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낙천 원장
안녕하세요. 작년 6월 첫 교정칼럼을 시작으로 매달 한 번씩 다양한 주제로 여러분을 만나온 지 벌써 1년이 지나 이제 마지막이네요. 이번 칼럼의 주제는 교정치료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교정치료 후 유지관리’로, 실제 환자들에게는 교정치료를 하는 중만큼이나 유지관리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항상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유지관리는 교정치료의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몇 년 전 치과신문 중 하나인 <덴탈 아리랑>에 ‘우주를 유영하는 교정유지장치’라는 칼럼을 게재한 적이 있습니다. 가끔 영화나 드라마에서 교정장치를 붙이고 있는 배우의 모습을 보게 되는데, 뭔가 미운오리새끼 같은 이미지를 나타내는 클리쉐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교정의사의 입장에서는 반갑기도 하지만 식상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유지장치가 나오는 경우는 흔치는 않은데 영화 ‘그래비티’를 보면 초반부에 흥미를 끄는 장면이 있어 이를 모티브로 유지장치에 대한 칼럼을 썼었습니다. 그중 한 대목을 소개하겠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감상하던 중 필자의 눈을 사로잡는 한 장면이 있었다.
허블 망원경을 수리하던 중 폐기된 인공위성 파편에 의해 우주공간으로 날아가 버린 산드라 블록을 조지 클루니가 구조하여 모선으로 돌아왔던 장면이었다. 모선은 이미 파편으로 인하여 만신창이가 되고 동료들은 모두 사망한 그때.. 우주선 속에 있던 다양한 물건들 (모자, 큐브, 인형 등등…)이 무중력 상태에서 둥둥 떠다니던 중 교정의사인 제가 포착한 것은 바로 교정유지장치였다
교정치료 마무리 단계에는 치료 후 안정성을 고려하며 조금 더 디테일한 치아배열에 집중하며, 환자의 의견도 적극적으로 파악하여 반영하여야 합니다. 이후 마무리가 다 되면 교정장치를 제거하고 유지장치를 장착하게 됩니다.
유지장치는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으며, 치아 안쪽 면에 붙여 놓는 ‘고정성 유지장치(fixed retainer)’ 와 뺐다 꼈다 할 수 있는 ‘가철성 유지장치(removable retainer)’로 구별됩니다.
위 ‘그래비티’ 장면에서 나온 유지장치는 가장 단순한 기본형태의 가철성 유지장치로서 Hawley retainer (홀리 유지장치)라고 하며, 성장기 교정환자나 일시적인 유지장치로 주로 이용됩니다. 이보다 더 많이 사용되는 것은 Wrap-around retainer(랩어라운드 유지장치) 혹은 Circumferential retainer(써컴 유지장치)라고 불리는 가철성 유지장치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모든 치아의 바깥 면을 감싸는 두꺼운 철사와 입천장의 resin base, 그리고 앞쪽에서 이 둘을 연결해주는 얇은 Supporting wire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모든 치아를 안팎에서 잡아주기 때문에 유지효과가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가철성 유지장치는 환자의 교정 전후 상태와 여러 조건에 따라 다양하게 변형되기도 합니다.
위에서 설명해 드린 가철성 유지장치와 더불어 많이 쓰이는 것으로 Clear retainer(투명 유지장치)가 있습니다. 투명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장기간 사용 시 지저분해지고 파손되며, 교합면을 덮기 때문에 교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는 불리하므로 저희 병원에서는 일시적으로만 사용합니다. 또한 가철성 유지장치는 잘 때만 끼는 것을 권유 드리므로 굳이 보이는 문제 때문에 투명유지장치를 선택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가철성 유지장치를 잘 끼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더 필수적인 것은 고정성 유지장치(fixed retainer)가 치아에 잘 부착되어 있어야 합니다. 고정성 유지장치는 fixed retainer, bonded retainer, 혹은 lingual DBS 등의 다양한 명칭으로 불립니다.
