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11 보쿠 로 The 43 Top Answ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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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쿠 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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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쿠 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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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쿠로] 유튜버 보쿠토&쿠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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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오 생일기념 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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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쿠로] 유튜버 보쿠토&쿠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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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쿠 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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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른 :: [보쿠로] 의처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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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른  :: [보쿠로] 의처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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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쿠로 둘이 치고박고 싸우는 썰-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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낰낰한 사막 :: [보쿠로] 붱냥 1/2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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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쿠로] 붱냥 12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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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쿠로] 한 끗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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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쿠로] 한 끗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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松林園 :: [보쿠로] 그냥 만지작대는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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松林園 :: [보쿠로] 그냥 만지작대는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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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쿠로] 여름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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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쿠로] 여름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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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나만 파는 보쿠로

보쿠로는 빼박 합숙하면서 성욕쌓여서 눈에 뵈는게 없을 때 샤워실에서 둘 다 발정나서 대딸 쳐주다가 잦죽까지 쑬 것 같다ㅋㅋㅋㅋㅋㅋ

보쿠로는 떡칠 때 다른 컾 같이 사랑해라거나 그런 간지러운 말은 일체 안할 듯 오히려 평소대로 얘기할것같음ㅋㅋㅋ

막 예전에 내가 이랬던 적이 있는데 켄마가 뭘 했다느니 아카아시가 저번에 뭘 어쨌다느니 서로 맞장구 치고 잡담 나누면서 킥킥대도 할건 다 하고 있겠지

쿠로오가 ㅋㅋ그래서 내가 어쨌냐면… 하고 얘기 하고 있는데 보쿠토가 민감한 부분 만지면 읏, 하고 말이 뚝 끊기고 또 다시 내가 이랬어 하고 얘기하면서 아, 흐우, 하면서 신음 나올건 다 나오겠지 보쿠토는 느끼는 부분만 만져대면서 요오~ 여기 좋아?ㅋㅋㅋ 하고 얄밉게 웃고 쿠로오는 ㅋㅋ멍청아 거기 하지마, 아, 하지마, 응읏. 하고 웃으면서도 착실하게 느끼고있겠지

삽입 후도 마찬가진데 하아, 큭, 그래서, 읏, 어떻게 됐, 흣, 다고? 하면서 얘기하고 그러다 보면 당연히 배구 얘기가 나오겠지 잦죽쑤면서 오늘 오전 연습에서 니 스파이크가 어땠니 하고 얘기 나오는데 하필 그 날 보쿠토가 때린 스파이크가 딴 날보다 쿠로오 블로킹에 많이 막힌거임. 에~ 오늘 완전 패배 아니였어, 보쿠토군? 이래서야 전국 탑5 라고는 못하겠는데?ㅋㅋㅋㅋ 하고 쿠로오가 능글능글한 표정 지으니까 갑자기 아침 연습이 생각나면서 열이 확 오른 보쿠토가 아아~ 그래? 그럼 이것도 블록해보시던가. 하면서 갑자기 쾅! 하고 쑥 박아버림.

ㅅㅂ평소에 아무리 능글거리고 약올리고 해도 파워가 5인 보쿠토가 힘으로 제압하면 아무것도 못 하는게 보쿠로 꼴포중 하나임

으윽!! 너, 잠ㄲ, 읏, 아앙! 쿠로오가 존나 당황타서 따지려고 들었는데 보쿠토는 그딴거 젠젠 아랑곳 않고 귀두 끝까지 뺐다가 불ㅡ알이 철썩 하고 부딪힐 정도로 세게 박하넣는 행위를 계속함 이, 미친, 부엉이 새끼가….! 하읏, 큿, 아흐!! 쿠로오는 ㄹㅇ 죽을 맛이겠지 도발한다고 이렇게 나올줄은 몰랐으니까. 전립선만 노려서 퍽퍽 찔러대서 심하게 느끼고 있는 쿠로오 보고 보쿠토가 존나 쎅쓰어한 미소 지으면서 왜, 응? 후우, 쿠로오, 이것도, 블록, 해보라니까? 하고 퍽퍽퍽퍽 빠르게 찧어대면 쿠로오는 흐아, 아, 악, 큽, 미친, 흐응, 하고 느끼는대로 입 틀어막을 새도 없이 신음소리 내겠지

