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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관련, 6월의 시 모음①(초여름, 짧은 시, 좋은 시, 아름다운 시, 나태주, 유월에, 허형만, 초여름, 물 냄새, 윤보영, 6월 편지, 그리움, 사랑, 가슴에 내리는 비, 서정시, 시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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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관련, 6월의 시 모음①(초여름, 짧은 시, 좋은 시, 아름다운 시, 나태주, 유월에, 허형만, 초여름, 물 냄새, 윤보영, 6월 편지, 그리움, 사랑, 가슴에 내리는 비, 서정시, 시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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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작은 옹달샘
* 6월 – 김용택
하루종일
당신 생각으로
6월의 나뭇잎에 바람이 불고
하루 해가 갑니다
불쑥불쑥 솟아나는
그대 보고 싶은 마음을
주저앉힐 수가 없습니다
창가에 턱을 괴고
오래오래 어딘가를 보고
있곤 합니다
느닷없이 그런 나를 발견하고는
그것이
당신 생각이었음을 압니다
하루종일
당신 생각으로
6월의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고
해가 갑니다 *
* 김용택시집[언제나 나를찾게해주는당신]-랜덤하우스
* 6월의 시 – 김남조
어쩌면 미소짓는 물여울처럼
부는 바람일까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언저리에
고마운 햇빛은 기름인양 하고
깊은 화평의 숨 쉬면서
저만치 트인 청청한 하늘이
성그런 물줄기 되어
마음에 빗발쳐 온다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또 보리밭은
미움이 서로 없는 사랑의 고을이라
바람도 미소하며 부는 것일까
잔 물결 큰 물결의
출렁이는 바단가도 싶고
은 물결 금 물결의
강물인가도 싶어
보리가 익어가는 푸른 밭 밭머리에서
유월과 바람과 풋보리의 시를 쓰자
맑고 푸르른 노래를 적자
* 6월의 언덕 – 노천명
아카시아꽃 핀 유월의 하늘은 사뭇 곱기만 한데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고 안으로 안으로만 들다
이 인파 속에서 고독이 곧 얼음모양 꼿꼿이 얼어 들어옴은 어쩐 까닭이뇨
보리밭엔 양귀비꽃이 으스러지게 고운데
이른 아침부터 밤이 이슥토록 이야기해볼 사람은 없어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어가지고 안으로만 들다
장미가 말을 배우지 않은 이유를 알겠다
사슴이 말을 하지 않는 연유도 알아듣겠다
아카시아꽃 핀 유월의 언덕은 곱기만 한데… * * 유월에 – 김춘수 빈 꽃병에 꽃을 꽂으면 밝아 오는 실내의 그 가장자리만큼 아내여 당신의 눈과 두 볼도 밝아 오는가 밝아 오는가 벽인지 감옥의 창살인지 혹은 죽음인지 그러한 어둠에 둘러싸인 작약 장미 사계화 금잔화 그들 틈 사이에서 수줍게 웃음짓는 은발의 소녀 마아가렛 을 빈 꽃병에 꽂으면 밝아오는 실내의 그 가장자리만큼 아내여 당신의 눈과 두 볼에 한동안 이는 것은 그것은 미풍일까 천의 나뭇잎이 일제히 물결치는 그것은 그러한 선율일까 이유없이 막아서는 어둠보다 딱한 것은 없다 피는 혈관에서 궤도를 잃고 사람들의 눈은 돌이 된다 무엇을 경계하는 사람들의 몸에서는 고슴도치의 바늘이 돋치는데 빈 꽃병에 꽃을 꽂으면 아내여 당신의 눈과 두 볼에는 하늘의 비늘 돋친 구름도 두어 송이 와서는 머무는가 *
* 유월이 오면 – 도종환 아무도 오지 않는 산속에 바람과 뻐꾸기만 웁니다
바람과 뻐꾸기 소리로 감자꽃만 피어납니다
이곳에 오면 수만 마디의 말들은 모두 사라지고
사랑한다는 오직 그 한 마디만 깃발처럼 나를 흔듭니다
세상에 서로 헤어져 사는 많은 이들이 있지만
정녕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들은 이별이 아니라 그리움입니다
남북산천을 따라 밀이삭 마늘잎새를 말리며
흔들릴 때마다 하나씩 되살아나는 바람의 그리움입니다
당신을 두고 나 혼자 누리는 기쁨과 즐거움은 모두 쓸데없는 일입니다
떠오르는 아침햇살도 혼자 보고 있으면
사위는 저녁노을 그림자에 지나지 않습니다
내 사는 동안 온갖 다 이룩된다 해도 그것은 반쪼가리일 뿐입니다
살아가며 내가 받는 웃음과 느꺼움도
가슴 반쪽은 늘 비워둔 반평생의 것일 뿐입니다
그 반쪽은 늘 당신의 몫입니다
빗줄기를 보내 감자순을 아름다운 꽃으로 닦아내는
그리운 당신 눈물의 몫입니다
당신을 다시 만나지 않고는 내 삶은 완성되어지지 않습니다
당신을 다시 만나야 합니다
살아서든 죽어서든 꼭 다시 당신을 만나야만 합니다 * * 도종환시집[접시꽃 당신]-실천문학사 * 6월 – 이외수
바람부는 날 은 백양나무 숲으로 가면
청명한 날에도 소낙비 쏟아지는 소리
귀를 막아도 들립니다
저무는 서쪽 하늘 걸음마다
주름살이 깊어가는 지천명(知天命)
내 인생은 아직도 공사중입니다
보행에 불편을 드리지는 않았는지요
오래 전부터 그대에게 엽서를 씁니다
그러나 주소를 몰라 보낼 수 없습니다
서랍을 열어도 온 천지에
소낙비 쏟아지는 소리
한평생 그리움은 불치병입니다
* 6월 – 오세영
바람은 꽃향기의 길이고
꽃향기는 그리움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밤꽃이 저렇게 무시로 향기를 쏟는 날
나는 숲속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체취에
그만 정신이 아득해졌기 때문입니다
강물은 꽃잎의 길이고
꽃잎은 기다림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개구리가 저렇게
푸른 울음 우는 밤
나는 들녘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말씀에
그만 정신이 황홀해졌기 때문입니다
숲은 숲더러 길이라 하고
들은 들더러 길이라는데
눈먼 나는 아아
어디로 가야 하나요
녹음도 지치면 타오르는 불길인 것을
숨막힐 덧, 숨막힐 듯 푸른 연기 헤치고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강물은 강물로 흐르는데
바람은 바람으로 흐르는데
* 유월 – 이상국 내가 아는 유월은 오월과 칠월 사이에 숨어 지내는데 사람들은 잘 모르고 그냥 지나간다. 유월에는 보라색 칡꽃이 손톱만 하게 피고 은어들도 강물에 집을 짓는다. 허공은 하늘로 가득해서 더 올라가 구름은 치자꽃보다 희다. 물소리가 종일 심심해서 제 이름을 부르며 산을 내려오고 세상이 새 둥지인 양 오목하고 조용하니까 나는 또 빈집처럼 살고 싶어서…..*
* 6월의 달력 – 목필균
한 해 허리가 접힌다. 계절의 반도 접힌다. 중년의 반도 접힌다. 마음도 굵게 접힌다
동행 길에도 접히는 마음이 있는 걸, 헤어짐의 길목 마다 피어나던 하얀 꽃. 따가운 햇살이 등에 꽂힌다
* 유월은 – 나태주
유월은
네 눈동자 안에 내리는 빗방울처럼
화사한 네 목소릴 들려주셔요
유월은
장미 가시 사이로 내리는 빗방울처럼
화안한 네 웃음 빛깔을 보여 주셔요
하늘 위엔 흰구름 가슴 속엔 무지개
너무 가까이 오지 마셔요
그만큼 서 계셔도 숨소리가 들리는 걸요
유월은
네 화려한 레이스 사이로 내다보이는 강변
쓸리는 갈대숲 갈대새 노래 삐릿삐릿…..
유월은
네 받쳐든 비닐우산 사이로 빙글빙글 돌아가는 하늘빛
비 개인 하늘빛 속살을 보여 주셔요 * 유월 – 김달진 고요한 이웃집의
하얗게 빛나는 빈 뜰 우에
작은 벚나무 그늘 아래
외론 암탉 한 마리 白晝와 함께 조을고 있는 것
판자 너머로 가만히 엿보인다
*
빨간 蜀葵花 한낮에 지친 울타리에
빨래 두세 조각 시름없이 널어두고 시름없이 서 있다가
그저 호젓이
도로 들어가는 젊은 시악시 있다
* 깊은 숲 속에서 나오니
유월 햇빚이 밝다
열무우 꽃밭 한귀에 눈부시며 섰다가
열무우꽃과 함께 흔들리우다 * * When June is Come – Robert Seymour Bridges When June is come, then all the day,
I’ll sit with my love in the scented hay,
And watch the sunshot palaces high
That the white clouds build in the breezy sky.