고정성 유지장치는 세 가닥으로 꼬여진 얇은 철사(직경 0.0175인치의 twistflex 혹은 triflex wire)를 앞니 설측면에 부착하며, 보통 비발치로 교정한 경우는 송곳니까지(3-3), 발치교정의 경우는 제2소구치까지(5-5) 연장합니다. 세 가닥으로 꼬여진 철사를 이용하는 이유는 꼬여진 철사가 같은 두께의 통으로 된 철사보다 더 유연하고 강하면서도 치아 뒷면의 굴곡을 따라 형태를 잘 부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치아는 뼈와 완전히 붙어있는 상태가 아니므로 교정 후 유지단계에서 어느 정도의 움직임은 허용하면서도 배열된 상태를 잡아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철성 장치의 경우는 잘 때 끼도록 권유하고, 정기 검진을 진행하며 점차 착용하는 시간을 줄여나가게 됩니다. 그러나 고정성 유지장치의 경우에는 특별한 문제가 있지 않은 이상에는 계속 붙이고 계시는 것이 교정 후 유지에 필수적입니다. 교정 후 유지기간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지만 저는 life-time retention의 개념으로 평생 유지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정 후 정기검진은 6개월마다, 적어도 1년에 한 번씩은 병원에 내원하여 스케일링 후 고정성 유지장치가 탈락되지 않았는지 확인합니다. 또한 가철성 장치가 잘 맞는지, 혹시 느슨해졌다면 조금 더 조여주기도 하며, 이후 충치와 잇몸상태 등 일반적인 검진도 시행합니다. 또한, 정기검진 외에도 유지장치에 이상이 있거나 치열이 변하는 것 같다면 언제든 병원에 내원하셔야 함을 강조합니다.
간혹 유지장치에 문제가 있는데도 안 오시고 장기간 정기검진도 빼먹는 분들이 계십니다. 만약 재발이 되었다면 간단하게는 기존의 가철성 유지장치인 W-A를 이용하거나 투명장치를 몇 단계 제작하여 조절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단계를 넘어서 재발되었으나 앞니에 국한된 경우 ‘육전치교정(앞니교정)’을 통하여 비교적 간단하게 재교정을 통해 해결하기도 합니다.
이번 회까지 열두 번의 칼럼이 교정치료를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이만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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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치료는 해봤자 다시 재발되니 효과가 없다?” “유지장치를 평생 껴야한다?”는 말이 있는데요.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틀린 말’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낭설이 생긴걸까요?
그 연유를 알아보겠습니다.
일단, 치료와 유지는 별개의 개념입니다.
교정치료는 ‘삐뚤어진 치열을 정상위치로 이동시키는’ 치료이지, ‘정상위치로 이동된 치열을 평생 그 위치 그대로 유지’시키는 치료가 아닙니다. 유지는 유지장치가 담당하는 것이고, 결국 완벽히 유지를 하려면 유지장치 가 계속 필요한 건 사실입니다.
세포들이 계속 분열하고 대체되고 뼈/근육/점막 등 수많은 종류의 조직들이 계속 리모델링되는 생물체 안에서, 매일매일 수백kg의 힘으로 수백번씩 씹고 발음하면서 턱근육의 힘을 받아내고 주변의 혀와 볼근육의 24시간 지속성 압력을 감당해야 하며, 영하20도에서 영상70도의 음식물이 순식간에 드나드는 혹독한 구강 환경에서, 인위적인 유지장치 없이 치아가 스스로 완전히 평생 그 자리에 그대로(마치 박물관의 유리관 안에 온/습도 조정해가며 고이 모시는 무생물 표본처럼) 고정될 수 있는 방법은, 현재 인류의 기술에서는 없습니다.
즉, 교정치료 후에도 치아는 매일 조금씩 움직입니다.
그런데, 이 말을 좀 더 정확히 표현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교정치료 후 뿐만 아니라, 교정치료 전에도, 교정치료 중에도, 심지어 교정치료를 받지 않은 사람도, 살아있는 생물체라면 누구나 모두 매일매일 치아는 조금씩 움직입니다.
즉, 이것은 교정치료의 재발 이 아니라, 세월이 흐르면서 발생하는 새로운 삐뚤림 입니다.
정리하자면, 교정치료 후에 치아가 매일 조금씩 움직여버리는건 맞지만, 사실은 교정치료 전에도 매일 조금씩 움직여왔고, 교정치료를 받지않은 사람도 계속해서 어제도 오늘도 매일매일 조금씩 치아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젊었을 때 제법 가지런했다던 사람들도 중년이 되면 상당량 삐뚤어져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특히 아랫니앞니). 매일매일 씹고 발음하고 이악물기와 이갈이에 의해서, 또한 나이가 들면서 얼굴 근육의 힘, 방향, 길이 및 얼굴뼈의 각도, 길이가 달라지면서, 이로 인해 치아에 가해지는 힘의 vector가 변하면서, 매일매일 치아가 조금씩 밀리고 있는 것이죠.