아아, 아! 그만, 읏, 야, 어이…! 하읏!! 그만ㅎ, 그만… 쿠로오 ㄹㅇ 너무 심하게 ㅅ박혀서 눈물 달고 그만하라면서 보쿠토 등을 좍좍ㅈ긁어대겠지 그래봤자 보쿠토 꼼짝도 안함 체력 3인 쿠로오가 체력 5인 보쿠토한테 못따라가는거 존좋 여튼 보쿠토는 오히려 그 행위에 더 흥분해서 스퍼트 올려서 박아댐

쿠로오, 그러니까, 진짜, 고양이같,네…!

시발, 응!! 하앙, 아읏, 뭔, 소리, 를, 하아,응ㅇ!! 아, 안돼! 가, 가, 그만, 그, 흐응, 아흐…!!!!

쿠로오 그 상태로 가버리고 보쿠토는 몇번 더 박다가 안싸하고 나오겠지 잦죽 쑨 후에 보쿠토 쿠로오한테 존나 싸맞을듯 그러면서 니가 약올렸잖아!! 시발 근데 이 새대가리 새끼가 아직 반성을 안해?? 너도 존나 느껴놓고 왜 그런, 아, 아파!!

한참 그러다가 베개싸움하고 허리 아픈 쿠로오가 먼저 ㅅㅂ 몰라 나 잔다 허리 졸라 아픔 하고 싸움중단 선언하면 보쿠토도옆에 나란히 눕겠지

아 더 쓰고싶은데 존나 졸리네 잔다

보쿠로 파라…

보쿠로 둘이 치고박고 싸우는 썰- 上

*모브주의

보쿠로 치고박고 싸우는거 보고싶다. 그냥 쿠로오가 욱한 보쿠토한테 주먹으로 맞아서 살짝 피보는 상황이 왔으면 좋겠다.

쿠로오는 날아온 주먹에 잠시 머리가 멍하고, 옆에있던 아카아시 깜짝 놀라 달려와선 보쿠토씨 이게 무슨짓이냐며 넘어진 쿠로오 일으키면서 보쿠토 타박해라. 얼마 지나지 않아 먹먹했던 정신이 조금씩 돌아오자 그저 아무말 없이 손등으로 쓱 피 닦아내고는 퉤 바닥에 피섞인 침 뱉으며 입안에 싸하게 번지는 쇠맛에 살짝 인상 찡그리는 쿠로오. 하. 하고 어이없는 웃음 토하며 보쿠토에게 무턱대고 덤벼든다기보다는 싹 얼굴 굳히고 식은 눈으로 올려다볼 것 같다. 거기에 보쿠토 더 열받아서 쿠로오 멱살 잡는데, 쿠로오 그 힘에 딸려 올라갔다가 그대로 보쿠토 손 탁 치면서 다짜고짜 손부터 나가는 그 습관좀 고치지? 했으면 좋겠다. 보쿠토가 잡아 주름진 옷 신경질적으로 펴내고는 뭐라 말하려는 아카아시한테 괜찮다고 손짓한 후 짧게 보쿠토 노려보곤 아무 말 없이 자리 박차고 나가버리고.

그렇게 며칠을 일부러 보쿠토 무시하는 쿠로오 보고싶다. 보쿠토도 이번엔 제대로 화가 난 터라 절대 먼저 사과 안할거라고 벼르는데 처음에는 씩씩거리면서도 나름 괜찮게 지내다가도 점차 제 삶에 쿠로오가 차지했던 시간이 주는걸 실감하며 주먹 꾹 쥐고 살짝 가슴이 먹먹해오는걸 슬슬 느꼈으면. 그러나 먼저 사과하기는 죽어도 싫어해서 옆에서 보는 제삼자들만 죽어날 것 같다.