She singth, and I do make her a song,
And read sweet poems the whole day long;
Unseen as we lie in our haybuilt home,
O, life is delight when June is come. – 6월이 오면 6월이 오면, 나는 온종일 사랑하는 이와 향긋한 건초 속에 앉아 미풍 부는 하늘 높은 곳 흰 구름이 지은 햇빛 찬란한 궁전들을 바라보리라. 그녀는 노래 하고, 난 그녀 위해 노래 만들고, 하루 종일 아름다운 시 읽는다네. 건초더미 우리 집에 남몰래 누워 있으면 아, 인생은 즐거워라 6월이 오면. * * 장영희역 * 유월의 들꽃 – 박종영
낮은 산허리 감고 밋밋하게
떠도는 안개 사슬
푸른빛 밟고 가는 산천마다
풀국새 뭉개진 울음이
쑥 빛으로 물들고
밭둑 가 애기똥풀이
아장아장 걸어 나오면
더운 바람에 길 내어주고 비켜선
민들레 가벼운 웃음
그제야
등 시린 추억 등에 업고
그리움 밀어올리는 유월의 들꽃 * 유월의 창가에서 -늙어가기 39 – 문병란 6월의 창가에 앉아 있으면 저만치 서 있는 성숙한 여인 같은 나무들이 제마다 비취빛 큰 부채를 들고 서서 풍만한 가슴을 향하여 손을 흔든다. 어릴 적 포근히 잠들곤 하던 세월 모를 단내 나는 어머니 품 속 큰 누님의 등에 업혀 자장가 듣던 그 아득한 뒤안길의 아련함 같은 것일까. 가만히 귀기울이면 향그런 숨결이 전해오듯 수천 개의 이파리들이 소곤거리는 음악에 취해 나는 그 넉넉한 치마 그늘에다 쉬야를 본다 어릴적 꿈속에 젖던 그 한낮의 소나기 같은….. 6월의 대지는 풍만한 여인의 단내 나는 육체 산들은 모로 누워 그 허리통마저 드러냈는데 저만치 담장 너머 능소화는 익을 대로 익었다. 아, 사랑한다는 것은 가슴 가득 채우는충만함 무엇인가 쭉쭉 뻗어가고 싶은 간절함으로 내 가슴 속에서도 뿌듯한 분수가 솟구치는 것이다. *
* 유월의 살구나무 – 김현식
피아노 소리는 마룻바닥을 뛰어다니고
창 밖엔 비가 내린다 기억나는 일이 뭐,
아무것도 없는가? 유월의 살구나무 아래에서
단발머리의 애인을 기다리며 상상해 보던
피아노 소리 가늘고도 긴 현의 울림이
바람을 찌르는 햇살 같았지 건반처럼 가지런히
파르르 떨던 이파리 뭐 기억나는 일이 없는가?
양산을 거꾸로 걸어놓고 나무를 흔들면
웃음처럼 토드득 살구가 쏟아져 내렸지
아! 살구처럼 익어가던 날들이었다 생각하면
그리움이 가득 입안에 고인다 피아노 소리는
마룻바닥을 뛰어다니고 창 밖엔 비가 내린다
살구처럼, 양산의 가늘고도 긴 현을 두드리던
살구처럼, 하얀 천에 떨어져 뛰어다니던 살구처럼,
추억은 마룻바닥을 뛰어다니고 창밖엔 비가 내린다 *
* 6월 – 김수복
저녁이 되자 모든 길들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추억 속에 훤히 불을 밝히고
유월의 저녁 감자꽃 속으로
길들은 몸을 풀었다
산 너머로, 아득한 양털구름이
뜨거워져 있을 무렵,
길들은 자꾸자꾸 노래를 불렀다
저물어가는 감자꽃 밭고랑
사이로 해는 몸이 달아올라
넘어지며 달아나고, 식은
노랫가락 속에 길들은
흠뻑 젖어 있었다. *
* 6월엔 내가 – 이해인
숲속에 나무들이 일제히 낯을 씻고 환호하는 유월 유월엔 내가 빨갛게 목타는 장미가 되고 끝없는 산향기에 흠뻑 취하는 뻐꾸기가 된다 생명을 향해 하얗게 쏟아 버린 아카시아 꽃타래 유월엔 내가 사랑하는 이를 위해 더욱 살아 산기슭에 엎디어 찬비 맞아도 좋은 바위가 된다.
* 강천산에 갈라네 – 김용택
유월이 오면
강천산으로 때동나무 꽃 보러 갈라네
때동나무 하얀 꽃들이
작은 초롱불처럼 불을 밝히면
환한 때동나무 아래 나는 들라네
강천산으로 때동나무 꽃 보러 가면
산딸나무 꽃도 있다네
아, 푸르른 잎사귀들이여
그 푸르른 잎사귀 위에
층층이 별처럼 얹혀
세상에 귀를 기울인 꽃잎들이여
강천산에 진달래꽃 때문에 봄이 옳더니
강천산에 산딸나무 산딸꽃 때문에
강천산 유월이 옳다네
바위 사이를 돌아
흰 자갈 위로 흐르는 물위에
하얀 꽃잎처럼 떠서
나도 이 세상에 귀를 열 수 있다면
눈을 뜰 수 있다면
이 세상 짐을 다 짊어지고
나 혼자라도 나는 강천산에 들라네
이 세상이 다 그르더라도
이 세상이 다 옳은 강천산
때동나무 꽃 아래 가만가만 들어서서
도랑물 건너 산딸나무 꽃을 볼라네
꽃잎이 가만가만 물위에 떨어져서 세상으로 제 얼굴을 찾아가는 강천산에
나는 들라네
* 6월 – 황금찬
6월은
녹색분말을 뿌리며
하늘 날개를 타고 왔느니.
맑은아침
뜰 앞에 날아와 앉은
산새 한 마리,
낭랑한 목청이
신록에 젖었다.
허공으로
날개치듯 뿜어 올리는 분수,
풀잎에 맺힌 물방울에서도
6월의 하늘을 본다.
신록은
꽃보다 아름다워라.
마음에 하늘을 담고
푸름의 파도를 걷는다.
창을 열면
6월은 액자 속의 그림이 되어
벽 저 만한 위치에
바람없이 걸려있다.
지금은 이 하늘에
6월이 가져온
한 폭의 풍경화를
나는 이만한 거리에서
바라보고 있다. *
* 황금찬시집[별이 있는 밤]-양림사,1983
[좋은시]6월의 시 모음
728×90
♬6월의시/6월의시모음/6월의달력/목필균시인
이채시인/이해인시인/중년의가슴에6월이오면
6월의장미/6월이오면/오세영시인/6월/도종환시인
김용택시인/6월의꿈/임영준시인/6월의언덕
노천명시인/황금찬시인/김남조시인/이외수
6월에는/나명욱시인/6월의기도/유월의기도
김경숙시인/금낭화/.안도현시인/6월의동요
고재종시인/이정화시인/6월에쓰는편지
허후남시인/유월의햇살/6월의햇살/신석종시인
6월기집애/나태주시인/무명인/에밀리디킨슨
6월의산/반기룡시인/김정호시인/임영조시인
6월의빛공원에앉아/해마다6월이면/김사랑
6월의노래/정연복/6월의눈동자/신석정/유월의노래
김용호/또한송이의나의모란/로버트브리지스
카프카/6월의나무에게/안톤슈나크/이문재시인
6월에는스스로잊도록하자/유월副詞性8
6월 좋은 시♬
6월의 시 모음
6월이 되면 바다로 가고 싶다.
6월이 되면 한 편의 시가 그리워진다.
6월이 되면 한 편의 시를 쓰고 싶다.
6월이 되면 들로 가고 싶다.
6월이 되면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홀로 여행을 하고 싶다.
6월이 되면 왜 이리 마음이 설레는지.
마냥 겉옷을 벗어던지고,
개울가에 발을 담구고 싶다!