모든 사람(생물체)들은, 치아가 매일매일 조금씩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일반적으로 이방향은 치아들이 서로 겹쳐지고, 전방으로 쏠려나오고 뻐드러지는 방향이다)으로 무질서하게 쓰러집니다.
그렇다면, 교정치료 종료시점의 100점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다시 매일매일 조금씩 삐뚤어져 버릴 것이기 때문에, 교정치료는 받아봤자 의미가 없는걸까요? 받을 필요가 없는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교정치료 후에 치아가 다시 삐뚤어지더라도 여전히, 교정치료를 받지않은 사람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교정치료를 받지 않은 사람 은 어렸을때부터 매일매일 삐뚤린 양이 계속해서 모두 누적되었고, 교정치료를 받은 사람 은 그렇게 삐뚤린 누적량을 한번 0으로 정리하고나서 다시 0에서부터 ‘새로이’ 삐뚠 양만 누적되었기 때문이죠.
다음 3개의 그래프 가운데, 좌측과 중간 그래프를 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교 정치료를 받은 사람 (가운데 그림)은 교정 후에 설령 새로이 삐뚤어졌다 하더라도, 그 삐뚤림 누적량(세로축)이, 교정치료를 받지 않은 사람 (왼쪽 그림)보다 훨씬 적습니다.
또한, 교정치료 후에 매일매일 새로이 삐뚤어지는 그 속도(그래프에서 ‘기울기’)도, 교정치료를 받지않은 사람보다 훨씬 느립니다(완만합니다). 왜냐하면, 교정치료로 위-아래 치열이 긴밀하게 감합되는(맞물리는) 정상교합을 형성해줬기 때문에, 치아가 여러 방향의 힘을 받더라도 위-아래 치열이 서로 잡아주는 효과가 있어(긴밀한 교합에서는 치아가 다른 위치로 밀려나갈 틈새가 없음) 덜 삐뚤어지기 때문입니다. 반면, 교정치료를 받지않았거나 수준낮은 교정치료 를 받은 사람은, 위아랫니가 엉성하게 들떠있기 때문에 치아들이 여러 방향의 힘을 받을 때마다 들뜬 틈새를 통해 여기저기로 쉽게 밀려 이동하므로, 다시 삐뚤어지고 치열이 와해•붕괴되는 속도가 빠릅니다(3개 그림에서, 교정치료를 받지 못한 시기의 기울기가 급함을 보세요).
그러나, 어쨌든 교정치료를 받았다 하더라도, 유지장치의 계속적인 장착 없이는, 삐뚤림 양=0 을 평생 완전히 영구적으로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아주 조금씩 소량씩이라도 새로이 삐뚤어지기는 하는거죠.
알기쉽게 비유하자면, 피부과 탄력레이져도 한번 받았다고 평생 영구적으로 피부탄력이 100점으로 고정되는게 아니고 주기적 으로 계속 받아야 한다고 하지요?! 탄력레이져를 한번 받으면 주름이 0 (=피부탄력이 100점)이 되지만, 다시 매일매일 조금씩 표정을 짓고 세월이 흐르며 근육과 피부조직이 노화되면, 피부가 다시 늘어나고(탄력이 떨어지고) 주름이 새로이 다시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주름•늘어짐이 5 10 15 이런식으로 다시 누적 증가하기 시작하죠. 그렇다고 탄력레이져가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만일 탄력레이져를 안받았다면, 주름•늘어짐이 30 45 60 이렇게 더 빠르게 더 큰 누적량으로 증가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레이져 1번만으로도 효과(차이)가 있긴 있지만, 계속해서 주름=0 (=피부탄력 100점)을 유지 하고 싶다면, 주기적으로 레이져를 계속 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매 1년마다 레이져를 받으면, 계속해서 주름 0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죠.
