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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주요 부분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별로 복잡한 내용이랄 것도 없는 장부를 마저 꼼꼼히 확인해 보고 나서야 늙은 역장은 돋보기안경을 벗어 책상 위에 놓고 일어선다. 벌써 삼십 분이나 지났군. 출입문 위쪽에 붙은 낡은 벽시계가 여덟 시 십오 분을 가리키고 있다. 하긴 뭐 벌써라는 말을 쓰는 것도 새삼스럽다고 그는 고쳐 생각한다. 이렇게 작은 산골 간이역에서 제시간에 정확히 도착하는 완행열차를 보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님을 익히 알고 있는 탓이다. 더구나 오늘은 눈까지 내리고 있지 않은가. 역장은 손바닥을 비비며 창가로 다가가더니 유리창 너머로 무심히 시설을 던진다. 건널목 옆 외눈박이 수은등이 껑충하게 서서 홀로 눈을 맞으며 희뿌연 얼굴로 땅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다. 송이눈이다. 갓난아이의 주먹만 한 눈송이들은 어둠 저편에 까맣게 숨어 있다가 느닷없이 수은등의 불빛 속에 뛰어 들어 오면서 뚱그렇게 놀란 표정을 채 지우지 못한 채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굉장한 눈이다. 바람도 그리 없는데 눈발이 비스듬히 비껴 날리고 있다. 늙은 역장은 조금은 근심스런 기색으로 유리창에 얼굴을 바짝 대어 본다. 하지만 콧김이 먼저 재빠르게 유리창에 달라붙어 뿌연 물방울을 만들었기 때문에 소매로 훔쳐 내야 했다. 철길은 아직까지는 이상이 없었다. 그는 두 줄기 레일이 두툼한 눈을 뒤집어쓴 채 멀리 뻗어 나간 쪽을 바라본다. 낮엔 철길이 저만치 산모퉁이를 돌아가는 모습까지 뚜렷이 보였다. 봄날 몸을 푼 강물이 흐르듯 반원을 그리며 유유히 산모퉁이를 돌아 사라지는 철길의 끝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도 모든 걸 다 마치고 평온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어느 노년의 모습처럼 그것은 퍽이나 안온하고 평화로운 느낌을 주곤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철길은 훨씬 앞당겨져서 끝나 있다. 수은등 불빛이 약해지는 부분에서부터 차츰 희미해져 가다가 이윽고 흐물흐물 녹아 버렸는가 싶게 철길은 더 이상 볼 수가 없다. 그 저편은 칠흑 같은 어둠이다. 어둠에 삼키워져 버린 철길의 끝이 오늘 밤은 까닭 없이 늙은 역장의 가슴 한구석을 썰렁하게 만든다. 그는 공연히 어깨를 떨어 보며 오른편 유리창 쪽으로 몸을 돌린다. 그쪽은 대합실과 접해 있는 이를테면 매표구라고 불리는 곳이다. 역장은 먼지 낀 유리를 통해 대합실 안을 대충 휘둘러본다. 대합실이라고 해야 고작 국민학교 교실 하나 정도의 크기이다. 일제 때 처음 지어졌다는 그 작은 역사 건물은 두 칸으로 나누어져서 각각 사무실과 대합실로 쓰이고 있는 터였다. 대개의 간이역이 그렇듯이 대합실 내부엔 눈에 띌 만한 시설물이라곤 거의 없다. 유난히 높은 천장과 하얗게 회칠한 사방 벽 때문에 열 평도 채 못 되는 공간이 턱없이 넓어 보여서 더욱 을씨년스런 느낌을 준다. 천장까지 올라가 매미마냥 납작하니 붙어 있는 형광등의 불빛이 실내 풍경을 어슴푸레하게 드러내 주고 있다. 지금 대합실에 남아 있는 사람은 모두 다섯이다. 한가운데에 톱밥 난로가 놓여져 있고 그 주위로 세 사람이 달라붙어 있다. 난로는 양철통 두 개를 맞붙여서 세워 놓은 듯한 꼬락서니로, 그나마 녹이 잔뜩 슬어 있어서 그간 겨울을 몇 차례나 맞고 보냈는지 어림잡기조차 힘들다. 난로의 허리께에 톱날 모양으로 촘촘히 뚫린 구멍 새로는 톱밥이 타들어 가면서 내는 빨간 불빛이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형편없이 낡아 빠진 불빛이 그 난로 하나로 겨울밤의 찬 공기를 덥히기에는 어림도 없을 듯싶다. 난롯가에 모여 있는 셋 중 한 사람만 유일하게 등받이 없는 의자에 앉아 있는데, 그러고 있는 것도 힘겨운지 등 뒤에 서 있는 사람의 팔에 반쯤 기댄 자세로 힘없이 안겨 있다. 그는 아까부터 줄곧 콜록거리고 있는 중늙은이로. 오래 앓아 오던 병이 요즘 들어 부적 심해져서 가까운 도회지의 병원을 찾아가려는 길이라는 것을 역장도 알고 있다. 등을 떠받치고 있는 건장한 팔뚝의 임자는 바로 노인의 아들이다. 대합실에 있는 다섯 사람 가운데에서 그들 두 부자만이 역장에겐 낯익은 인물들이다. 그 곁에서 난로를 등진 채 불을 쬐고 있는 중년의 사내는 처음 보는 얼굴이다. 마흔은 넘었을까 싶은 사내는 싸구려 털실 모자에 때 묻은 구식 오버를 걸쳐 입었는데 첫눈에도 무척 음울해 뵈는 표정을 지니고 있다. 길게 자란 턱수염이며, 가무잡잡한 얼굴 그리고 유난히 번뜩이는 눈빛이 왠지 섬뜩하다. 오랜 세월을 햇볕 한 오라기 들지 않는 토굴 속에 갇혀 보낸 사람처럼 사내의 눈은 기묘한 광채마저 띠고 있다. 그 셋 말고도 저만치 벽을 따라 길게 붙어 있는 나무 의자엔 잠바 차림의 청년 하나가 웅크리고 앉아 있다. 그리고 청년으로부터 약간 떨어진 곳에는 미친 여자가 의자 위에 벌렁 누워 있다. 닥치는 대로 옷을 껴입은 여자는 속을 가득 채운 걸레 보퉁이마냥 몸집이 퉁퉁하다. 청년은 추운지 호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 넣은 채 어깻죽지를 잔뜩 웅크리고 있으면서도 무슨 까닭인지 난로 곁으로 갈 생각은 하지 않는 눈치다.