여기서 클리셰로 양념질 하는거 내가 좋아한다. 쿠로오가 부상당하는 것도 좋은데 그것보다는 음… 뭔가 보쿠토랑 겨우 떨어진 쿠로오 모브가 꼬셨음 좋겠네. 여자건 남자건 상관없음. 점차 항상 제가 있던 쿠로오의 옆자리에 다른 모브가 있다는걸 자각하는 보쿠토. 여기서 중요한건 모브의 일방적 애정이지 쿠로오는 관심 1도 없어야 함. 그냥 누구에게나 친절한 쿠루오씨 인거지. 근데 보쿠토 눈엔 그렇게 안보일거다.

처음에는 별로 눈에 띄진 않았는데, 배구부도 아닌 모브가 자꾸만 네코마 연습경기에 얼굴을 비추고, 끝내는 합동연습 끝자락에 쿠로오를 기다리는 모습까지 보이니 그 눈치없는 보쿠토도 익숙해지는 얼굴에 점점 신경쓰고 있었겠지. 그러다 부활동 끝난 쿠로오한테 시원한 음료수랑 간식 챙겨온거 건네주는 모브랑 그런 모브한테 고맙다고 히죽 웃어주는 쿠로오에 보쿠토 눈깔 뒤집혔음 좋겠다. 그대로 앞뒤 생각 안하고 성난 걸음으로 둘한테 다가가는 보쿠토인데 뒤늦게 눈치챈 아카아시, 물 마시다가 이크 하고 쫒아가는데 이미 늦었음. 두 사람 앞에 도착한 보쿠토 다짜고짜 쿠로오한테 뻗으려던 모브 팔을 어마무시한 악력으로 붙잡음.

“쿠로오. 뭐해.”

그와중에 모브는 눈길도 한 번 안 주고 쿠로오한테 형형한 눈빛으로 쏘아보면서 묻는 보쿠토. 모브는 그렇게 세게 쥔 것 같지도 않은데 장난아닌 보쿠토 파워에 슬슬 잡힌 팔이 아려오는걸 느끼겠지.

보쿠로 싸움 전에 사귀고 있는 상태여도 좋고, 서로 좋아하는거 아는 상태의 쌍방삽질 줄다리기 중이었던 것도 좋다. 모브는 아파가지고 손좀 놔달라고 징징거리는데 거기에 더 짜증나는 건 올곧은 눈으로 자기를 바라보는 쿠로오 때문이었음. 마치 너가 여기서 화낼 자격이라도 있어? 라는 듯한 눈빛. 결국 보쿠토 쩔쩔매는 모브 팔목 신경질적으로 놔준 후 똑같이 쿠로오 낚아채곤 끌고 밖으로 나가려 했으면 좋겠다. 근데 쿠로오가 자리에서 우뚝 섰음 좋겠네.

“놔 이 새끼야.”

쿠로오 세게나가는 거 너무 보고싶었고 거기에 또 한번 빡돈 분노조절장애(?ㅋ) 보쿠토에 또 한 번 싸움 한바탕 있었음 좋겟다. 근데 이번에는 보쿠토가 억울하다는듯이 너어는 진짜 나쁜새끼야 내가 두 눈을 이렇게 부릅 뜨고 있는데 그 앞에서 다른애랑 연애질하는 게 말이나 되냐고 고래고래 거리고 쿠로오는 거기게 안될 건 또 뭐있는데 너가 내 애인이라도 됩니까? 네?? 이러면서 둘다 주먹질해라

체육관에 둘만 있는 게 아니라 양 팀에 다른 후쿠로다니 그룹 학교들까지 있었고 코치들도 있었어서 지난번보다 주변에 사람들이 더 빨리 달라붙겠지. 보쿠토 한 팔에 후쿠로 두 명씩 붙으면서 보쿠토, 보쿠토!! 진정해!! 이러고 있는데 부엉이 파워가 좀 세야지 보쿠토 날개짓 한번에 애들 후두둑 떨어져 나갈 것 같고 ㅋㅋ 네코마쪽도 장난 없다. 야쿠 명령으로 젤먼저 출동한 리에프가 뒤에서 쿠로오 겨우겨우 붙잡고 있고 나머지 애들도 질세라 달라붙겠지.