교정치료도 마찬가지입니다. 설령 다시 삐뚤어진다 하더라도, 교정치료를 받은 사람은 교정치료를 받지않은 사람과는 계속해서 한 차원 다릅니다 . 만일 유지장치를 끼지 않으면서도 완벽한 0으로 계속해서 유지하고 싶다면, 교정치료도 피부레이져 치료처럼 주기적으로 계속 받아야 합니다. 다만, 교정치료는 그 주기가 1년은 아니고, ‘한 15-25년 뒤에 (중년 즈음에) 교정 한번 더 받을까?’ 정도의 주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15년-25년 뒤에 심하게 삐뚤어진다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된 치료를 받았다면 그 때도 꽤 가지런한데, ‘완벽한 100점’을 계속해서 유지하는게 목적이라면 교정치료도 피부레이져처럼 주기적으로 반복되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누구나 점점 치아들이 앞쪽으로 더 튀어나오는데, 이것도 고쳐줄 겸 겸사겸사~).
물론 유지장치를 계속 낀다면 , 교정치료를 주기적으로 다시 안받아도, 첫 교정치료의 완벽한 0의 결과가 계속해서 평생 유지됩니다.
그렇다면, 이 유지장치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교정치료 후에는 유지장치라는 것을 만들어 드리는데요. 이것을 평생 착용하면(밤에 잠잘 때 만이라도), 평생 완벽한 0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중년에 다시 2번째 교정치료를 고민해볼 필요도 없지요.
유지장치에는, 다음 왼쪽 그림과 같이 꼈다뺐다 하는 유지장치 (가철식 유지장치)와 오른쪽 그림과같이 앞니 뒷면에 안보이게 아예 접착제로 붙여버리는 유지철사 (고정식 유지장치)가 있습니다.
그럼 치아가 다시 안삐뚤어져야 하니까, 이 2종류의 유지장치를 무조건 오래, 가급적 평생 끼는 것이 좋은 걸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특히 꼈다뺐다 하는 유지장치(가철식 유지장치; 왼쪽 그림)의 평생 착용 은, 의학적으로 오히려 권장되지 않습니다. 꼈다뺐다 하는 유지장치는 밤에 잘때만 끼는 것인데요(낮밤 하루종일 ‘수년’간 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 나이가 들어가면서 턱•얼굴뼈들의 위치와 각도, 길이가 상당량 변하기 때문에, 치열/턱뼈/턱관절도 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어느정도는 이동을 허용해주는 것이 의학적으로 권장되는데, 꼈다뺐다 하는 유지장치는 이러한 이동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잇몸뼈도 나이가 들수록 그 높이가 낮아지기 때문에, 잇몸뼈가 치아를 지탱하는 힘의 vector도 상당량 변하게 되죠. 그러므로 10년, 20년 전에 만든 유지장치를 계속해서 야간착용해버리면, 10년-20년 전과는 혀의 위치나 치아에 가해지는 압력과 크기와 방향이 상당히 달라져있어서, 이 압력의 변화가 매일 낮/밤마다 치아에 반복됩니다.
설령 잇몸뼈 높이 변화가 전혀 없다고 가정해도, 유지장치를 꼈을 때와 뺐을 때는 혀의 위치 등이 변하기 때문에, 여전히 치아들에 압력의 변화가 생깁니다. 교정기•철사들이 붙들어주고 있을 날(유지장치 본을 떴던 날)와 교정기•철사들이 사라진지 수년이 지난 오늘(현재), 치아들이 받는 압력 역시 서로 다릅니다. 치아들이 이러한 ‘힘의 변화’를 매일 낮밤 반대방향으로 반복해서 겪고, 이러한 변화가 십수년 이상 반복되는 것은, 치아 건강에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유지’ 그 자체에도 사실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 가철식 유지장치를 평생 껴야 한다고 주장하는 치과도 있지만, 사실 유지장치를 평생 낀다는건 현실성도 떨어집니다. 물론 유지장치를 안경 정도로 http:// 생각해볼 수 있으며, 밤에만 끼면 되기 때문에 평생 끼는 분들도 꽤 계시긴 하지만, 많은 환자분들은 2-3년만 지 http:// 나도 점점 착용하지 않게 됩니다. 참고로,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도 본인을 스스로 교정치료하고 유지장치를 2달만 끼고, 버렸습니다. 수준높은 교정치료로 위-아래 치아들이 긴밀하게 감합하여(맞물려) 스스로 서로를 잡아주는(틀어지기 어려운; 긴밀한 교합으로 인해 주변에 틀어질 공간이 없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주면, 유지장치에 대한 의존성을 현저히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준높은 교정치료’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수준낮은 교정치료’를 받으면, 잘못된 교정치료의 위해 뿐만 아니라, 장기간 가철식 유지장치로부터의 위해까지 받아야 합니다.