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으로 청년은 들여다볼 만한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시멘트 바닥을 뚫어져라 내려다보고 있다. 톱밥이 부족할 것 같은데……. 창 너머 그들을 하나하나 둘러보다가 문득 난로 쪽을 슬쩍 쳐다보며 늙은 역장은 중얼거리다. 불을 지핀 게 두어 시간 전이니 지금쯤은 톱밥이 거의 동이 났을 것이다. 톱밥은 역사 바깥의 임시 창고에 저장해 놓고 있었다. 월동용 톱밥이 필요량의 절반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을 역장은 아까서야 알았다. 미리미리 충분한 톱밥을 확보해 두는 것은 김 씨가 맡은 일이었지만 미처 확인하지 못한 자신에게도 책임은 있다고 역장은 생각한다. 역원이라고 해야 역장이 자신까지 합해 기껏 세 명뿐이니 서로 책임을 확실히 구분 지을 수 있는 일 따위란 애당초 있을 턱이 없었다. 하필 이날따라 사무원인 장 씨는 자리를 비우고 없는 참이었다. 아내의 해산일이라고 어제 아침 고향인 K시로 달려갔으므로 그가 돌아올 때까지는 역장은 김 씨와 둘이서 고대로 야근을 해야 할 처지였다. 하지만, 톱밥은 우선 당분간 창고에 남아 있는 것으로 이럭저럭 견디어 낼 수 있으리라. 대합실 난로는 하루 두 차례씩만 피우만 되니까. 역장은 웅크렸던 어깨를 한번 힘차게 펴 보기도 하고 두 팔을 앞뒤로 흔들어 보기도 한다. 역시 춥긴 마찬가지다. 그새 손발이 시려 오기 시작했으므로 역장은 코를 훌쩍이며 엉금엉금 책상 앞으로 되돌아간다. 그러고는 사무실용으로 쓰고 있는 석유 난로를 마주하고 앉아 손발을 펼쳐 널었다.
■ 전체 줄거리
역장은 30분이 지나도 오지 않는 막차를 기다리며 대합실을 둘러본다. 대합실에는 모두 다섯 명이 기다리고 있다. 농부는 눈 오는 날에 병원에 가자는 아버지에게 짜증이 나다가도 죄스러운 마음이 든다. 중년의 사내는 감방에 있었던 허 씨가 생각난다. 청년은 얼마 전 학교에서 제적 처분을 받았다. 서울말을 하는 뚱뚱한 중년 여자와 화장이 짙은 처녀, 행상(行商)을 하는 아낙네 둘이 대합실로 들어왔다. 중년의 사내는 허 씨의 부탁으로 그의 칠순 노모를 찾으러 왔으나 이미 죽은 지 5년이 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뿐이었다. 청년은 집안의 희망이어서 부모와 형제들 앞에서 퇴학당했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춘심이는 청년을 보면서 대학생이란 존재를 부러워한다. 서울에서 음식점을 하는 중년 여자는 주방에서 일하다 없어진 사평댁을 찾으러 왔는데, 사평댁은 남편이 죽어 아이들이 거지 신세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내려왔다고 했다. 중년 여자는 오히려 지니고 있던 돈을 다 주고 온 길이었다. 결국 열차는 두 시간이 지나서야 도착했다.
대합실에 있던 승객들은 반가움보다는 차라리 피곤함과 허탈감에 젖은 모습으로 열차에 올라탔다. 역장은 열차가 출발할 때 아직 들어가지 않고 열차 난간에 위태로운 자세로 기대어 서 있는 오씨 아들을 보았다. 역 안에는 미친 여자가 난로 옆에서 자고 있었고, 역장은 톱밥을 더 가져다가 난로에 부어 주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사무실로 돌아가고 있었다.
■ 핵심 정리
• 갈래 : 현대 소설, 단편 소설
• 배경 : 1970~80년대 가상의 시골 간이역인 사평역 대합실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성격 : 서정적, 회상적, 성찰적, 현실 반영적
• 주제 : ① 산업화 시대의 다양한 인간 군상의 삶의 현실
② 소외된 인물들의 쓸쓸하고 고단한 삶과 그에 대한 따뜻한 애정
• 특징 :
① 중심 인물을 따로 설정하지 않고 인물군을 통해 내면 풍경을 제시함
② 시골 간이역이라는 공간적 배경이 분위기와 주제를 암시함
③ 각각의 인물들의 시선과 회상으로 인물 형상을 제시함
■ 작품 해설 1
이 소설은 곽재구의 시 ‘사평역에서’를 읽은 작가가 그 시를 토대로 하여 쓴 작품이다. 시를 작품의 첫머리로 인용하고 있는 이 작품은 시와 동일한 공간에 여러 인물들을 등장시키고 이들의 사연을 통해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다. 이 작품은 가상의 공간이 사평역을 배경으로, 그곳 대합실에서 막차를 기다리는 아홉 사람의 쓸쓸한 내면 풍경을 그리고 있다. 기침을 하는 늙은 노인과 그의 아들인 삼십대 중반의 농부, 12년 만에 교도소에서 출감한 중년의 사내, 시위를 주도하다가 학교에서 제적당한 대학생, 서울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뚱뚱한 여자, 화장이 짙은 술집 작부, 행상(行商)하는 아낙네 둘, 그리고 미친 여자가 바로 그들이다. 추위를 녹이기 위해 형편없이 낡은, 작은 톱밥 난로 주위에 몰려든 사람들은 이 사회에서 소외되거나 버림받은 자들이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막차를 기다리고 있는 이들은 1970~1980년대 우리나라의 산업화, 민주화의 과정에서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전형일 것이다. 이러한 인물들의 어둡고 우울한 삶의 양상들은 하얀 눈발과 함께 소설의 암울한 배경을 잘 형상화하고 있다. 언제 올지 모를 막차를 기다린다는 설정 역시 인물들의 허무한 인생살이를 드러내는 것이다.
