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구적으로 3D프린팅을 성형에 도입, 안면윤곽 및 양악 부작용 환자에 도움
환자에게 정확한 의료 정보 전달해야… 블로그, 유튜브로 환자와 소통
어린 시절, 만화 <우주소년 아톰>에서 버려진 아톰을 고쳐주고 희망이 되어주는 코주부 과학자, ‘오차노미즈 박사’처럼 되는 것이 꿈이었던 소년은 현재, 더 나은 삶을 포기한 환자들을 치료해주며 희망을 선사하는 성형외과 의사가 되었다. 국내에서 선구적으로 3D프린팅을 성형의 영역에 도입해 상용화했으며 성형 부작용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에게 복원, 재건 수술로 새로운 삶을 선사하고 있는 에이치성형외과 백정환 원장의 이야기를 조명해 보고자 한다.
백정환 원장은 대학 시절 RP 모델을 통해 모의수술을 진행하던 경험에서 3D프린팅에 흥미를 가졌다. 3D프린팅이 대중화되며 그는 기존에 해오던 수술 방식을 접어두고, 2014년 에이치성형외과를 개원하며 3D 프린팅을 이용한 방식에 주력하게 됐다.
백정환 원장은 한 때 10여년 간 눈, 코 등 미용성형을 다루었다. 한창 환자가 많던 시절엔 아침 8시부터 새벽 2시까지, 자기 자신도 챙길 새 없이 수술에만 몰두하기도 했다. 이런 그가 ‘나 자신도 못 챙기려고 의사가 됐나,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무엇인가’라며 회의감을 느낄 때쯤 생각해낸 것이 바로 ‘3D프린팅’이었다.
백정환 원장은 대학 시절, 양악수술을 하기 전날 밤마다 RP(Rapid Prototyping, 쾌속조형) 모델(3D프린팅의 동의어, 한 층 한 층 미세물질을 쌓아올려 입체 물질을 제조한다 해 쾌속조형이라고도 불림)을 통해 모의수술을 진행하던 경험이 있었다. 당시 RP 모델에서 높은 가능성을 보고 흥미가 생겼으나 소재와 비용적인 문제로 엄두를 내지 못했었는데, 2013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국정 연설 이후 3D프린팅이 대중화되고 3D프린팅 장비 가격이 낮아지며 도전할만 하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후 그는 기존에 해오던 수술 방식을 접어두고, 2014년 에이치성형외과를 개원하며 3D 프린팅을 이용한 방식에 주력하게 됐다.
굳은 결심으로 병원 규모를 절반 가까이 줄여가며 3D프린팅을 성형 분야에 활용하기 위한 연구를 했지만, 처음부터 순탄하지는 않았다. 백정환 원장은 3D프린팅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를 샅샅이 파헤치기도 했으며 재료공학, 금속, 기계 연구 등 관련 학회나 도움이 될 수 있을 법한 곳은 모두 찾아다니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3D프린팅 기술을 의학에 접목할 수 있게 도와주는 중간 다리의 필요성을 느끼며 산업계, 학계, 연구기관, 병원, 정부기관 등과 함께 2016년 대한3D프린팅융합의료학회를 창립, 그는 학회 홍보이사를 맡아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제는 학회나 세미나에 꾸준히 발표할 정도로 3D프린팅을 활용한 성형 연구 케이스도 많이 보유하게 됐다.
백정환 원장의 3D프린팅 성형이 가장 빛을 발하는 순간은 기존 보형물로는 손 쓸 수 없던 환자들을 치료할 때다. 기존에는 이미 절골된 뼈를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이 없었지만 3D 프린팅 기술로 환자별 맞춤 보형물을 출력할 수 있게 되었다. 안면윤곽이나 양악수술로 인한 개턱현상 등으로 콤플렉스가 있던 환자들에게 3D 프린팅이 새로운 방법을 제시해준 것이다.