[6월의시]6월의 달력-목필균
[6월의시] 6월의 시-이해인
[장미에관한시]6월의 장미-이해인
[6월의시]중년의 가슴에 6월이 오면-이채
[6월의시]6월에 꿈꾸는 사랑-이채
[6월의시]6월-오세영
[6월의시]6월이 오면-도종환
[6월의시]6월-김용택
[6월의시]6월의 꿈-임영준
[6월의시]6월의 언덕-노천명
[6월의시]6월-황금찬
[6월의시]6월의 시-김남조
[6월의시]6월-이외수
[6월의시]6월엔 내가-이해인
[6월의시]6월에는-나명욱시인
[6월의시]유월의 기도-김경숙 시인
[6월의시]금낭화-안도현시인
[6월의시]6월의 동요-고재종시인
[6월의시]6월-이정화시인
[6월의시]6월에 쓰는 편지-허후남시인
[6월의시]유월의 햇살-신석종 시인
[6월의시]6월 기집애-나태주 시인
[6월의시]6월의 산-정연복
[6월의시]청시-김달진 시인
[6월의시]6월-반기룡 시인
[6월의시]6월의 빛-공원의자에 앉아 (김정호 시인)
[6월의시]6월-임영조 시인
[6월의시]해마다 유월이면-최승자 시인
[6월의시]유월-副詞性 8
[6월의시]유월의 노래-김사랑시인
[6월의시]6월의 눈동자-정연복 시인
[6월의노래]유월의 노래-신석정
[6월의시]또 한송이의 나의 모란-김용호 작시
[6월의시]6월이 오면-로버트 브리지스
[6월의시]6월의 나무에게-카프카
[6월의시]6월에는 스스로 잊도록 하자-안톤 슈나크
[6월의시]무명인-에밀리 디킨슨
6월 시 모음<3>
유월 / 배귀선
푸른 신록 미끄럼질 쳐올 때
바람에 담긴 6월의 냄새
노오란 감꽃진 자리마다 몽당몽당 열매를 달고
따가운 햇살 한웅큼 바람에
청보리 노랗게 익는 한낮
감자꽃 가득한 흰 들녘엔
느린 걸음의 황소가 지난다
뒷산 밤나무 꽃 흐드러지게 피면
짧은 밤 뒤척인 졸음을 못 이겨
빛깔 짙어지는 그늘을 빌려 잠시 쉬어가도 좋으리
멀리 산자락 마을이 액자 속 풍경으로 걸어올 즈음
나는 유월의 시를 쓴다
푸른 유월/ 목필균
내게도
저런 시퍼런 젊음이 있었던가
풀빛에 물든 세상
떠들썩한 세상이 온통 초록빛이다
흥건하게 번져오는 녹음이
산을 넘다가 풍덩 강에 빠진다
푸르게 물든 강물
푸르게 물든 강물이
또르르 아카시아 향기 말아쥐고
끝없이 길을 연다
눈으로 코끝으로
혀끝으로푸른 혈맥이 뛰며
펄펄 살아 숨쉬는 6월 속으로
나도 따라 흐른다
유월사랑 / 오순화
아카시 꽃이 나무그늘에 누워
유월이 가더라
밤꽃향기 달빛에 애달픈 사랑노래
남기고 지더라
찔레꽃 별빛아래 옛사랑
시를 쓰고 떠나더라
이 산
저 산 푸른 날
저 바다에 섬그림자 해당화 포옹하고
찔레꽃잎 데려가는 강가에
하얀 면사포같이 흩날리던
유월이 가더라
유월의 향기 / 강민경
바람 불어오는
바다 저편 고향 언덕배기에서
향기 날리는 하얀 밤나무 꽃
벌, 나비 발목 잡아당기는 소리
닫혔던 내 귀를 엽니다
담 넘어 목울대 세우는
붉은 장미꽃 연정에 이끌려
멈칫거리는 차들, 산책길 주춤거리는 발소리들,
그녀의 매혹적인 눈 윙크에 끌려
흘러간 반 토막 세월에, 남은 반 토막을
접목합니다
아카시아 하얀 꽃 떨군 자리에
하나씩 되살아난 그리움 채우듯
홀로 쑥쑥 피워 올리는 각시 꽃
하늘 바라기는,
바다 건너 고향 기웃거리는
나 같이, 쓸쓸하고 애처롭습니다
하늘 찌르는 푸른 숲에 나무들
해와 바람에 목울대 세우는
빨간 장미꽃 연정을 빌어
하얀 밤나무 꽃 사연을 엮어
각시 꽃의 귀를 열어 놓았습니다
六月엔 내가 / 이해인
숲속에 나무들이
일제히 낯을 씻고
환호하는 六月
六月엔 내가
빨갛게 목타는
장미가 되고
끝 업는 山香氣에
흠뻑 취하는
뻐꾸기가 된다
生命을 향해
하얗게 쏟아 버린
아카시아 꽃타래
六月엔 내가
사랑하는 이를 위해
더욱 살아
山기슭에 엎디어
찬비맞아도 좋은
바위가 된다
유월의 꽃창포 / 박종영
낮은 산허리 감고 밋밋하게
떠도는 안개비 사륵사륵
소담한 산수국 등허리 적시고,
푸른빛 밟고 넘는 산천마다
풀국새 뭉개진 울음이 쑥 빛으로 물들고
물봉선 연둣빛 웃음에 마음을 빼앗기는 시절,
밭둑 가 애기똥풀이
아장아장 걸어 나오면
더운 바람에 길 내어주고 비켜선 노란 민들레
꽃술에 새벽 별이 흐르면
또르르 영롱한 물방울이 그리움으로 속삭이고,
구름을 물고 흐르는 샛강
낯익은 징검다리 반질반질한 얼굴마다
유장(悠長)한 세월이 눌러앉아 등 시린 추억을 다독이고
그제야,
애환의 세월 피워 올리는 유월의 꽃창포
유월은 / 나태주
유월은
네 눈동자 안에 내리는 빗방울처럼
화사한 네 목소릴 들려주셔요.
유월은
장미 가시 사이로 내리는 빗방울처럼
화안한 네 웃음 빛깔을 보여 주셔요.
하늘 위엔 흰구름 가슴 속엔 무지개
너무 가까이 오지 마셔요.
그만큼 서 계셔도 숨소리가 들리는 걸요.
유월은
네 화려한 레이스 사이로 내다보이는 강변
쓸리는 갈대숲 갈대새 노래 삐릿삐릿…..
유월은
네 받쳐든 비닐우산 사이로 빙글빙글 돌아가는 하늘빛
비 개인 하늘빛 속살을 보여 주셔요.
유월의 장미 / 최남균
유월의 장미가 붉은 것은
파란 하늘에 기다림이 지쳐서
게워놓은 그리움 때문이고
유월의 장미가 유난히 붉은 것은
초록 그늘 속으로 사라진 뒷모습이
단단한 수피로 얼룩져있기 때문이고
유월의 장미가 홍시처럼 붉은 것은
무르익어가는 사랑의 종말이
행여, 씨든 꽃다발처럼 목메이기 때문이라고
유월의 눈 / 김남복
술바람 술술 부는 날
눈 내리네
표피 찌르던 바늘바람 대신
산들바람 타고 눈 내리네
언덕 넘어
뜀박질
향기 날리네
스르르르 내리는 눈
몸 속 스며드는 아카시아 향
유월의 눈은
향기 가득 추억의 눈
유월 아침에 / 양해선
장맛비 멈칫한 유월 아침
지금쯤 공원길을 걷고 있을 것 같아
가던 길 지나쳐 그리로 달려간다
오가는 사람들 중에
닮은 모습이 왜 그리도 많은지
멈췄다 다시 가고
또 멈췄다 다시 가다 보면
어느덧 길은 끝나 가고
돌아서려는 순간
건너 편 차창에 다소곳이 앉아
먼 곳을 바라보는 그 얼굴
숨이 멎는 듯하여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벌써 고갯길 넘어가는데
서산 모퉁이 끝에서
난데없는 무지개가 피어오르고
접시꽃 만발한 길을
유월 아침이 따라간다
그친 비는 다시 내리고
헛걸음일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렇게 가슴이 뛰는 걸 보면
그 그리움의 끝은
아직도 멀긴 멀었나 보다
‘너무 푸르러 슬픈 유월이여’ / 정웅
폐허, 철원노동당사 앞에 서면
해방의 염원은, 차라리 연민스러워
그 옛날 관동별곡을 그리지만
어쩌면, 발해를 꿈꾸는 방관자
‘철마는 달리고 싶다’며
60여년을 쓸쓸히, 모질어
달무리 드는 밤이면, 슬퍼
달빛에 일렁이는, 월정역(月井驛)
스물네번을, 주인을 바꾼 백마
모윤숙은 유월의 풀숲에 누우면
‘백마의 얼을 본다’고 했던가?
님들, 아직도 백마를 잊지 못하는가
한탄강 굽이굽이, 백골들
한탄(恨嘆)의 넋이 되어 흐르는데
목젖까지 차오르는 노여움,
너무 푸르러 슬픈 유월이여!