여기에서 기차역은 이중의 의미를 띤다. 즉, 어디론가 가기 위한 역이지만, 동시에 그것은 사람들마다 지나쳐온 과거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장소인 것이다. 이 작고 퇴락한 역을 덮치는 추위 속에서 웅크리며 옹송그리는 사람들에게 고향으로 가기 위한 막차는 편안한 휴식을 위한 마지막 바람과도 같은 것이다. 밤이 깊어 가면서 기다림은 지쳐 간다. 사람들은 저마다 과거의 삶에 대한 회한에 젖어든다. 각자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은 난로의 불꽃과 창밖에 내리는 눈으로 깊은 내면성을 얻는다. 이 고단한 삶들을 위해 이들은 작은 불꽃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은 이 가난함을 위로하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이 소설의 마지막에서 기차는 이들에게 너무 늦게 온다.
– 지학사 T-Solution 자료실 참고
■ 작품 해설 2
이 소설은 1981년 《중앙일보》 신춘 문예 당선작인 곽재구의 시 「사평역에서」를 소설로 형상화한 작품으로, 한 시골 간이역에서 막차를 기다리며 모여든 사람들을 잔잔한 어조로 서술하고 있다. 삶의 애환을 노래하는 쓸쓸하고 서정적인 시의 어조는 소설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별한 주인공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난롯가에 모여 앉은 외롭고 서글픈 사람들 전체를 대상으로 하여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사랑의 감정이 화자의 시선을 통해 애틋하게 드러나고 있는 점도 같다. 시에서는 시적 화자 ‘나’를 통해, 소설에서는 간이역 ‘역장’의 시선을 통해 그 쓸쓸함과 고단함이 잘 배어나오고 있다.
막차와 간이역이라는 소재는 서정적인 풍경과 이미지를 환기시키는 소재들이다. 막차에 의해 연상되는 시간적인 소멸감, 간이역에 의해 연상되는 외로움과 쓸쓸함이 소설 전체를 이끌고 가고 있기 때문이다. ‘눈 내리는 밤의 간이역’이야말로 쓸쓸하고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유발하며 각양각색의 소박한 인물들의 삶이 그 안에 녹아들어 있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막차를 기다리는 아홉 명의 인물들을 통해 작가는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들이 대합실 난롯가에 모여 앉아 각자 자신의 상념에 잠기며 고단한 삶을 되돌아보는 것은 1970년대에서 1980년에 사이 우리 사회의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받은 이웃들에 대한 연민이기도 하다.
12년 동안이나 감옥에 있었던 중년 사내, 누가 자신을 알아볼까 두려워하는 술집 여자, 돈을 벌기 위해 식당을 운영하는 과부, 대학에서 제적당한 운동권 학생, 웅크리고 잠만 자는 미친 여자, 시골 마을마다 물건을 팔러 다니는 행상 아낙네들, 병든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에 가는 농부 등의 모습은 우리네 삶이 현실적으로 매우 고단하고 복잡하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그러나 무겁고 어두운 이들의 삶이 낯설고 서정적인 배경 속에 놓여짐으로써 얻어지는 아름다움은 이 작품이 가지는 독특한 효과이다. 운동권의 삶이든 술집 여자의 삶이든 모두 동등하게 가치 있는 것이라는 작가의 휴머니즘도 다소 무거운 주제를 부담스럽지 않게 독자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이는 작가의 서정적인 문체 덕분인데 이러한 문체는 작가의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데 크게 기여한다.
– 타임기획, 소설119플러스 6권 참고
■ 심화 내용 연구
1. ‘간이역’의 의미
소외된 다양한 인물들이 힘겹게 삶을 살아가는 고안, 또는 힘겨운 삶의 과정에서 잠시 지난 삶을 성찰하는 공간으로 작용한다. 독자들에게는 이들의 이런 삶을 돌아보게 하면서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의 삶에 대해 한번쯤 생각하게 해 주는 기회를 마련하는 공간이다.
2. ‘눈’의 기능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반적인 경우와는 달리, 막차를 연착하게 하는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등장인물들의 마음을 더욱 춥고 쓸쓸하게 하며, 대합실 안 사람들에게 대합실 안과 밖에 대한 공간적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
3. ‘열차’의 상징적 의미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간절한 기다림의 대상으로서, 등장인물의 삶의 행복, 또는 삶의 목표 성취에 대한 기다림이라는 의미의 상징물이다.
■ 작가 소개
임철우 – 한국현대문학대사전
72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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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8×170
지은이 : 임철우(林哲佑)
갈래 : 단편 소설
배경 : 1970-80년대 가상의 시골 간이역 사평역 대합실
성격 : 서정적, 회상적, 성찰적, 현실반영적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표현 : 시(곽재구의 ‘사평역에서’)에 소설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서사적으로 구성한 것으로 중심 인물이 따로 설정되지 않고 아홉 명의 인물군을 통해 그들의 삶의 이력을 보여 주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함
① 중심인물을 따로 설정하지 않고 인물군을 통해 내면 풍경을 제시함.
② 시골 간이역이라는 공간적 배경이 분위기와 주제를 암시함.
③ 각각의 인물들이 시선과 회상으로 인물 형상을 제시함.
구성 : 액자식 구성(이 소설은 일종의 액자식 구성을 지니고 있다. 소설의 사건은 매우 간단하다. 그것은 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며 불을 쬐던 사람들이 역사 안팎의 사물들에 관심을 두다가 기차가 도착하자 그 기차를 타고 떠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간단한 서사적 사건 속에 등장인물들의 회상이 중첩되어 나타난다. 그들의 회상 속에서 과정의 일들이 이야기된다.) / 현재와 과거의 교차 구성
인물 : 산업화 사회를 살면서 각자의 아픔과 상처를 간직한 인물들로 1970~80년대 우리 사회의 현실을 잘 드러내 주는 인물의 전형이다. 이 작품에서는 특별한 주인공 없이 여러 명의 인물들이 등장하고 있다. 미친 여자, 대학생, 노인과 농부, 춘심이라는 술집 여자와 서울 여자, 그리고 대합실을 관리하는 역장 등이다. 이들의 성격은 분명하게 제시되지 않으며 단지 평면적으로 서술될 뿐이다. 중년 사내는 삶이란 감옥과 같은 폐쇄된 공간에서 언제 올 지 모를 희망을 기다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농부는 일하고 근심하다가 늙고 병들어 죽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서울 여자에게 삶이란 돈이며, 춘심이는 삶에 대해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대학생에게 삶은 세상과 구별할 수 없는 무엇이지만, 그러한 신념도 혼란을 겪고 있다. 행상꾼 아낙네들은 삶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는 것조차 사치일 뿐이다. 작자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모아 놓고, 엄습하는 추위 속에서 자신들의 삶이 주는 의미를 반추해 보는 시간을 그리고 있다.
