는 그런 은찬이를 내려다 보고는 정신이 하나도 없는 은찬이한테 한번도 들려준 적 없는 알파의 목소리로 말할 것 같다. “그래서 백건이 널 그렇게 싸고 돌았던 거구나.” 그러며 덜덜 떨고 있는 은찬이 어깨부터 등 허리 엉덩이 허벅지까지 한번 쓸어 보고는 다시 목덜미로 손을 옮겨와서 손가락 끝의 감촉만으로도 격하게 반응하는 은찬이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한번 쓸면서 눈을 떠 자신을 올려다보게 만들겠지. “응? 은찬아. 그런 거였어. 네가 오메가인거였어.” 그러고는 평소에는 철저하게 갈무리해뒀던 자기 모든 알파 향 한꺼번에 개방해버릴 것 같다.
그래서 가람이한테 자기 처녀 내주고 가람이 애까지 임신해버려서 백건한테 나 가람이 애 임신해 버렸어 어떻게해 어떻게해 건아 하고 우는 은찬이가 보고 싶다. 그러면 백건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씨발 그러니까 그딴 실수를 내 앞에서 단 한번이라도 했으면 됐잖아, 하고 속으로 삼키는 것도 보고싶다. 결국 백건은 가람이한테 본딩 당한 은찬이를 은찬이가 원해도, 자신이 그렇게 원해도 안을 수 없게 되면 좋겠다. 시간이 다 됐다 이제 딱 둥티 보러 가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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