현재 백정환 원장은 3D프린팅 성형에 대한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으며, 수술예측에 대한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CT 정보가 실제 뼈와 완전히 똑같지는 않으며, 보형물도 500㎛(마이크로미터) 정도의 오차가 있다. 이 두 가지가 만나면 1mm, 2mm까지도 오차가 생길 수 있다. 현재는 그 오차를 500㎛ 미만까지 만들었으며 3~400㎛, 200㎛까지 줄여보려고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상담할 때 환자는 코끼리를 생각하며 ‘코가 크고 다리가 4개인 몸집이 큰 동물을 그려주세요’라고 말했는데, 나는 코뿔소를 그리고 있을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수술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생기는데, 그래서 이를 줄여보려고 여러 방면으로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다. 아직은 기술적으로 조금 어려움이 있지만 조만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백정환 원장은 현재 웬만한 3D 모델링 프로그램은 물론 의료 분야에서 활용되는 여러 재료에 대해서도 많은 지식을 쌓았으며, 각종 세미나에서 꾸준히 발표할 만큼 3D프린팅을 활용한 성형 연구 사례도 많이 보유하게 됐다.
진료와 연구 활동 등으로 바쁠 법도 하지만 백정환 원장은 블로그와 유튜브 등에 꾸준히 콘텐츠를 올리면서 환자들, 자신과 뜻을 같이 하는 의사들과 소통하고 있다.
“내가 처음에 이 일을 시작하려고 했을 땐 기껏해야 인터넷을 뒤져 보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는데, 다른 사람들이 내가 겪어 온 길을 걷고자 할 때 조금이나마 나침반같은 역할을 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또한, 인터넷 상에 떠도는 의료 관련된 글은 대부분이 광고로 정보성 글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래서 환자들에게 정확한 정보 전달을 해주고자 시작했다. 시작한 지 5~6년 정도 됐는데, 시간을 많이 잡아먹지만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환자를 끔찍이 생각하는 백정환 원장이지만, 그가 환자들에게서 듣는 말은 주로 차갑다, 냉정하다, 딱딱하다, 무섭다와 같은 뉘앙스다. ‘이 성형으로는 좋아질 수 없다’, ‘나중에 수술하고 후회할 것이다’, ‘너무 기대치가 높다’ 등 환자들에게 소위 말해 ‘팩트폭격’을 한다는 점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성형외과는 환자들의 이상, 꿈, 바람을 구현해주는 곳인데, 그러다 보니 이상, 꿈이 너무 커 할 수 없음에도 된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게 부작용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조금 건조하게 환자들에게 팩트를 전달하는 의사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 내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환자를 보고 있는데, 환자들이 너무 딱딱하다, 차갑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어떤 환자가 내 블로그 댓글에 글을 써줬는데, ‘츤데레’라는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짚어 내 해결하는 것이 수술의 우선이 되어야 하므로, 환자를 포근히 감싸주는 따뜻한 의사보다는 냉철한 의사가 되기를 자처한 것이다. 그럼에도 환자 보기를 가족과 같이 해 모든 수술에 엄격하고 진지하게 임한다는 점, 알지 못했던 걸 하나 하나 자세하게 가르쳐 준다는 점이 환자들이 꾸준히 백정환 원장을 찾는 이유이다.
“의사는 선생님이어야 한다. 진료실에서 환자를 가르칠 수 밖에 없고, 후배 의사에게 가르치는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 판사, 검사, 변호사와 같은 대부분의 ‘사’ 자 직업은 한자로 일 사(事)또는 선비 사(士)를 쓴다고 한다. 그런데 의사는 스승 사(師)를 쓴다. 의사는 선생님이 가져야 할 역할, 자질까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백정환 원장은 의사와 공학자, 의사와 의사, 의사와 환자 사이에 다리같은 역할이 되고 싶다는 꿈이 있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자신과 같이 3D프린팅으로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자 하는 의사가 많아지는 것, 의사와 공학자, 의사와 의사, 의사와 환자 사이에 다리같은 역할에 도전해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도전 속에 꾸준한 노력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백정환 원장,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그를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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