① 노인 : 해소병자로 늙은 농부로 가부장으로서의 고집과 권위가 조금은 남아 있으나, 가난과 병으로 인해 매우 초라한 모습으로 비쳐지는 아버지 세대
② 노인의 아들 : 평생 농사를 짓고도 가난과 근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농부로 부모의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한 아들 세대
③ 중년 사내 : 삶의 뿌리를 잃은 돌아갈 곳 없는 전과자로 이데올로기 대립 속에 평생을 감옥에서 지내는 비전향 장기수(허씨)와 같이 감옥에 있다가 출감한 사람으로 비전향 장기수 허씨의 부탁으로 그의 어머니의 생사 여부를 알기 위해 사평에 왔다.
④ 청년(또는 아버지, 어머니) : 독재 정권 시절 민주화를 요구하며 싸웠던 젊은 세대로 운동권이자 퇴학생. 그의 부모는 자신의 삶의 한을 아들을 통해 보상받으려고 하는 부모 세대
⑤ 서울 여자와 사평댁 : 과부이자 식당집 주인인 서울 여자는 보기와는 달리 인정이 많고 따뜻한 심성을 가지고 있는 보통 사람이고, 사평댁은 남편의 구타로 인해 서울로 도망하여 서울 여자의 음식점에서 근무하다 남편의 사망 소식을 듣고, 식당 주인의 돈 30만원을 훔쳐 달아난다. 가정의 해체로 절망에 빠진 여자이다.
⑥ 춘심이 : 산업화의 그늘에서 돈을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몸을 팔 수밖에 없었던 술집 작부
⑦ 아낙네들 : 행상꾼
⑧ 미친 여자 : 역에 끝까지 남음
⑨ 역장 : 역을 지키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
주제 : 고립된 개인들의 고통스러운 삶, 산업화 시대의 다양한 인간 군상의 삶의 현실, 소외된 인물들의 쓸쓸하고 고단한 삶과 그에 대한 따뜻한 애정
줄거리 : 역장은 30분이 지나도 오지 않는 막차를 기다리며 대합실을 둘러본다. 대합실에는 모두 다섯 명이 기다리고 있다. 농부는 눈 오는 날에 병원에 가자는 아버지에게 짜증이 나다가도 죄스러운 마음이 든다. 중년의 사내는 감방에 있었던 허 씨가 생각난다. 청년은 얼마 전 학교에서 제적 처분을 받았다. 서울말을 하는 뚱뚱한 중년 여자와 화장이 짙은 처녀, 행상(行商)을 하는 아낙네 둘이 대합실로 들어왔다. 중년의 사내는 허 씨의 부탁으로 그의 칠순 노모를 찾으러 왔으나 이미 죽은 지 5년이 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뿐이었다. 청년은 집안의 희망이어서 부모와 형제들 앞에서 퇴학당했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춘심이는 청년을 보면서 대학생이란 존재를 부러워한다. 서울에서 음식점을 하는 중년 여자는 주방에서 일하다 없어진 사평댁을 찾으러 왔는데, 사평댁은 남편이 죽어 아이들이 거지 신세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내려왔다고 했다. 중년 여자는 오히려 지니고 있던 돈을 다 주고 온 길이었다. 결국 열차는 두 시간이 지나서야 도착했다.
대합실에 있던 승객들은 반가움보다는 차라리 피곤함과 허탈감에 젖은 모습으로 열차에 올라탔다. 역장은 열차가 출발할 때 아직 들어가지 않고 열차 난간에 위태로운 자세로 기대어 서 있는 오씨 아들을 보았다. 역 안에는 미친 여자가 난로 옆에서 자고 있었고, 역장은 톱밥을 더 가져다가 난로에 부어 주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사무실로 돌아가고 있었다.
작품개관 : 이 소설은 곽재구의 시 ‘사평역에서’를 읽은 작자가 그 시를 토대로 하여 쓴 작품이다. 사평역에서 막차를 기다리는 인물은 해소병자인 노인과 그의 아들, 12년 만에 감옥에서 출감한 중년 사내, 청년과 미친 여자 등 저마다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로, 그러한 인물들의 어둡고 우울한 삶의 양상들은 하얗게 쏟아지는 눈발과 함께 이 소설의 암울한 배경을 잘 형상화하고 있다. 언제 올지 모를 막차를 기다린다는 설정 역시 인물들의 허무한 인생살이를 드러내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인물을 설명하는 방식은 객관적인 묘사와 작자의 주관적인 설명이 함께 어우러진다. 이 소설은 동일한 제재의 시와 비교해 보기에 좋다. 동일한 제재가 시와 소설 안에서 각각 어떤 모습으로 형상화되는가에 유의하면서 소설적 상상력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갖도록 한다.
1. 소설 ‘사평역’의 서두는 시 ‘사평역에서’와 같이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라는 구절로 시작된다. 그러나 이어지는 대목에서는 여러 가지 다른 특징들이 나타난다. 이 소설에서 대합실 안팎의 모습은 시 ‘사평역’과 비교하여 어떻게 다르게 묘사되어 있는지 구체적인 인물이나 사건 혹은 소재로 예로 들어 말해 보자.
이끌어 주기 : 시적 상상력은 시간이 멈추어 있는 공간(무시간적 공간)에서 작용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서사적 상상력은 인접한 것들을 묘사하면서 시간과 공간을 확장하는 경향이 있다. 학생들은 시적 상상력과 서사적 상상력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고 있지만, 실제 그러한 상상력이 시와 소설에서 어떻게 다르게 구현되는지에 관해서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따라서 구체적인 인물이나 사건이나 소재를 예를 들어 ‘사평역’이라는 소설의 배경 제시 방식을 성명해 봄으로써, 서로 다른 창작 원리가 어떻게 다른 결과를 갖게 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지도한다. 더 나아가 비록 학생이 전문적인 작가의 상상력의 체계까지는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나름의 독창적인 상상력을 통해 참신한 서사를 진행시킬 수 있도록 지도한다.