유월의 시 / 권오범
귀가 엷은 쌍것들
붉은 완장 차고 어긴 천륜
피와 목숨으로 바꿔
천신만고 끝에 지킨 반 토막 자유
절단 난 상처
조물주도 간섭하지 않아
아픔이 구천에 사무쳐
호국영령들이 아직껏 통곡하련만
자유가 먹물 먹고 방종 일삼더니
몽둥이찜질 없는 틈타 삐딱해진
붉게 물든 미친개들이 넘쳐나
심장에 똬리를 틀었으니
유월의 태양이 어둠 속에서 잠들면 / 조철형
유월의 고운 햇살이
바람과 함께 들녘을 달려오더니
그리움 한 줌 내려놓습니다
바람은 오늘도 잠을 설치며
임이 오시길 기다려요
가끔은 임이 밤새 다녀 가시지 않았나
주변을 살펴봅니다
그리운 임은
바람부는 겨울은 추워서 오시기 힘드셨지요
이제 따뜻하고 푸른 여름날이 되었어요
푸른 꿈속에라도 한번쯤
오롯이 오실때가 되었네요
서산 노을을 바라볼때면
바람의 가슴이 점점 아려와요
임과 함께 무지개빛 노을을
한번도 같이 바라다 보지도 못한 세월이 아쉬워
가끔 먼 산 바라보며
임의 다정한 얼굴 떠올리려고 애씁니다
임의 사랑스런 말한마디
들려 올 듯 한 날 입니다
임께서는 어둠이 내려오는 저녁엔
어디 계시나요
유월의 태양이 어둠속에서 잠들고
그믐달이 천천히 떠오르는 밤이면
바람의 가슴이 임을 향한 그리움에 출렁거립니다
임께로 가는 길 아직도 멀고
가슴에 쌓인 아쉬움 사라지기도 전
또 하나의 그리움이 자리합니다
낙엽지는 가을이 이제 또 다가와
바람의 심장에서 흔들거리겠지요
임께서 푸르고 고운 모습으로
바람의 곁에 다가와 주실까
잠 못드는 밤은
바람이 또다시 새벽을 꿈꾸는 시간이지요
임의 꿈
바람이 대신 꿀 수 있는
시간이 허락하는 동안
아쉬움과 그리움을
바람의 가슴에 안고
고운 임 오실날 기다리겠습니다
고운 임께 가는 날 기다리겠습니다.
유월에 / 허광빈
초록의 희망을 키우는
유월의 대지처럼
꽃 한송이 피워 내려고
잠들 수 없는
유월의 바람
혼자서 길을 걷다 보면
당신이 있기에
유월이 가고
새날이 오면
더욱 청청한 마음으로
새 옷을 입고
또 다시 당신을 맞는 기쁨
새로이 샘솟는 그리움으로
유월의 꽃 / 강대환
유월의 하늘은 다채롭다.
그대들이 있어
유월은 오월 보다 더 푸르다
그대들의 청춘으로
유월의 山河 는 푸르고
그대들이 흘린 피로
江山는 더욱 붉다
祖國의 이름으로 쓰러져간 꽃이여!
숭고한 우리들의 꽃이여
눈부시게 승하되어 우리들 가슴에
피어나는 꽃이여!
떨어지지 않고 내려오는 태양의 빛이여!
夕陽 이 비치는 언덕에서 바라보면
倫熙 가 흐느껴 운다.
유월의 빗길 / 고은영
가게 문을 활짝 열어 젖힌 채
도심의 어둠 속 아스팔트에
격정적 의문으로 꽂히는 빗물을 바라본다
서글픈 자동차 경적이 빗물에 아스라이 묻혀 간다
구멍 난 가슴으로 뭉클 차오르는 그리운 것들의 부재
피와 주검을 부르는 광폭한 정사(政事)여
원망과 조롱, 희망없는 시대를 부르짖는 울음이
유월의 섬세한 가슴을 핏빛 혼돈으로 물들이고 있다
나는 어디로 가며 그리고 너는 어디로 가는 것이냐
나의 이력이 비루한 가난이라 너의 기쁨이 될 수 없다면
세상이 무슨 소용이냐
저 초록의 살랑거리는 실루엣
넓이와 깊이를 헤아려 걷는 사랑의 보폭마다
믿음과 신뢰로 안부 하는 유월의 중심에
푸른 녹음을 어우르는 비가 내린다
초저녁부터 내리는 비는 해갈의 긴 울음처럼
자정을 넘어 새벽까지 치닫고 있다
할 수만 있다면 인생을 되돌리고 싶다
저 굽이치는 빗물이 흐르는 소리에
내 영혼을 씻을 수 있다면
지금에 와서 나는 못 견디는 슬픔을 묻지 않으리
좌초된 현실에 삭아 지분거리는 기억들
이미 부식해 간 청춘의 후회스럽더라도
치근대는 눈물을 묻지 않으리
우리의 유월 / 이문조
우리의 유월은
저 담장 위에 붉게 피어난
줄장미처럼 아프다
아니 줄장미 뾰족한 가시처럼 아프다
젊디젊은
청춘들의 뜨거운 붉은 피가
아직 식지 않았는데
아직 마르지 않았는데
우린 잊었다
까맣게 잊었다
아주 먼 나라의 일인 양
어느 영화 속의 한 장면인 양
아직도
원수의 총부리는
우릴 겨누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는데
우린 너무 여유롭구나
아픈 유월이여!
슬픈 유월이여!
우리 다시는
슬픔의 아픔의
유월을 만들지 말자.
유월 비 내리는 날 / 최강림
어찌하여 유월 비는
색깔조차 서러운 것이냐,
바람이 비를 몰고 와
내 입술을 간음하던 날
접시꽃
붉은 꽃잎도
히죽히죽 웃더니.
하마 절망도 과분한
이력서를 손에 쥐고
가슴 쓸어내리며
풍장(風葬)으로 울 것인가,
무량의
시계 밖에서
떠도는 지친 육신.
나를 잘게 썰어서
술잔 속에 용해하면
촉촉한 눈 헹구면서
발등이라도 적실까,
너 떠난
텅 빈 그 자리
현(絃)이 홀로 떨고 있다.
유월 / 김용화1
때까치 새끼 치는 참죽나무 아래
늦은 잠에서 막 깨어나는
청개구리
한 마리,
지난밤
얼마나 울었는지
눈두덩이 많이 부어 있다
유월의 개꽃 / 김남복
여왕의 햇살 아래
연분홍 손은
언제부터인가
찾는 이 없어서
반기는 이 없어서
몸뚱이는 쪼글쪼글
핏기없는 산들 바람
떠나가는 상여의 소리
유월에 느끼는 바람의 물결 / 안상인
6월을 유월(逾越)로 생각해본다
유구한 시류(時流)를 추월하며
유유히 흐르는 삶의 물결은 이러했다
농업화로 먹거리 물결을 이루더니
산업화로 편리함 물결로 치닫고
정보화로 더 많이 더 빨리 물결,
이젠 창조적 다원화의 물결로
오롯한 하나의 원으로 엮는
글로벌 시대, 지구촌 한 가족,
큰 물결이 몰려오고 있다
이 시대적 시인의 사명은
창의적 사유(思惟)의 고뇌를
세미한 가슴결로 느껴
유연한 바람결 파문을 일으켜서
보고 듣는 시물결 파동을
삶의 원동력, 진원이 되도록
시문화를 키울때임을 자각함이
유월에 느끼는 바람의 물결이다.
유월 장대비 추워라 / 김숙경2
꽃향기 진동하는 유월이 무색하게도
지금은 지구촌 곳곳이 어둡고 추워라
불 밝히려는 이유조차 잠시 숨을 죽인 채
아슴푸레한 그림자로 어룽이는 초여름한기
가슴정수리에 허한 동굴이 패인 까닭은 무엇
강대한 여유가 약소의 의미를 강압하는 탓에
의식이 잠들지 못하는 비감 미망에 추워라
고였다가 사라져가는 전설속의 파도처럼
갈피 못 잡은 수장의 말을 못 찾는 애석함에
왜 또 하늘 쪼개지듯 천둥 뇌성에 장대비까지
한계의 벽에 호소코자 추운 손에 창백한 촛불
짐승의 포효와 절규보다 더한 울부짖음으로
유월 장대비에 몸 맡기는 작은 빛들의 행렬
장마에 이사를 떠나는 노숙자의 심정이 이럴까
시도 때도 초월한 생존의 엄위를 고하는 의미여
꺼이꺼이 울음일랑 삼키지를 마라 빛의 빛이여
다들 하는 회억에다 살가움까지 기억 못하고
무위한 경계의 선을 그어 단절의 고배를 드는가
추락하는 썩은 동아줄을 그리 쉽게 수락은 왜?