근데 그때 쿠로오가 진짜 닭똥같은 눈물 뚝뚝 흘렸으면 좋겠다. 파워 5한테 맞은데가 솔직히 존나 아프기도 하고, 입안은 비릿하고, 왜 내가 뭘 그렇게 잘못해서 이런 다혈질 애새끼 애인한테 두 번이나 맞고있는지 억울해서 눈물 터져나올 것 같다. 그리고 전부다 쩌적 하고 굳음. 물론 보쿠토 포함. 켄마도 눈 땡그래짐.

쿠로오 그대로 씨발… 중얼거리면서 손등으로 눈물 벅벅 닦고 옷이랑 애들 털어내고는 코치한테 잠깐 수돗가좀 다녀와도 되겠습니까 묻더니 대답도 안 듣곤 빠른걸음으로 그 자리에서 벗어나는데 아 똥이 너무 길어진다 짧고 굵게 싸고 싶었는데

무튼 보쿠토 진짜 핵당황해서 머리 얻어맞은사람처럼 멍해있고. 그러다 급하게 애들 뿌리치고 쿠로오 뒤따라 달려나갔음 좋겠다. 그와중에 한 번 삐끗해서 넘어질뻔하고. 쿠로오!! 하면서 쫒아가겠지

그냥 그렇게.. 수돗가까지 쫓아가서… 울고있는 쿠로오한테 꾸물대며 다가가서는… 사과도 못하고… 우물쭈물… 꾸…꾸로….. 웅얼거리는 보쿠토 보고싶다 보쿠토가 빌고 빌면 언젠간 사과하겠지…

[보쿠로] 한 끗 차이

보쿠로 / 한 끗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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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로오 테츠로의 배구는 제법 오래되었다. 초등학교부터 시작해 중학교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으니 못해도 6년은 넘겼다. 세상은 넓고 인재는 많으니 지기도 수십 번 져봤고 자신보다 잘하는 사람도 손가락에 다 꼽지 못할 만큼 만나봤다. 어린 마음에 진 게 분해서 울고 돌아오는 날도 있었고, 좀 더 머리가 커서는 목표한 바를 달성하지 못하거나, 연습을 더 하지 못한 게 아까웠다. 남들 다 입에 달고 다니는 ‘전국대회 우승!’은 으레 그렇듯 그에게도 목표였다. 같은 목표 아래 팀이 아닌 수많은 사람들에게 져 봤지만 지금만큼은 아닌 것 같다. 합숙 중 치러지는 수많은 연습시합 중에 단 한 시합일 뿐인데도. 네트 너머를 멍청하게 바라보면서 쿠로오 테츠로는 시합을 되씹었다.

*

무엇일까 이 화딱지 나는 감정은. 속에서 부글부글 끓는 것은. 2학년 첫 여름합숙. 개뼈다귀만도 못하게 굴던 선배들이 인터하이가 끝나자마자 우르르 사라지고 네코마타 감독이 귀환했으니 기뻐해야 마땅할 진데 마음 한 구석에 돌덩이 하나가 얹힌 감각이 사라지지 않았다. 낄낄대고 장난치며 웃고 연습하기 바빴던 친구가 어느 순간부터 불편해지기 시작한 탓일까. 땀이 비 오듯 흐르고 습도가 80퍼센트를 웃도는 한여름이라서 그런 걸까. 아지랑이가 피어올라 쳐다보고만 있어도 현기증 나는 땅바닥을 오랫동안 쳐다보고 있어서 그런 걸까. 그의 신경이 날카로워지면 질수록 블로킹도 덩달아 날카로워져갔지만, 보쿠토 상대로는 영 맥을 추지 못했다. 스스로도 느껴질 정도였다. 코치가 휘슬을 불었다. 잠시 쉬고 있어라. 쿠로오는 수건을 머리에 뒤집어쓰고 고개를 푹 숙였다. 네.

“지칠 수도 있지. 그렇게 처지지 마 임마.”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며 위로하듯 건네 오는 나오이 코치의 말 같은 건 귀에 들리지 않았다. 제 몸에서 느껴지는 후끈한 열기에 어지럼증이 이는 듯 해 쿠로오는 눈을 감았다. 배구화가 실내 체육관 땅바닥을 끄는 소리가 나면 커버! 커버! 하고 외치거나, 켄마! 하고 세터의 이름을 부르는 팀원들의 목소리가 동시다발적으로 튀어나왔다. 그리고 뒤이어 경쾌하게 배구공이 바닥을 치고, 보쿠토의 신난 목소리가 따라 붙는다. 그 순간 울컥 속이 뒤틀렸다. 원인도 알 수 없었다. 치고 올라온 감정을 식히고 두 뺨을 찰싹 때린다. 소리에 놀란 감독과 코치가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나 있는 쿠로오를 돌아봤다. 쿠로오는 가타부타 말도 없이 묵묵히 다시 시합으로 걸어 들어갔다.