예시 답안 :
시에서는 구체적으로 묘사되지 않은 역 대합실 안팎의 풍경을 소설에서는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그것은 주로 역장의 눈으로 관찰된 것이데, 대합실 밖은 눈 내리는 풍경 속에서 기차 레일이 뻗어나간 산모퉁이까지 묘사하고 있다. 또한 대합실 안의 그 크기와 시설물, 실내 풍경 하나하나를 마치 눈으로 본 것처럼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2. 이 소설의 배경 제시 방식을 참조하여 다음 창작 활동을 해 보자.
이끌어주기 : 소설의 배경은 인물들의 삶을 드러낼 정도로 구체적으로 묘사되기도 하는데, 이는 다시 말해 소설 속 인물들의 다양하고 구체적인 삶의 모습들이 모여서 그 소설의 독특한 배경을 만들어 냄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재래 시장’이라는 구체적 배경을 설정한 뒤 그 배경을 묘사하는 것은, 실제적으로 그 공간적 배경을 구성하는 인물들의 삶의 양상을 그림으로써 가능해진다. 이처럼 소설에서 인물을 통해 장면을 제시하는 방법을 능동적으로 창조해 봄으로써, 학생 스스로가 소설의 창작 원리인 서사적 상상력의 체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예시답안 :
시장 한 켠에 자리잡은 김밥집에 푸짐하게 생긴 아줌마 한 분이 김밥을 말고 계신다. 우리 동네에서 가장 싸고 맛있는 김밥을 말고 계신 이 아줌마는 가판대 앞에 서서 하루종일 김밥을 만다.
짧게 퍼머한 머리는 서로 엉켜 있어 머릿수건을 쓰지 않아도 절대 김밥 안으로 머리카락이 떨어지는 일이 없다. 겨울에도 소매를 있는 대로 걷어붙이고 김밥을 말고 계신 아줌마의 앞치마 주머니는 아줌마의 손때 묻은 금고이다. 아줌마의 굵은 팔뚝에는 김밥을 말며 살아온 그간의 고단한 세월이 녹아 있다.
아줌마는 손님을 보는 앞에서 직접 김밥을 말아 주시는데 아줌마가 김밥을 마는 모습을 보면 벌서부터 입 안에 군침이 돈다. 우선 김을 펴고 그 위에 밥을 깐다. 그리고 김밥 속을 넣는데 아줌마의 손이 여간 큰 게 아니다. 시금치도 뭉턱, 계란 부침도 뭉턱, 당근도 뭉턱 넣어 김 위의 재료들이 산처럼 쌓인다. 아줌마는 굵은 팔뚝으로 힘을 주어서 자기 팔뚝만큼 굵게 김밥을 만든다.
김밥을 만들면서 아줌마는 쉴 새 없이 입을 놀린다. 어제는 어느 교회에서 몇 백 줄의 김밥을 만들어 주었다는 둥, 김밥 속에 넣을 시금치 가격이 너무 올라 본전도 못 건진다는 등(그래도 시금치는 뭉턱 잡아 넣어 준다), 김밥에 들어갈 밥은 조금 되게 지어야 한다는 둥, 하루 종일 김밥을 만들다 보니 꿈도 김밥 마는 꿈을 꾼단다.
김밥을 마는 아줌마는 열심히 일해 힘줄이 불끈불끈 솟아오른 팔을 내밀어 김밥값을 받는다. 김밥값을 낼 때면 괜히 송구해진다. 내는 돈보다 훨씬 푸짐하게 얻어먹는 미안함 때문일 것이다. 돈을 받기 전에 아줌마는 앞치마에 손을 쓱쓱 문지른다. 그러다가 다른 손님이 오면 돈 받은 손으로 다시 김밥을 만다. 아줌만의 김밥에는 돈 냄새, 사람 냄새, 그리고 아줌마의 푸짐한 사랑까지 덤으로 들어 있는 셈이다.
1. 이 소설에 쓰인 소재인 ‘눈’과 ‘난로’를 중심으로 다음 활동을 해 보자.
(1) 눈 내리는 장면은 여러 가지로 묘사되고 있다. 그 구절들을 찾아 적어 보고, 그러한 장면들은 이 소설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생각해 보자.
이끌어 주기 : ‘눈’이 묘사된 구절을 찾아보고, 그러한 구절이 장면 설정에 있어 어떠한 분위기를 자아내는지 생각해 보도록 지도한다. ‘눈’이라는 소재가 시에서는 하나의 초점으로 집중된 시간 속에 등장하고 있다면, 소설에서는 공간의 입체감과 시간의 흐름을 보여 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그것이 가지는 본래의 상징성을 넘어 작품의 독특한 배경을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작품 속에서 구체적으로 ‘눈’이 배경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지도한다. 또한 이러한 소재를 묘사하는 데 있어 주관적 묘사와 객관적 묘사의 차이점을 파악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예시 답안 :
“건널목 옆에 외눈받이 수은등이 껑충하게 서서 홀로 눈을 맞으며 희뿌연 얼굴로 땅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다. 송이눈이다. 갓난아이의 주먹만한 눈송이들은 어둠 저편에 까맣게 숨어 있다가 느닷없이 수은등의 불빛 속에 뛰어들어 오면서 뚱그렇게 놀란 표정을 채 지우지 못한 채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대합실 밖의 눈 내리는 풍경에 대한 묘사는 그것을 바라보는 대합실 안의 사람들에게 안과 밖에 대한 공간적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그것은 동시에 어둠과 빛의 대조를 선명히 해 주면서 공간의 깊이를 드러내 준다. 또한 눈에 대한 묘사는 시간의 흐름을 보여 주기도 한다. 눈이 쌓여가는 것은 동시에 시간의 경과를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2) 막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난로’는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시 ‘사평역에서’의 경우와 비교할 때 서로 어떻게 다르게 묘사되고 있는지 말해 보자.
이끌어 주기 : ‘난로’가 묘사된 구절을 찾아보고, 그러한 구절이 장면 설정에 있어 어떠한 분위기를 자아내는지 생각해 보도록 지도한다. ‘난로’는 막차를 기다리는 다양한 삶 속의 인물들의 심경을 한 곳으로 집중시키는 역할을 한다. 각자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은 난로의 불꽃과 창 밖에 내리는 눈으로 인해 깊은 내면성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소재를 묘사하는 데 있어 주관적인 묘사와 객관적인 묘사의 차이점을 파악할 수 있도록 기도한다.