병 약의 처방으로 약소국들에 떠안기는 무례를
채집될 수 없음에 억압의 초여름 밤 추워라
누군 잠을 청하고 누군 정중하게 꿈을 부르지만
지금은 온 지구촌의 선량들이 역지사지할 때!!!
유월, 그 예언의 천둥번개는 / 장진숙
더위가 일찍도 찾아오더라니
열대야 현상에 잠 설치고 일어난 아침
아파트 단지가 설설 끓었다
불에 데인 듯 소란했다
에미들 에그머니나 놀라 동이난 쌀이며
라면을 찾아 동동거릴 때 수영도
에어로빅도 노래교실도 작파하고 품절된
통조림과 Gas를 찾아 정신 없을 때
아이들은 주차장에서 피융피융 신나게
서바이벌 게임을 즐겼다 오후엔
한동안 중단되었던 민방위 사이렌이
서둘러 눈 부비며 달려나오고 고층 건물 위로
군용 헬기들이 굉음을 몰고 지나갔다
전쟁이 터지면 총들고 나서겠다며 아비들은
삼삼오오 모여앉아 늦도록 한숨 섞인 술잔을 기울였다
무료하고 심심한 이방인에겐 재미도 있을 거야
이왕 만들어 놓은 무기 팔아 치부도 하고 싶겠지
2년 전 우리가 불꽃놀이 구경하듯 걸프만 하늘
화사하게 수놓던 패트리어트 요격 미사일을
느긋하게 즐기며 지켜보았듯 그렇게
여유있게 CNN뉴스 기다리겠지
지도를 펼치면 한점 소흑성 같은
너무도 작아서 슬픈 나라, 찢어져 서로 헐뜯는
우애라곤 씨알도 없는 서러운 나라
그 나라를 둘러싸고 손뼉치며 싸움 부추기는
이방인, 그대들은 누구인가
부글부글 끓는 울화에 더위마저 기승을 떨던 늦은 오후
어디선가 갑자기 잠자리 잠자리떼 새까맣게
허공을 메우며 가로 세로 날아 올랐다
어리석은 인간들을 비웃듯 용용 죽겠지 약올리며
강변 쪽으로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말잠자리떼
그들이 남기고 간 구겨진 하늘을
복도 끝에 오래 서서 지켜보았지만
벌떼처럼 소란했던 예언의
천둥 번개는 치지 않았다
유월의 사랑 / 박효찬
유월의 첫 만남
아침 햇살 뜨거움으로
하루의 문을 열고
푸른 숲 사이
빨갛게 고개 내민
장미 꽃망울에 인사하며
뜨거워져가는 아스팔트 길
열기 속에 헐떡거린다
만원 버스 속을 헤집던
그 여름날
갓 피어난 장미에
넋 놓아 울던 사랑
흔적은 바래지고
습한 공기가 느껴지는
유월의 첫 만남은
왠지
날 슬펴지게 한다.
유월엔 보리바람 슬프다 / 이영균
노곤한 유월의 긴 햇살
봄꽃을 분주히 다 보내고
밭보리 익어가는 소리 평온하다
바람 누런 보리밭 가는 길
논두렁 뚝 찍어 끝나는 곳엔
찔레꽃 소담한 소솔길이 있다
뻐꾸기 푸르도록 울음 길고
아카시아 향기 자옥한
길게 쏟아진 햇빛의 비명 깊은 숲
찔레가시 찔린 손으로 꽃 쥐어주던
그날이후 햇살이 긴 유월엔
누렇게 불어오는 보리바람이 슬프다.
유월이다 / 하영순
유월은 무겁다
하늘도 무겁다 소리 친다 마른하늘!
무거운 마음 달래도 보고
달래려고
님 찾아 갑니다 유월이면
낙동강을 빨갛게 물들인 님
지금은 편한 걸음
조국이 있고 그대 희생이 있었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풀을 베고 비석도 닦고
술을 치고 묵념과 예를 올리면서
무거운 마음 내릴 수 없습니다
아직도 간간이 빗방울이 붉은 빗방울이
도처에 내립니다
저 구름 거두어 푸른 하늘이게 해 주소서
님이시여!
유월 / 이문재
개구리 소리 자욱해지고 얕은 논물
기분좋게 떨린다 저녁은 모낸 논 위로
교회당 종소리들 띄엄 던지게 한다
굴렁쇠 굴리며 달려나간 아이는
언덕길 위로 떠오르지 않고
아직 느슨한 어둠이 굴뚝으로
밥짓는 연기를 빨아마신다
귀에 들어간 물을 빼려
돌을 갖다댈 때의 따스함처럼
불이 들어오는 風景
유월의 꿀벌 / 김내식
여왕을 위하여
국가를 위하여
벌들은 제 몸을 돌보지 않는다
정든 고향 멀리 떠나
산을 넘고 강을 건너
남쪽에서 북쪽으로 붉은 꽃잎속으로
피보다 진한 꿀을 따 가득 채운다
벌통에 접근하는 적을 향하여
하나 밖에 없는 목숨을 건다
어느 날 말벌이 대문에 나타나면
모가지가 댕강댕강 잘리면서도
독침을 쏘고 죽는다
벌통의 주인은 모이는 꿀을 털어내다
장마가 찾아오면 설탕물 넣어주나
용감하고 진실한 벌들은
여왕을 위하여
국가를 위하여
제 한 목숨 다 바친다
유월의 노래 / 임승천
창 열면 밀려오는 시원한 바람결
푸른 산과 들 유월의 맑은 바다여
창 밖엔 그리움이 바람처럼 밀려오고
내 마음에 들려오는 그대의 사랑 노래
창 열면 밀려오는 유월의 바람결
푸른 마음 속 유월의 빛난 바다여
창 밖엔 그대 모습 구름따라 달려오고
내 마음에 돌아오는 그리운 그대 모습
그리운 그대 모습
유월에 피는 장미꽃 / 김종원
또 수탉들 세상이 오나 보다
병아리 암탉들 밟고 올라
담장 위로 쫑긋 세운 닭벼슬
피는 피를 불러 신명나는 닭싸움
닭벼슬 붉게 물든 담 너머
천하의 수컷들 기 싸움 눈 싸움으로 웅성거리면
천륜은 반백 년을 잦아들고
해마다 엎드려 땅을 치는 동작동
피 먹지 않은 산이 어디 있으랴
유월 청산은 피꽃
유월의 이유 / 김종제
비단으로 수놓은 이 땅의
유월에는
종이 위에 문자로 쓰여진
낡은 경전이 필요한 게 아니다
누구의 말씀보다 더 좋은 것이
우리 마을마다 동네마다
아직 서낭당으로 솟대로 서 있다
대문 열고 들어오면
천장에도 부엌에도 장독대에도
그런 말씀보다 좋은 것이 그득하다
이 땅에 있어야 할 것은
무지갯빛으로 찬란한 이념이나
붉은 깃발로 눈 어지럽히는
사상이 아니다
우리의 산하에는
들꽃 무리 지어 핀 다음에
그 고운 향기가 우물까지 빨래터까지
멀리 퍼져 나가야 하고
우리의 들녘에는
과수果樹 무럭무럭 자라난 다음에
튼실한 열매 맺어
다리 밑까지 달 아래까지
배불리 먹여야 한다는 것이다
쇠 녹이는 그 향기로
生 있는 것마다 고루 쉬어야 하고
마음 죽이는 그 열매로
命 있는 것마다 길게 나누어야 하고
이 땅에 유월이 있어서
무기의 계절이 없어야 하고
금을 그어놓은 철책이 없어야 하고
비무장의 눈빛만 있어야 한다
오월을 보내고 유월을 맞으며 / 김경렬
가시 많은 장미는 요염하게 꺾지 말라네
아카시아 스위트향에 볼품없다 외면하니
피 끓는 오월에 텅 빈 향연 뒤로 보내네
유월에 제비더러 박씨 물어 오라 할까
포성 속 혼을 태워 지킨 골 정기 받아
유월엔 치국형세를 굽어살펴 주소서
유월은 / 박건삼
라일락 꽃향기 사라지고
아카시아 흰 꽃 늦은 봄바람 불어
푸른 하늘로 날아오르면
계절의 여왕은 당신의 포로
갓난아기 손같은 은행잎이
백일 지난 아기의 웃음으로 퍼지면
연두빛은 초록으로 달려가고
파도가 꿈꾸는 철 이른 바닷가엔
이중섭의 유화 속으로 개헤엄 치는 아이들이 즐겁다
진달래 꽃 필 무렵에 오마던 그 약속이
오월 단오 창포 꽃 하도록 가뭇없는데
설레며 살아온 계절, 탓한들 한번 가버린 님이 올까만
붉은 꽃잎 떨어진 오후
애잔한 열정을 유혹하는 당신은
차라리 장미의 붉은 입술이다
첫 소나기 지나간 오후 무지개 걸린 산하
반쯤 먹다 남은 솜사탕 같은 구름 한 점 산허릴 휘감고
찬란한 유혹으로
잃어버린 청춘을 꼬드기는 당신은
오만해도 아름다운 이름
모란꽃이 피면
어디선가 성미 급한 매미가 파도를 부르고
황포돛배가 사라진 무심한 한강 위로 유람선이 흐른다
유월이여!