휘슬이 울리고 시합이 끝났다. 연습시합이지만, 세트 스코어 2-0. 오늘의 마지막 연습시합이었다. 합숙은 하루 밖에 남지 않았다. 네코마 팀원들은 네트 너머를 건너다보고 있는 쿠로오의 뒷모습을 보면서 수군대기 바빴다.

“켄마, 쟤 왜 저래?”

“…저도 잘은….”

“더위 먹었나.”

야쿠가 땀을 닦으며 켄마에게 넌지시 물었지만 켄마도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오히려 갑자기 왜 저러는지 켄마도 궁금할 따름이었다. 카이가 일단 정리하자며 쿠로오를 향한 궁금증 어린 시선들을 거둬냈다. 물론 그도 걱정되긴 마찬가지였지만 당장 어찌 할 수 있는 바는 없었으므로. 우선 연습시합을 정리하고 난 이후의 문제였다.

고작 연습시합 한 시합을 진 것일 뿐인데 전국대회 출전 문턱에서 좌절한 것 마냥 속이 아픈 것은 왜인지. 쿠로오는 본인에게 여러 번 물어가며 발을 돌렸다. 등 뒤로 시선이 닿았다. 고개는 돌리지 않았다. 좋은 표정을 지을 것 같지 않았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져 봤어도 지금이 가장 끔찍한 기분인 것은 필히 보쿠토 때문인지라. 잘못도 없는 애꿎은 사람에게 본인의 감정을 티 낼 수는 없는 노릇이라 쿠로오는 성큼성큼 걸어 팀원들 쪽으로 다가갔다. 켄마. 본인 몫의 정리를 마친 켄마의 위로 묵직하게 떨어지는 이름에 켄마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 켄마는 쿠로오의 표정을 본 순간 찾아온 깨달음에 입을 벌렸다.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저런 표정. 좀 더 어릴 때나 볼 수 있었던 세상 분한 얼굴의 그.

“…지금은 둘이 레벨 업 못하니까.”

“…나 그런 표정이야?”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켄마를 보며 쿠로오가 마른세수를 했다. 그대로 손에 얼굴을 묻고 깊은 한숨을 내쉰 쿠로오는 연습은 잠시 뒤로 미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나 어디 있냐고 물어보면 그냥 어디 적당한데 있다고 해. 터덜터덜 걸어 나가는 쿠로오의 뒤를 조심히 따라 가는 보쿠토의 뒷모습을 보면서 켄마는 잠시 걱정했다가 알아서 하겠지 싶어 몸을 돌렸다.

수돗가에서 대충 땀을 닦아낸 쿠로오가 근처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가끔 쿠로오는 본인이 생각하는 본인의 상태보다 켄마가 보는 자신의 상태를 좀 더 신뢰하고는 했다. 보는 눈만큼은 정확한 켄마가 쿠로오 자신의 상태를 잘못 보았을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수렴했다. 그러니 지금 본인이 어릴 적 켄마가 레벨 업 하러 갈래, 하고 묻던 그 상태라는 건 지금 무언가에 분한, 열등감을 느끼는 상태라는 말이었다. 손 때 묻은 감정이었다. 실력에 대한 욕심이 없었던 게 아니다. 다만 좀 크고선 자신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감당할 수 있는 동경과 감당할 수 없는 열등감을 어느 정도 능숙하게 분리하며 살았을 뿐. 네코마에서 하고 싶은 배구가 생긴 것도 컸다. 감독님이 잠시 쓰러지시고 선배들이 염병할 놈들이었을 땐 버티기 버거웠지만,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왔고 남은 것은 앞만 바라보면 되는 것이니 딱히 불안해 할 환경도 아니었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자면 지금 느끼고 있는 분함과 열등감에 가까운 감정은 꽤, 낯설었다. 그것도 신나서 블로킹 연습을 하거나 방과후에 어울려 다니거나 하던 친구에게 느끼는 것이라면 더더욱.