100점으로 끝낸 교합은 스스로 100점을 상당시간 지켜가는데 반해, 85점으로 끝낸 교합은 빠르게 80점, 75점, 65점으로 떨어집니다. 사실 유지장치를 평생 끼라 는 지시는, 많은 일빈치과들은 물론이고 통상의 교정전문치과들에서도 100점 교합은 형성시켜주지 못하기 때문에(일반치과가 대체로 60점 수준으로 교정치료를 끝내며, 교정전문치과들이 통상 85점 수준으로 교정치료를 끝냅니다), 수준낮은 교합으로 인해 새로운 삐뚤림이 쉽게 발생해버리는 현상의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방어적인 의미로 지시하는 의도가 큽니다.
그러나, 이런 식의 비과학적인 ‘유지’개념(생물체를 100% 완벽하게 고정시키겠다는 망상)보다는, 현실 그대로 “누구나 생물체라면 조금씩은 계속 움직이는 것이고, 그건 어쩔 수 없다.”라는 과학적 현상을 그대로 인정하고, “다만 교정치료를 수준높은 교합으로 끝낼수록 치열 스스로 유지하는 힘은 더 커진다.”라는 점을 아는 것이, 바람직한 ‘유지’개념의 이해라고 하겠습니다.
본원에 여러가지 이유(유지철사 탈락이나 충치, 턱관절, 사랑니, 재교정 등)로 내원하는 타치과 교정 완료 환자분들의 교합상태를 보면, 90점 이상의 교합을 가진 환자들은 5%에 불과합니다. 본원과 보통의 타병원과의 교합 수준 차이 보러가기
환자분들은 ‘어느 치과에서 교정치료를 받더라도, 미용 결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당연히 교합 결과는 어느 치과에서나 똑같이 완벽히 100점인 표준화된 정상교합으로 만들어준다 ’라고 생각하시지만, 실제로는 정상교합 이란 수준을 형성해낼 수 있는 치과는 전체의 5%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95%가 무능력하다거나 비양심적이란 것이 아니라, 그만큼 교정치료는 매우 어려운 치료이고, 의사간 차이가 매우 큰 치료이고, 치료결과가 표준화•획일화가 될 수가 없는 치료입니다.
대부분의 교정전문치과에서 치료받았다는 환자분들은 85점 수준이 많습니다(구치부 I급 관계는 형성했으나, 전치부 수평피개나 수직피개가 과도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양측 견치가 대칭적으로 정상접점에서 대합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음. 구치부에서 교합이 들뜨거나 변연융기 높이가 다른 경우가 많음). 대부분의 일반치과에서 치료받았다는 환자분들은 60점 수준이 많습니다(구치부 I급 관계 조차 형서이 안되있음. 심한 전치부 수직피개, 수평피개 등이 관찰됨. 심지어 개방교합, 교차교합 등을 방치한 경우도 많음. CO-CR discrepancy 즉 턱의 가짜위치에서 교합을 끝낸 경우도 많음: 15번문항 참고).
교합을 엉성하게 만들어놓으면, 세월이 흐르면서 엔트로피가 높아지는 방향으로 무질서하게 쓰러지는 치아들의 움직임을 상당량 막지못하고, 그대로 쓰러지게 허용합니다. 쓰러져가는 치아들을, 유지장치로 강제로 감옥같이 현재의 잘못된 위치에, 심지어 위-아래 치아가 긴밀하게 대합되지도 않는 ‘허공’에 붙드는 것은, ‘유지’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치아의 수명과 턱관절건강을 오히려 더 악화시킵니다(jiggling force가 발생: 쓰러지려는 힘과 유지장치에 의해 붙들리려는 힘이 평생 매일 낮밤마다 반복되면서 치아와 턱관절을 손상시킵니다). 게다가, 이것은 올바른 위치(정상교합)로 유지하는 것도 아니고, 비정상위치(비정상교합)로 강제 유지하는 것이니, 이렇게 수준낮은 교합으로 종료된 경우는, 차라리 유지장치를 착용하지 않는 것이 더 낫습니다.