당신은 얼마나 큰 마법의 가슴이길래
계절의 여왕을 포옹하고 구룡포 가는 길
노고지리 치솟는 오월의 푸른 보리밭을
저리 고운 황금빛으로 바꿔
꿈꾸는 푸른 바다마저 춤추게 하느뇨.
윤 유월 / 윤용기
윤 유월의 60갑자
찾을 수 없어도
그 때의 매미 소리는
아직도 창창한데
무심한 세월만이 우리를 삼켰구나
질고의 환란
소스라쳐도
변함 없는 무궁화의 그 자태
그 아름다움 간직 하였네라.
영겁의 세월 켜켜이 흘러도
오매불망
민들레 꽃잎 되어
환한 세상의 등불 되었네라.
아 아
윤 유월의 60갑자 찾을 수 없어도……..
유월 어느 날 / 윤용기
祈雨祭니, 揚水機 誠金이니,
管井을 뚫느니
野檀法席이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단비니, 뭐니 하더니만
또 다른 浸水被害라
아무리 奸詐한 것이 人間이라지만……..
造物主의 攝理에는
티끌보다 못한 存在인 것을.
유월의 序詩 / 박장락
草 夏의 숲 속에서
맨 살갗을 어루만지는 햇빛조차도
에로틱한 그대의 눈빛에 그만,
바람도 다급한 김에 그만,
농염(濃艶)한 유월로 성급히 뛰어들고 말았으니
바람난 녹음(綠陰)을 어찌 잠재울까
유월의 숲에서 불타는 가을을 기약하며
암호도 공간도 없이
물푸레나무처럼 푸르고 질기게 사랑하다
황홀한 오르가슴의 化身으로
한낮의 폭염조차도 숨 쉴 수 없는
불길 속에 타들어가는 소리,
사랑은 지나간 뒷모습조차 아름다웠노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붉게 타는 그날까지.
유월의 한낮 / 김영천
유월 하순의 오후는 새벽보다 하얗고
더 가볍다
공기는 모두 부풀어 하늘까지 오르고
텅 빈 길로는 한것 작아진 그림자들이
도시의 그늘에 제 가벼운 몸을 눕힌다
나비 한 마리가 팔랑팔랑 날아와
햇살처럼 가볍게 앉으면
마침내 노곤한 잠이 내 콧등을 건드리고
나는 어느덧 동그랗게 부푼 한낮의 공기를 따라
한없이 가벼워진다
지금쯤 하나님도 점심을 드시고 의자에 기대어
꾸뻑 조실까
난데없은 자동차의 굉음에 깜짝 놀라 일어나면
윙윙 돌아가는 선풍기 소리가
빈말처럼 귓속에서 웅웅거린다
유월의 장미 / 권정자
저 태양의 분노를 피해
그늘에 서면
도전인 양 다가오는
네 곤혹의 눈빛
절절한 설움 빛깔로도
다스릴 수 없는 정염(情炎)은
온 땅에 사무쳐
가시로 돋고
모순의 불을 밝혀
잿빛 세월을 휘감아온
애틋한 넋이
뙤약볕 아래
사위어가는
이유도 모른 체
나는 네 꽃잎을 떼어
바람에 날리네
벙어리로 자란 진실만
향기로 남아
누군가의 코에 스밀 때
그는 기억하리라
너의 순결한 그림자와
잠들지 않는
투혼을.
유월이 오면 / 김낙필
푸른 강으로 흐르는
유월이 오면
깊은잠에서 깨어
하늘오르는 기지개를 켜고
몸에는 물이 거슬러 오른다.
사랑을 하자며 꼬득이는
초록이 유혹을 해대고
솜털같이 훈훈한 바람이
겨드랑이를 간지르며
마른 입술에 입마춤을 한다.
발끝으로 다시
충만한 생명이 살아나
유월의 손자락을 잡고
들길로 나서면
생이 미루나무 잎처럼 푸르르다.
자갈 바닥이 보이던
혈맥이 다시 살아나 박동을 하고
이쯤엔..
다시 사랑을 시작해도 좋겠다.
오지 않을 사람을
찾아나서도 좋고
떠나간 사람을
소리쳐 불러도 상관없을
은혜로운 유월이여..
살아있는 모든것들
손을잡고 들판으로 나서자.
그리고 푸른 유혹을
모르는척 기꺼이 맞이하자…
유월의 강-6월 보훈의 넋을 기리며 / 정군수
오직 깃발하나로 몸을 던진
그 분들을 만나는 강
유월의 강에 꽃잎이 흐른다
강을 따르면 얼음의 강에 닿는다
얼음을 만나면 더 붉어지는 꽃
언어로 말하지 않고
몸을 열고
얼음 속에서 펄럭이는 깃발을 본다
얼음의 강을 지나면
깃발마저 던져버린 노을이 곱다
새벽이 오면
밤을 흐르던 노을꽃들이
어둠을 이기고
다시 유월의 강을 거슬러 오른다
유월에게 / 이준호
가지 우거진 소나무 숲 한편에
살포시 땅을 고르고 앉아
세상일 다 접어두고
너의 일상이 되고 싶다.
눈을 감으면 멀리
넘실대는 바다가 보이고
코를 실룩댈 때마다
저만치 하늘이 다가와 서는
참으로 고요한 세상에 살아
종일토록 너를 만나고 싶다.
입술은 마르지 않고
연실 촉촉한 이슬처럼 빛이 나고
가져가 대는 손아귀마다 가득
햇살로 넘쳐 나서
들이쉬는 숨마다 온통
너의 푸르름이고 싶다.
머리속에 온통 실타래처럼 얽힌
분주한 세상의 기억들과
이름 없이 떠도는 얼굴들은 모두
너의 언덕에 잠시
내려놓고 싶다.
그리고는
다리를 꾀고 앉아
너의 숨결같은 따스함에 젖어
숨구멍마다 신록을 틀어쥐고
머리 끝으로 전율해오는
너의 하늘 속삭임에 취해
내 살아온 세상은 잠시
너에게 맡기어 놓았다가
너를 보내야 하는 그 날, 반쯤만
거두어 가고 싶다.
유월 그리메 / 정숙자
풀각시
윤기 흐르는
유월 초하루
늘상 구겨져
그림자 골 깊은
압구정동의 태양
그러나
盤浦川 따라
지렁이도 산책하는 오솔길엔
王羲之의 서체로 벋은
덩굴장미의 방화
꼬깃꼬깃 간직한
이름 하나
꺼내지 못하는 여염이건만
어느 귀신의 호리병
열렸음일까
정수리 금가도록 부푸는 하루
휴전선의 유월 / 김순진
송홧가루, 아카시아 꽃잎이
화약연기처럼
날리거니
박격포의 폭음이
저 철의 장막 노루 토끼 귀엔
아직도 들리거니
그래서
육군 김 상병은
소총을 받들어 섰나니.
유월 / 임종호
갓 백일 된 아이
그 토실한 몸매
물장난 즐기고
살오른
진초록
산과 들로
큰 비 되어 내린다
유월의 숲 / 강진규
흙빛 산마루 위로
무성한 푸른 깃발을 흔든다
골짝마다 메우는
새 생명의 끝없는 함성
푸르른 눈부심으로
파도처럼 밀려와
헐벗은 가슴 씻어내는
유월.
풀내음 청청한
기억의 옷을 입히고
한없는 짙은 강이 되어 흐른다.
산등성 골짜기마다
푸른 파도 일렁이는
찬란한 넋들의 춤
가는 유월을 부르며 / 이훈강
소매를 걷어올리고
어딜 바삐 가시는가
잠에서 깬 모습
푸르다, 푸르다
차라리 비장한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누굴 찾아 가시는가
깜깜한 땅속에서
몇 달을 기다리다
생명을 낳아
잎새를 키우더니
자라지 못한
꿈마저 접어둔 채
뜨겁게 타버릴
바다 찾아 가시는가
시원한 나무 그늘
매미 소릴 들어보고
도란도란 정겨운
이야기도 나눠보고
노을을 바라보며
웃음도 지어보고
낮잠을 자다가도
늦지 않을 한해살이
옷고름도 못 채우고
어딜 바삐 가시는가
유월이 가면 / 이민영
유월이 가면
님이 자고 간 숲으로 나도 자면서
이글을 드립니다
그것은 유월이 가면
어느 덧 푸른 잎사귀 사이
잎들 속에서 잠을 자던 우리들의 날들과
친구가 되신 잎파리에그대 꽃을 피우고
뒷동산 싸리밭에는
파란 하늘 여름 잔별만큼이나 가득한 사연들이
이슬로 내려 오시는 그대를 보려
님 곁을 서성거리면서
이글을 드립니다.