선배들의 등쌀에 떠밀려 조용히 연습할 곳을 찾아다니다 마주쳐 서로 스파이크와 블로킹 연습을 도와주기 시작했던 그 무렵의 일을 떠올렸을 때 불쑥 다가온 인기척에 놀라 쿠로오가 고개를 홱 돌렸다. 멋쩍은 얼굴로 물통을 들고 있는 보쿠토 코타로. 쿠로오는 간신히 얼굴을 일그러뜨리지 않을 수 있었다. 아직 미처 정리가 되지 못한 생각들이 느닷없는 침입자에 저들끼리 뒤엉켰다. 목, 마를 것 같아서. 보쿠토는 보기 드물게 어정쩡한 얼굴이었다. 희귀한 장면을 봤네. 퐁, 떠오른 감상과 함께 쿠로오는 물통을 받아 드링크를 마셨다.

“고마워.”

뭔데 여기까지 쫓아왔냐는 말을 삼키고 쿠로오가 물통을 되돌려줬다. 물통은 받는 시늉도 안 하고 머뭇거리던 보쿠토가 느닷없이 고개를 푹 숙였다. 뭔지 몰라도 정말 미안해!

“뭐?”

영문도 모른 채 받은 사과에 세상 황당한 목소리가 막을 새도 없이 튀어나갔다. 전혀 이유를 모르겠다는 목소리에 고개를 든 보쿠토는 허공에 손을 휘저어가며 쩔쩔맸다.

“그으, 나 때문에 화난 거 아니야?! 마지막 시합에서는 기분도 나빠 보이고, 근데 원인이 나인 것 같고! 이건 절대 뻐기는 거 아닌데, 절대 아닌데! 익, 오늘 마지막 시합에서 쿠로오 내 블로킹 한 개도 못 막았다고! 그럴 리가 없는데!”

제대로 읽혔네. 쿠로오는 허를 찔린 기분으로 멍하니 보쿠토를 바라봤다. 마냥 신나할 거라고 생각했다. 언제나 막아보시지! 하고 으스대는 모습만 기억하고 있어서 그런 건가? 고정관념? 지금 여기서 미안하다고 사과해야 할게 누군데, 죄책감만 생기게 이런담. 쿠로오는 저와 시선도 맞추지 못하는 보쿠토의 머리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총알처럼 쏟아낸 말에도 불구하고 아무 반응도 돌아오지 않자 보쿠토가 몸에 힘을 축 빼고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았다. 조용히 있던 보쿠토가 순간 고개를 돌려 쿠로오를 쳐다봤다. 시선이 맞아들었다. 벤치 위에 드리워진 나무 그림자 아래서 얼핏 샛노랗게도 보이는 홍채가 빛났다.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여름의 더위에 숨통이 막히는 착각이 일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연습 소리들이 아득했다. 시선에 묶였다는 감각이 들 무렵 보쿠토가 입을 열었다.

“나는 쿠로오가 뛰어주는 블로킹이 좋아. 그래서 내가 모르는 이유로 나를 멀리하게 두고 싶지 않아.”

쿠로오는 깨달았다. 이, 감정이, 열등감만이 아님을.

같은 포지션인 것은 아니다. 저만큼의 스파이크를 쳐낼 수 있는 파워가 제게 없음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질릴 만큼 자주 부딪히는 포지션이었다. 미들블로커와 윙스파이커. 어느 순간부터였을까. 요만큼도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저 스파이크를 막아낼 수 있는 블로커가 저 하나 뿐이기를 바란 것은. 수많은 블로커들이 한번쯤은 막아보고 싶어 하는 대상일 것이다. 보쿠토 코타로의 스파이크는. 우시지마 와카토시나, 사쿠사 키요오미의 스파이크를 막아보고 싶다고 전의를 불태우는 블로커가 널리고 널렸듯이. 허나 이것은 그것과는 조금 다른 독점욕. 다른 어느 블로킹 보다 내 블로킹을 더 위협적으로 생각해주길 바라고, 블로킹을 넘어서 블로커인 자기 자신을 봐주기를 바라는 욕심. 블록을 하는 횟수보다 블로킹이 뚫리는 횟수가 많을수록 보쿠토가 더 멀어져간다는 조바심에서 비롯된 열등감의 종착지는 그런 터무니없는 독점욕이었다.