즉, 강제로 2차적으로 힘을 가하는 가철식유지장치의 장기간 착용보다는, 스스로 위아래 치아가 24시간 내내 일정한 방향의 힘을 겪으면서 정상위치를 유지하는 정상교합으로 진작에 끝나는 편이 훨씬 더 건강에 유리합니다. 정상적인 교정치료로 수준높은 정상교합을 형성해줬다면, 치아들이 쓰러지려는 힘 자체도 크지 않으므로 그나마 쓰러지려는 치아도 긴밀한 교합이 막아주므로, 유지장치를 오래 껴도 jiggling force가 크게 발생하지 않고, 유지장치를 오래 껴도 비정상위치로 강제로 허공에 유지하는게 아니라, 정상위치로 적절하게 유지하게 됩니다.
다만, 정상교합 으로 끝낸다는 것은 결코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대부분의 치과에서 무난하게 다 성공할 수 있는 그런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단, 우수한 정상교합으로 종료하였다 하더라도, 재발경향이 높은 케이스(과개교합/ 치아사이틈새가 있었던 경우/ 개방교합을 턱뼈교정 없이 치료한 경우/ 발치케이스인데 비발치로 치료하여 인구과밀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못한 경우 등)는 2-3년 이상 껴주는 것이 좋습니다. 발치교정치료를 한 경우도 발치한 틈새가 벌어지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유지장치를 1-2년 이상 껴주는 것이 좋습니다(1번문항 참고).
가철식 유지장치는 통상, 교정치료 직후 3~6개월은 하루종일 끼고(이 때는 부러졌던 뼈를 기브스 하고 있는 상태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따라서 하루종일 착용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 이후부터는 밤에 잘 때만 착용하면 됩니다.
반면, 앞니 뒷면에 붙이는 유지철사(고정식 유지장치; 그림6-2의 오른쪽 그림)는 보통 5-10년 장기부착이 의학적으로 권장되며, 본인이 원해서 10년 이상 두는 경우도 많습니다(교정을 한 사람이든 안한 사람이든 누구나 나이들면서 발생하는 ‘새로운 삐뚤림’도 예방해주므로).
유지철사는, 가철식 유지장치보다 더 중요하며, 나이가 들수록 치열의 가로너비가 점점 수축되는 문제를 지속적으로 막아줍니다(치열의 가로너비 수축은, 치아삐뚤림을 비롯한 여러가지 치열-안면의 변화를 초래하는 주요 원인입니다; 5번 문항 참고). 특히, 교합력이 집중되는 아랫니 앞니의 유지철사가 매우 중요하여, 아랫니앞니의 유지철사는 가급적 오래 부착하는 것이 권장되고, 윗니앞니의 유지철사는 잇몸선에 가깝게 부착되는 경향 때문에 칫솔질에 다소 악영향이 있어 아랫니에 비해 일찍 철거하거나 애초에 부착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유지철사는, 혀에 이물감이 느껴지긴 하지만, 불편하거나 아프지는 않습니다. 유지철사는 24시간 내내 동일한 힘을 발휘하면서 매일매일의 새로운 삐뚤림을 방지해주므로, 특별한 문제 (양치에 심한 방해가 되거나, 턱관절 위치 문제가 발생했거나, 원래 비대칭이 심했거나, 환자가 예민하거나, 부적절한 식습관으로 빈번하게 탈락한다거나 등: 18번문항 참고)가 있는게 아니라면, 가급적 오래 두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중노년에서는, 치아수명이 많이 남지않아(잇몸건강이 악화된; 잇몸뼈가 내려간) 흔들리는 앞니들을 서로 묶어서 덜 흔들리게 해주는 splint(부목) 역할도 합니다.
유지철사는, 앞니에만 붙어있지만 어금니까지도 전체 치열 전반을 유지시켜 줍니다. 앞니는 완전히 유지해주면서, 어금니는 어느 정도 소량의 적응성 이동도 허용해주는 아주 적절한 장치입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굽어져가는 허리를 예방해주는 (척추가 펴지도록 등에 착용하는) 보조기(등에만 착용하지만, 전신의 자세를 모두 올바르게 해주는) 같은 역할입니다.
만일, 유지철사를 제거한다면, 그 후로는 꼈다뺐다 하는 유지장치를 아랫니(아랫니앞니)부위만이라도 잘 때 착용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