예시 답안 :
막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난로’는 피난처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묘사되는 난로는 양철통 두 개를 맞붙여 놓은 형편없는 것으로, 충분한 피난처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이들에게 난로는 지난 세월의 여러 기억들을 더듬게 하는 회상의 매개물이기도 하다. 그들은 지난날을 회상하면서 자신의 삶을 반추한다. 작자는 여러 인물들을 난로 주위로 모여들게 함으로써 이들의 서로 다른 인생 역정을 비교해 보도록 하고 있다. 소설의 경우와 달리 시에서는 난로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가 없고, 서로 다른 인물들의 삶을 소통시키는 자치가 없다.
2. 이 소설의 서술자가 대상을 묘사하는 방식은 감각적이면서도 주관적이다. 열차가 달려오는 지하철 선로에 어떤 노인이 떨어졌을 때, 거기에 있는 여러 사람들의 감정과 태도를 통해 그 사건과 상황을 보여 줄 있도록 주관적으로 묘사해 보자.
이끌어 주기 : 소설 속 상황을 전개시키는 객관적이고 감각적인 묘사 방법과 주관적인 묘사 방법을 이해하고, 그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소설 속의 특정한 상황을 묘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도한다. 특히 작자의 내면을 중시하는 시와는 달리, 소설에서는 그러한 인물의 내면 묘사가 객관적인 사건과 상황을 보여 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똑같은 사건과 상황이라고 해도 그것을 바라보는 인물들의 감정과 태도는 상이하며, 또한 이러한 다양한 인물들의 감정과 태도에 따라 상황이 다양하게 전개된다는 사실을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끈다.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여 스스로가 소설 속 인물들의 감정과 태도를 주관적으로 묘사해 볼 수 있도록 한다.
먼저 대표 모둠이 모둠 수만큼 특정한 상황에서 가능한 인물의 유형을 제시한다. ‘지하철 선로에 노인이 떨어진 상황’ 에서 어떤 반응이 나올 수 있을지 상상해 본다. 너무 놀라 소리만 지르고 도망가는 여학생,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 긴급한 상황을 알리는 남자, 직접 지하철 선로에 뛰어들어 노인을 구하려는 청년, 선로 옆에서 발만 동동 구르는 아줌마 등 다양한 반응을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중에 한 인물 유형을 가지고 상황을 주관적으로 구상화해 보도록 한다. 대표 모둠은 각 모둠이 구상한 내용을 종합하여, 한 인물의 눈을 통해 전체 상황을 주관적으로 묘사한다.
예시답안 :
선로에 노인이 떨어졌다. 자기가 열차에 치인 것도 아닌데 여학생 하나가 역사가 떠나가라 비명을 지르며 내 가슴팍을 밀치고 달아난다. 사람들은 무슨 구경거리나 생긴 듯이 노인이 떨어진 곳에 모여 있다. 노인은 자살을 한 것일까, 발을 잘못 디뎌 떨어진 것일까, 그나저나 회사에 늦겠는데 큰일이다. 전화를 해서 회사에 상황을 알려야겠다. 빨리 지하철이 정상적으로 운행되어야 할 텐데…… 왜 하필 붐비는 출근 시간에 이런 일이 일어나 이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건지 짜증스럽지만, 어찌보면 한 사람의 죽음이 다른 사람에게는 일상의 짜증스러운 일 정도로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슬프기도 하다.
1. 이 소설에서 전개된 사건을 중심으로 다음 활동을 해 보자.
(1) 사건들을 시간의 순서대로 제시해 보자.
이끌어주기 : 이 소설이 사건을 보여 주는 방식이 어떠한지 살펴본 뒤, 소설의 사건들을 하나하나 제시해 보도록 한다. 그리고 나서 시간 순서에 따라 사건을 다시 배열해 보도록 한다.
예시답안 :
① 중년 사내는 난리 후 사상범으로 잡혀온 허 씨와 같이 감방 생활을 같이 했고, 허씨의 부탁으로 허씨의 노모의 생사 여부를 알기 위해 사평에 왔다.
② 대학생 청년은 유치장을 나왔으며 퇴학을 당했다.
③ 농부는 병이 나서 읍내 병원에 가기 위해 역사로 왔다.
④ 막차는 오지 않고 송이눈만 내리고 있다.
⑤ 톱밥 난로를 지피며 막차를 기다리고 있다.
⑥ 특급열차가 지나간다.
⑦ 두 시간 연착한 막차가 도착하고 사람들은 피곤한 몸으로 열차에 올라탄다.
(2) 작자가 이 사건들을 어떠한 방식으로 배열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그렇게 배열한 의도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이끌어주기 : 이 소설에는 현재 진행되는 사건과 인물의 회상 속에서 전개되는 과거의 사건들이 공존한다. 교차하여 나타나는 사건들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또한 단순히 시간 순서대로 사건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속 사건들을 작중 인물의 회상 속에서 진행시키는 것이 작자의 의도와 관련하여 어떤 효과를 줄 수 있을지 생각해 보도록 한다.
예시답안 :
작자가 사건을 배열하는 방식은 시간 순서에 따르지 않는다. 그는 막차가 오기 전까지의 몇 시간 동안 일어난 사건들을 순서대로 배치하지만, 회상 속 사건들은 그러한 순서를 무시하고 진행된다. 인물의 추억 속에서 과거의 시간들은 인과론적인 성격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즉 작자는 등장인물들에게 깊이 각인된 사건들을 불러옴으로써 막차를 기다리는 시간 속에서 그 의미를 되새겨 보도록 한 것이다.
2. 이 소설에서 인물들은 모두 자신들의 생각 속에 잠겨 있어서 행동이 극도로 억제되어 있다. 모둠을 지어 이 인물들의 성격을 발전시켜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장면을 만들어 보자.