“…네 문제, 아니야.”

쿠로오는 간신히 대답했다. 욕심은 마침내 다른 방향으로 자라났다. 미친, 미친. 하필 얘를 상대로. 쿠로오는 속으로 아는 욕을 모두 읊어가며 순식간에 다른 방향으로 틀어진 감정의 폭주를 멈추고자 애썼다.

“엑, 정말 아니야? 믿어도 돼? 쿠로오 표정이 너무 떨떠름한데?!”

“아니, 그니까 네 문제 아니라고.”

쿠로오는 성큼 거리를 좁힌 보쿠토의 어깨를 밀어내면서 빈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지금 얼굴을 마주보고 싶지 않았다. 아주 조금만 더, 이 벼락같이 찾아온 징글맞은 감정을 정리하고 아무 내색도 않을 수 있을 만큼의 시간이 필요했다. 쿠로오는 열심히 그리고 자연스럽게 얼굴을 피하면서 보쿠토를 돌려세워 너른 등짝을 두 팔로 열심히 밀었다.

“자자, 얼른 갑시다, 자율연습 해야지, 자율연습!”

“아니 아무것도 해결 안 된 것 같은데?! 나 찝찝한데?!”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다아 해결 됐으니 보쿠토상은 스파이크만 치면 된답니다?”

밀리지 않으려면 밀리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보쿠토는 어어, 하는 소리와 함께 순순히 밀려주었다. 그러다가 찝찝함이 가시지 않는지 잠시 저항했다. 그러나 저항이 무색하게도 내가 뛰는 스파이크가 그렇게 좋다며? 하고 쿠로오가 능글맞게 웃자 와악! 조용히 해! 하고 소리를 치고선 펄쩍 뛰어 쿠로오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사람이 걱정을 해줘도! 몇 마디 투덜거리며 보쿠토가 앞서 나가자 그제야 한숨 돌린 쿠로오가 천천히 걸으며 눈을 껌벅였다. 내가 마지막 시합을 하면서 얼마나 네 눈치를 봤는지 알아? 듣고 있어? 쿠로오 지금 하나도 안 듣고 있지!? 배경음악 같이 불만이 들려왔다. 아, 망했어. 쿠로오는 그 속에서 제 걱정만 쏙쏙 골라 들으며 망했다고 염불을 외웠다. 갈림길에서 늘 연습하는 체육관 쪽으로 먼저 등을 떠민 쿠로오가 씩 웃었다.

“먼저 가 있어. 금방 갈게.”

“진짜지? 안 오는 거 아니지?”

“저기요? 제가 오늘 거짓말은 안 했거든요?”

“그래도 믿을 수가 있어야 말이지!”

“너 그러다 나 진짜 안 간다.”

“아니, 아니, 오세요! 꼭 오세요!”

쿠로오는 먼저 발걸음을 뗀 보쿠토의 등을 잠깐 쳐다봤다. 긴장했던 건지 걸어가며 보쿠토는 팔을 쭉 뻗어 몸을 풀었다. 그것까지 보다가 쿠로오도 당사자에겐 들리지 않을 말을 중얼거리면서 제 짐이 있는 체육관 쪽을 향해 몸을 돌렸다. 아, 하필 좋아해도 저런 걸 좋아해서.

+)

“켄마, 나 망한 것 같아.”

돌아온 쿠로오의 얼굴이 후련함 반 울상 반인 것에 의아해졌던 켄마는 어쩐지 알고 싶지 않았던 사실을 알아버린 것 같아서 모른 척 고개를 돌렸다. 켄마? 켄마아? 아무런 반응도 해주지 않는 거야? 흑흑. 이러니저러니 해도 쿠로오를 기다리고 있던 켄마는 쿠로오를 돌아보곤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빨리 연습이나 하러 가, 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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