봄이오던 날 부터
봄이 가는 날까지
봄의 연인으로 오신이여
봄을 노래한 연인이셨는데
이제는 다가가 만질 수 없는 아득한 그리움
나의 사랑 그대입니다
그대 그리움은 별이 되고
별들은 봄을 보내 눈물이 되고
눈물은 비가 되어
님을 감고
오늘 따라 내리는 비는 따뜻한 그대 눈물
진 초록으로 맺혀진
비가 되신 그대 사랑을
나는 온 몸에 적셔 가면서
먼 산 북망 아래 그대 생각으로 넘쳐 어느새
강줄기 깊은 폭포수가 됩니다
그래서 마음 결 굴곡처럼 깊어진 그대강물은
한아름 가득 세상을 이고 이제는 기억이 되고
생각이 날때에야 생각하는 것으로 오신 님이시라
드리는 제 말씀은 기도가 됩니다
언제나 님을 기억한 싸리 하얀 풀 꽃들은
밤 어두움이 새벽의 하늘을 수 놓은놀무리가 될 때까지
님 이야기로 맴 돕니다
잊을수 없는 님이기에 다가가지 못하고 곁에 맴돕니다
같이 할 수 없는 행복은 서러운 아침이 되고
님 사시는 동리에 와 차마 뵈올 수 없어 행복만을 빌다 가는
밤새워 자신만을 태우며 새벽 밥을 짓는
하얀 연기가 되어 하늘로 오릅니다.
사랑하며 소중히 하려는 숭고한 자세는
내 내 하늘바람이 되면서 찬 이슬로 내립니다.
그대가 되신새벽녁 안개로 님의 체취를 느낍니다
동서남북으로 흩어진
노래는
자취를 찾아 어두움이 새벽이 될 때까지
마른 가지를 떠나지 못합니다
마른가지 위에는
잎도 피우지 못하는 겨울날생채기인체로
그대 그리움을 안고 있습니다
유월의 들을 바라보며 / 권복례
이제, 뿌리 내리고 있는 벼들도
모판에서 이식되어 이 넓은 들로
옮겨 심은 후에
몸살을 앓았으려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연하디 연한 줄기들이
초록으로 가면서
하루하루 쑥쑥 자라는 모습을 바라보면
새로운 환경에 척척 적응하는
벼들에게서 또 다른 삶의 방법을 배운다
유월의 하오 / 권복례
남쪽 운동장 맨 끝으로
그네 위에
온 몸 내던지고
그네줄이 당겨주는대로
고독의 상념 속으로
실려가는
얘야,
바람도 구름과 한통속이 되어
시 한 구절 만들고
나무들도
큰 이파리들이 작은 이파리 다독여 주며
잔 걱정 털어버리고
뻐꾸기 노랫소리와
종달새 지저귀는 소리에 맞추어
근심 걱정 내던져 버린
이 한가한 시간에
얘야,
당당하게 일어나 보렴
땅 위에는
높고 푸른 하늘이 있단다
유월의 장미 / 김세실
그 붉게 타던 꽃이파리
다 어디로 가는가
그 아름답고 고귀한 꿈
이제 어디로
떠나 보내는가
그대
짧은 시간 피우기 위해
긴긴 날 인고의 불 안고
혼신을 다해 삭혀 왔던 삶
이제
너의 열정 고요히 접어
깊고 푸른 심연으로
시간의 여행 띄워 보낸다
그러나 그대
슬퍼하지 말아요
또 한해가 가고
봄빛이 뽀송이 영글면
그대 타는 입술로
생을 노래하며
온 담장을
붉은빛 사랑으로
물들일 것을…
오늘 같은 유월 어느 날 / 홍경임
홍장미꽃이 흐드러지게 만발하여
눈물나게 눈부신 오늘 같은 유월 어느 날
어느 분이 내 이름을 불러 주신다면
심금을 절절히 쪼개놓아
가슴의 통증을 호소하게 하는
그 어느 분의 詩 한편을 대하는 오늘 같은 유월 어느 날
그 어떤 분이 나를 호명하신다면
미치도록 초록이 찬연히 흐르는
휘청거리는 6月 크리스마스 오늘 같은 어느 날
그 어떤 분이 내게 명명하신다면
나 그분 곁에 가서
6月 홍장미 꽃으로 호젓이 서고 싶다.
유월 / 정숙
산앵두
종일 해바라기 하다가 들켜
낯붉히며 초록 이파리 뒤 숨는데
아까 입맞춤하려다 따귀 맞은
바람이 가지 후려치고 휙 돌아선다
그 바람에
이미 농익은 이스랏*이 후두둑
풀잎이라도 파고든다
점점 달아오르는 유월의 햇살
눈에 보이는 게 없어
어린 모과열매를 마구 찔러댄다. 덩달아
신열에 생몸살 난 바람이 회오리를 일으키다가
뱀딸기 눈알 새빨갛게 핏발 세운다
밤꽃이 산 아래로 소로소로**
비린내를 내려보내면
칡넝쿨들 서로 한몸으로 엉켜
산을 오른다
* 아스랏: 앵두의 옛 이름
**소로소로: 살금살금의 옛말
갯벌에 몰아치는 유월의 바람 / 홍수희
다대포에서 시집을 읽는다
바다는 저만치 두고 주차장에 앉아
네가 두고 간 낡은 시집을 꺼내 읽는다
갯벌에 몰아치는 유월의 바람은 웅성거리며
어찌 내게로만 몰려오는가
바람구멍 하나 갖지 못한 나
개펄에 작은 구멍 하나 뚫고
게처럼 옆으로 자꾸 비켜가다가
잊었던 네가 내 이름을 부르면 어느 때
쏘옥 숨어버리고 말까
망설이다 망설이다
뼛속을 파고드는 유월의 바람
하! 수상하여 바다는 저만치 두고
책갈피가 붉은 시집을 꺼내 읽는다
눈물의 유월 / 유한나
유월의 숲은
돌보는이 없이도
푸르게 뻗쳐오르고
나는 꽃그늘 아래서
뻘겋게 뭉개지며
한숨만 구름처럼
얕게 흩고있습니다
고운 목소리로
그를 찬미하여도
오리의 걸음처럼
유월은 기우뚱거립니다
가파른 계곡의 물처럼
황망스럽게
쫓기우듯
나는 가지만
머물며 행복한 것들은
얄밉게 웃고있습니다
꽃피고 져도
쓸쓸했던 숲 가득이
연한 잎사귀들 새록새록 넘쳐나도
나는 홀로 눈물의 유월입니다
억센 풀잎처럼 가슴을 베며 스쳐가는
유월은 핏물 묻어나는 상처입니다.
유월(六月)의 비 / 김세웅
여름의 서두를 적시는 비는 아름답다.
하찮은 질경이풀도 흙 속의 스커트를 들어올리며
종종걸음으로 즐겁다.
멀리 가는 사람은 멀리 가서 즐겁고
돌아오는 사람은 돌아오면서 흥겹다.
하늘이 좀더 가까워진 세상에서, 빗물을 따라
소원을 실타래로 풀며 가다가다 보면
사랑하는 이의 가슴에 닿는
지름길도 있겠다.
땅속의 온갖 주검들이 빗물로 살을 삼아
흙을 일으키는
마당굿도 있겠다.
내민 손에 새겨지는 빗방울은
편지처럼 곧장 가슴속을 파고드는데
죽지 않을 누가 있어
오늘의 뜻을 영원하게 할 것인가.
종종걸음으로 다가오는
오늘의 뜻은 즐겁다.