이끌어주기 :
소설 속에서 서사 전개를 위해 필요한 주요 요소는 인물 간의 갈등이다. 이 소설에서 인물들은 현재 간이역이라는 동일한 시, 공간 안에 존재하고 있기는 하지만, 서로 갈등을 유발시키지 않고,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 것에만 몰두하고 있다. 그러나 인물들의 다양한 삶의 양상이나 그러한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감정과 태도의 묘사를 통해 각각의 인물들이 그 나름의 독특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인물들 간에 갈등을 유발시켜 사건을 전개할 수 있도록 특정한 장면을 설정하여 스토리를 전개시켜 보게 한다.
각각의 모둠에서 등장인물의 성격에 대해 토의하고, 갈등을 일으킬 만한 인물을 설정하거나 그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보게 한다. 갈등은 둘 이상의 사람이 있어야만 성립할 수 있으므로, 대립적인 성향을 지닌 두 인물을 설정하고, 갈등을 일으킬 만한 상황을 생각해 보게 한다. 등장인물은 소설 속에서 어느 정도 일관된 성격을 가지며, 갈등 상황에서도 등장인물은 자신의 성격을 드러내야 한다. 내용이 어느 정도 구상되었으며 소설로 써 보도록 한다.
예시답안 :
늙은 역장은 식어가는 톱밥난로에 톱밥을 다시 붓는다. 그는 마치 소중한 것을 집어넣듯이 난로 속에 그것을 털어 넣는다. 식어버린 열기 때문에 난로 주위에 웅크려 앉은 사람들이 더욱 몸을 움츠리고 난로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가려고 한다. 그때 조금 떨어진 것의 미친 여자 하나가 추위를 못 견딘 듯 걸레자락 같은 더러운 옷을 흔들면서 노인이 앉은 의자 옆으로 끼어든다. 쿨룩거리면서 의자에 간신히 기대앉은 노인이 비칠 쓰러지려고 한다. 노인의 아들은 우람한 팔뚝으로 노인을 부축하면서 그 여인을 냅다 밀쳐 버린다. 여인은 나둥그러지면서 비명을 지르고, 난로 주위의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비명에 놀라 모두들 추위를 잊고 그 여자를 바라본다. 역장이 사무실 문을 열고 뛰쳐나온다. 노인은 쿨룩거리며 기침을 심하게 하면서도 아들을 꾸짖는 듯 뭐라고 주의를 준다. 그러나 아들은 참고 있던 짜증이 폭발했는지 여인을 향해 욕설을 퍼붓는다. 그때까지 잠자코 있던 중년의 사내가 자리를 벌떡 차고 일어나며 노인의 훈계를 이어받아 아들에게 뭐라고 조용히, 그러나 엄중하게 타이른다. 아들은 참고 있던 성질이 점점 솟구쳐 오르고, 중년의 남자에게 반말로 맞받아친다. 조용하던 대합실 안이 갑자기 시끄러워진다.
이 작품은 곽재구의 시 ‘사평역에서’를 토대로 하여 쓴 작품이다. 시를 작품의 첫머리에 인용하고 있는 이 작품은 시와 동일한 공간에 여러 인물들을 등장시키고 이들의 사연을 통해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다. 이 작품은 가상의 공간인 사평역을 배경으로, 그 곳 대합실에서 막차를 기다리는 아홉 사람의 쓸쓸한 내면 풍경을 그리고 있다. 기침을 하는 늙은 노인과 그의 아들인 삼십대 중반의 농부, 12년 만에 교도소에서 출감한 중년의 사내, 시위를 주도하다가 학교에서 제적당한 대학생, 서울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뚱뚱한 여자, 화장이 짙은 술집 작부, 행상(行商)하는 아낙네 둘, 그리고 미친 여자가 바로 그들이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막차를 기다리고 있는 이들은 각각의 마음에 인물들은 7,80년대 우리 나라의 산업화, 민주화의 과정에서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전형일 것이다. 이러한 인물들의 어둡고 우울한 삶의 양상들은 하얀 눈발과 함께 소설의 암울한 배경을 잘 형상화하고 있다.
이해와 감상1
소설 ‘사평역’은 어느 늙은 역장이 지키고 있는 시골의 한 간이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추위를 녹이기 위해 형편없이 낡은 작은 톱밥 난로 주위에 몰려든 사람들은 이 사회에서 소외되거나 버림받은 자들이다. 늙은 역장이 지키고 있는 이 퇴락한 역에서 막차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은 어느 늙은 농부와 그 아들, 40대의 갓 사면된 죄수, 데로로 제적당한 학생, 미친 여자, 술집 작부와 행상으로 먹고 사는 두 여인 등이다. 여기서 기차 역은 이중의 의미를 띤다. 즉, 어디론가 가기 위한 역이지만, 동시에 그것은 사람들마다 지나쳐 온 과거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장소인 것이다. 이 작고 퇴락한 역을 덮치는 추위 속에서 웅크리며 옹송그리는 사람들에게 고향으로 가기 위한 막차는 편안한 휴식을 위한 마지막 바람과도 같은 것이다. 밤이 깊어가면서 기다림은 지쳐 간다. 사람들은 저마다 과거의 삶에 대한 회한에 젖어든다. 각자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은 난로의 불꽃과 창밖에 내리는 눈으로 인해 깊은 내면성을 얻는다. 이 고단한 삶들을 위해 이들은 작은 불꽃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은 이 가난함을 위로하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이 소설의 마지막에서 기차는 이들에게 너무 늦게 온다. (출처 : 한계전 외 4인 공저 문학교과서)
서사적 상상력
서사적 상상력은 시적 상상력처럼 즉각적인 감각에 호소하기보다는 이야기를 하는 능력,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호기심에 호소한다. 또 시적 상상력이 시간이 멈추어 있는 공간(무시간적 공간)에서 작동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서사적 상상력에서는 시간의 경과가 필수적인 요건이다. 시간이 흐르고, 생활이 놓이고, 거기서 인물들의 갈등이 발생하는 식의 진행 과정이 서사의 중심축을 이룬다. 따라서 유사한 다른 것에 빗대어 표현하는 시적 상상력의 은유적 표현은 서사의 진행에서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며, 서사적 상상력에서는 한 대상에서 다른 것들로 끊임없이 이동해 가는 방식, 즉 환유적 표현 방식이 보다 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사평역’의 서정성
임철우 소설의 서정성은 ‘사평역’이나 ‘달빛 밟기’, ‘그 섬에 가고 싶다’에서와 같이 그 자체로 서정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는 경우는 물론이며, 분단 문제를 다루었던 수작 ‘아버지의 땅’과 같은 소설에서도 빛을 발한다. 그의 서정성은 일차적으로 간결하고 서정석인 문체라든지, 눈 오는 겨울 톱밥난로가 타고 있는 시골의 기차역이나 달 밝은 밤의 산길, 낙일도 사람들의 정감 넘치는 일상 세계와 가은 배경을 설정을 통해 드러나지만, 보다 본질적인 요소는 정감의 깊이이며 그를 통해 획득된 인간에 대한 시선이 따뜻함이다.