이 강산 유월은 / 김정숙1
고추나무에 받침대를 세운다 비가 와야지 큰아버지
사촌형 없는 큰어머닌 오늘도 일손이 달린다
묘비 없는 뒷산 구덩이를 아카시아 뿌리 휘감아 들 때
못박아야지 살아남은 죄
손바닥에 아카시아 가시라도 박아야지
고추나무에 받침대를 세우며
혼자 남아 너무 오래 살았어 큰어머니 한숨소리
자잘한 고추꽃 위로 낮게 깔리며 고추나무 흔들 때
삼십년이 지나도 못 감은 눈 몇 개
밭기슭에 누워 우리를 본다
참꽃 지고도 아직 칡꽃 피지 않은 이 강산 유월은
보리고개 넘어 내리막길
보리밥과 풋고추에 뒤가 급한 내리막길
비탈에 기대어 잠든 조카들의 식곤증 속
마을마다 대순이 자란다 조카들의 잠을
쿡쿡 쑤시는 오래된 해골의 뼈마디
이마를 타고 내리는 그들의 희석된 피
저 대나무를 못 자라게 하자 자라면 꺾일 뿐
꺾이면 온몸 피묻힐 뿐 네 피 내 피 없이
더위에 흐르는 네 땀 내 땀 없이 유월 가뭄에
쓰러지지 마라고 고추나무에 받침대를 세우면
이 강산 천지 벗어놓은 뱀 허물이 흐느적거린다
삼십년이 지나도 못감은 눈들 불을 켜고
대나무처럼 곧게 자라지는 마라 속삭이는 마을마다
아직도 대순이 자라는 이 강산 유월은
유월 풀꽃 / 강만
비무장 그 유월의 들녘
총탄으로 숭숭 뚫린 녹슨 철모 속에
작은 여름 풀꽃 피었습니다.
잊혀진 병사의 숱 짙은 눈썹은 날아
겨울새로 뜨고
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기억하던
촉루마저 삭아 내린 자리
죽음으로도 못다 한 노래 무엇이기에
오늘은 돌아와 꽃으로 서 있는 것일까요
잔잔한 향기로 풀어내는 노래가
젊은 들새의 은빛 목소리처럼 곱습니다.
풀잎에 매달아 흔드는
아, 잊혀진 병사의
하얀 스카프.
호국 유월에 (하얀 망초꽃) / 하영순
임이시여!
왜 눈물이 나는지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검은 물을 흘러 보냈는데
역사 앞에 말 못할 비극
흘러간 세월
까만 눈 아닌 까막눈이 있었습니다.
아들의 전사 편지를 받고
아들 편지 왔다고 좋아라고 동네방네
글 아는 사람 찾아다니던 어머니
웃지 못 할 비극
그날이 반세기가 넘었는데
추모의 나팔 소리에 머리 숙여 눈시울을 적십니다.
임들의 넋인가요. 유월이면
지천에 피는 하얀 개망초꽃
임이 흘린 조국애의 피가 흑장미로 피었습니다.
임이 흘린 피의 바탕위에
우리 경제는 세계 속에 우뚝 섰습니다
임의 희생 어찌 잊으리오.
추모의 나팔 소리 울려 퍼지지만
아픈 가슴 달랠 길이 없습니다.
부디 조국의 수호신 되어
후손이 가는 길 앞에 등불 밝혀 주소서
임이시여
이제는 편히 잠드소서
청보리 익어가는 유월에 / 김한규
대지의 유월은
길목마다
성년식을 마친
초록 함성들의 아우성
앵두를 깨문 듯
핏빛 장미의 입술은
이슬을 머금어
쑥부쟁이며 애기괭이눈꽃에게는
고혹적이다 못해
위협적인데
구름은
제풀에 도취하여
한 뼘도 안 되는 미색으로
하늘을 유혹하겠다고
앞다퉈 덤벼들고
바람은 한가로이
호수에 둘러앉아
뱃놀이를 하겠다며
떼를 쓰나니
오호라
청보리 익는 유월이여
생명이 있는 만물이면
어이 너에게
미치지 아니하리
유월의 밤 / 송해월
개망초 꽃이 많은가 별이 많은가
별이 많은가 개구리 울음소리가 많은가
개구리 울음소리가 많은가
개망초 꽃이 많은가
별이 많은가
내 안엔,
너를 향한 그리움이 많은가 슬픔이 많은가
아름답고도 셀 수 없는 것들 가득한
유월의 밤. 오늘은 조부님 기일(忌日)
별이 총총
송이송이 꽃처럼 아롱대며 빛나는 오늘밤
조부님께선 새 각시처럼 수줍고 고운
내 할머님 손을 잡고
개구리 울음소리 어지러운 논둑 길을 지나
집 앞까지, 개망초 꽃 흐드러진 들녘
부드러운 밤 바람에 별이 흔들리는
저 화안한 꽃길 사이로
자손들 보러 밤 마실 오시겠지.
유월의 햇살 / 나명욱
고개 돌려
잠시 바라보면
창 너머 햇살이 눈부시다
일상의 지루함들 훌훌 털어버리고
지금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널 지켜볼 수 있는
그 거리 만큼의 설레임이 좋다
너와 나 사이에서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그 자리에서
서로를 아쉬워하며
그리워할 수 있는
햇살 만큼 빛나
차마 똑바로 쳐다볼 수 없는
그 느낌이 좋다
유월인데 / 김도리
유월인데
성하의 계절인데…
내 인생의 문턱에 서서
한없는 절망감에 몸부림친다.
아도니스 !
아도니스 !
하나의
안타까운
방언이었네…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사랑하지 아니하고
사랑할 수 없는 사람도
사랑하지 아니하리라.
가없는
부질없는
고통인 것을.
그리하여
애타는 고통에서
벗어나리라.
유월인데!
성하의 계절인데…
유월에 쓰는 편지 / 허후남
내 아이 손바닥만큼 자란
유월의 진초록 감나무 잎사귀에
잎맥처럼 세세한 사연들 낱낱이 적어
그대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도무지 근원을 알 수 없는
지독하고도 쓸쓸한 이 그리움은
일찍이
저녁 무렵이면
어김없이 잘도 피어나던 분꽃,
그 까만 씨앗처럼 박힌
그대의 주소 때문입니다
짧은 여름 밤
서둘러 돌아가야 하는 초저녁별의
이야기와
갈참나무 숲에서 떠도는 바람의 잔기침과
지루한 한낮의 들꽃 이야기들일랑
부디 새벽의 이슬처럼 읽어 주십시오
절반의 계절을 담아
밑도 끝도 없는 사연 보내느니
아직도 그대
변함없이 그 곳에 계시는지요
유월에는 / 김남식
유월에는
나를 좋아하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맑은 시냇가에서
발 담그고
물장구 치며
잠시~
잠시만이라도
세월을 잊고 싶다
이름모를 꽃들이
피여있는 들길을 걷다가
다리가 아프면
풀섭에 주저 앉아
파란하늘 바라보며
들꽃향기에
해지는 줄 모르고
훈풍에 제멋대로
하늘거리는 나뭇잎처럼
풋풋하고 싱그러운
풀내음 같이
맑고 티없는
순수한 마음을
담아 내 주는
소꿉사랑을 하고싶다
유월의 조국 / 임인규
몇 개를 넘어야
산에 산을 만나지 않나!
힘없는 조국
백성들은 슬프다.
내가 내 소리를
내지 못하는 메아리처럼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맛 물린 살들이 아프다.
삼천리금수강산
피로서 지킨 나라
유월이 오면
목이 매캐해져 온다.
이념과 이념이
갈라놓은 반백년 세월
이제는 기억해야할
전쟁은 더 이상 없다.
또 다시
자식과 함께 대립하는
또 하나의 조국
태극의 청. 홍이 운다.
무궁화 피고지고
동해물이 마르는데
힘 있는 조국
그 소원이 가슴을 친다.
유월의 담장 / 임인규
머리끄덩이 움켜잡는 손
갈퀴 진 날카로운 손톱
잡아채 사정없이 돌려라!
얽어매고 떨쳐 매고
뻗어나가
영역을 확보하라!
제일 좋은 자리는
정상에 우뚝 서는
그 자리가 최고무대다
올라라! 사정없이 올라라!
고지는 바로 머리위에 있다.
바보같이 히죽거리며
중간에서 머무는 얼굴
정상은 그리 멀지 않아
억척스럽게 기어올라
첫 무대의 영광을 차지해라!
서로 협력해서 담장을 잡고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넝쿨 장미꽃의 물결들
유월의 담장은 장미들의
붉은 전쟁터 이다.
붉은 물결은 여인의 유혹이다.
붉은 장미는 여인의 본능이다.
보여주려는 사랑받으려는
그들의 이유 있는 항변
유월의 담은 붉은 혁명이다.
유월 신부의 아이스크림 사가랴 / 이영지
가슴에 아이스크림 기대는 유월나무
두 뺨의 향기로운 꽃밭을 넘나들며
젖내음 아이스크림
시냇가를
사가랴
첫날이 달디달아 신부의 아이스크림
선서는 입술위에 백합화 도장으로
유월이 녹아나 흘러 인어몸매
사가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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