‘사평역’의 경우, ‘아버지의 땅’에 수록된 다른 작품들에 비해, 어둡지도 무섭지도 않은 세계, 슬픔과 비애가 있으되 우울과 절망으로 가라앉지는 않는 세계를 다룬다. 눈 내리는 겨울 밤, 톱밥난로가 타고 있는 사평역의 대합실에 마지막 완행 열차를 기다리며 모여 있는 아홉 명의 사람들이 있다. 기침을 하는 농부와 그의 아들, 교도소에서 갓 출소한 중년 사내, 시위 때문에 제적당한 대학생, 고향에 다니러온 술집여자, 행상꾼 아낙네들, 돈을 훔쳐 달아난 종업원을 찾아 서울에서 내려온 중년의 식당 주인 등이다. 이들은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난로 곁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 저마다 가슴에 상처와 회한을 지닌 채, 고즈넉하게 타오르는 톱밥난로의 불빛을 바라보고 있다.
이러한 풍경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시적이다. 그러나 이 소설 전체를 감싸고 있는 평화롭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데 근본적인 요소는 인물들 각각이 지니고 있는, 세계에 대한 관대하고 따뜻한 시선이다. 작자는 번갈아 가며 각각의 인물들이 지니고 있는 사연의 토막들을 들려준다. 더러는 갈등과 번민과 회한으로 얼룩져 있기도 하지만, 그 바탕에는 인간에 대한 본원적인 신뢰와 따뜻한 시선이 놓여 있다. 그런 따뜻함이야말로 ‘사평역’에서 탁월하게 형상화되고 있는, 또한 임철우의 소설이 보여주는 서정성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출처 : 서영채, ‘임철우론’)
임철우(林哲右: 1954- )
전남 완도 출생. 전남대 영문과, 서강대 대학원 영문과 졸업. 198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개 도둑>이 당선되어 등단함. 그는 현실의 왜곡된 삶의 실상을 통해서 인간의 절대적 존재 의식을 탐구하는 작가이다. 주요 작품으로는 <아버지의 땅>, <그리운 남쪽>, <달빛 밟기>, <붉은 방>, <볼록 거울>, <불임기> 등이 있다.
쇼생크 탈출 (The Shawshank Redemption)
“Fear Can Hold You Prisoner, Hope Can Set You Free”
줄거리 :
촉망받는 은행 간부 앤디 듀프레인(Andy Dufresne: 팀 로빈슨 분)은 아내와 그녀의 정부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쓴다. 주변의 증언과 살해 현장의 그럴듯한 증거들로 그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악질범들만 수용한다는 지옥같은 교도소 쇼생크로 향한다.
인간 말종 쓰레기들만 모인 그곳에서 그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억압과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당한다. 무식한 간수눈에 잘못 보였다가는 개죽음 당하기 십상이고 악질 동료 죄수들에겐 강간까지 당한다. 그러던 어느날 간수의 세금을 면제받게 해주는 덕분에 그는 일약 교도소의 비공식 회계사로 일하게 된다. 해마다 간수들과 소장의 세금을 면제받게 해 주고 재정 상담까지 해 준다. 또 주정부에서 교도소 도서관 자금을 지원받기위해 한 주도 빠짐없이 편지를 쓰고 마침내 상당한 지원을 받아내고 최신식의 도서관을 꾸민다. 그 와중에 교도소 소장은 죄수들을 이리저리 부리면서 검은 돈을 긁어 모으고 앤디는 이돈을 세탁하여 불려주면서 그의 돈을 관리하는데.
[스포일러] 어느날 교도소안에 토미(Tommy: 길 벨로우스 분)라는 신참내기가 들어오고 앤디는 그를 새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레드(Ellis Boyd “Red” Redding: 모간 프리먼 분)에게 앤디가 아내와 아내의 정부를 살해했다고 들은 토미는 뭔가 집히는 게 있다. 앤디와 레드가 있는 곳에서 토미는 진짜 살인범에 대해 증언하고 앤디는 이 얘기를 소장에게 하면서 결백을 주장하지만 소장은 이를 묵살한다. 앤디의 결백이 알려지면 자신의 처지가 곤란해질 것을 직감한 소장은 토미를 무참히 죽여버린다. 독방에서 토미의 죽음을 전해들은 앤디는 절망에 몸부림치고 드디어 뭔가를 결심한다. 친구 레드에게 희미한 암시를 남긴 채. 그는 20여년간 차근차근 준비해온 탈옥을 감행하고 천신만고 끝에 탈출에 성공한다.
소장의 돈을 관리하면서 만든 가명계좌에서 부정축재된 모든 돈을 찾고, 교도소의 비리를 낱낱이 폭로한 서류를 신문사에 보낸다. 살인 간수의 구속, 소장의 자살, 그는 이제 자유라는 희망을 가슴에 품고 태평양으로 향한다. 이제 40년의 복역을 마치고 가석방되는 레드, 사회에서 느끼는 무력감에 못이겨 죽음을 택하려하나 앤디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둘만의 약속장소를 찾아본다. 그곳에서 발견한 앤디가 쓴 ‘희망의 메시지’. 그는 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안은 채 태평양으로 향하고, 드디어 극적인 재회를 한다.(출처 : 네이버)
http://blog.naver.com/nicky_101?Redirect=Log&logNo=100024648315&vid=1000338399
Remember Red. Hope is good thing, maybe the best of things,
and no good thing ever dies.
I will be hoping that this letter find you and find you well.
(Your Friend, Andy)
기억해요. 레드. 희망은 좋은 거예요. 모든 것 중에서 최고라고 할 수 있죠.
그리고 좋은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요.
당신이 이 편지를 찾길 바래요.
(당신의 친구 앤디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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