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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Yellow Wallpaper 번역본 :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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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쪽씩 원서 읽기: ‘The Yellow Wallpaper’의 음모론적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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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22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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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런벽지; 여성과 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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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st searched keywords: Whether you are looking for 누런벽지; 여성과 광기 소설 ‘누런벽지(The yellow wallpaper)’에 대한 분석 | 1. … 남성내과의들이 아프지 않다며 주인공의 고통을 자신들의 방식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소설 ‘누런벽지(The yellow wallpaper)’에 대한 분석 | 1. 서론 이 순간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점들이 있다. 남편 John이 죽은(혹은 기절한) 이유와 매번 그를 넘어 외부와의 소통을 하는 주인공의 모습들이 그러하다. 이 두 개의 문제에 대해서는 아래에 기술할 본문에서 내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리겠지만 확실한 것은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는 점이다. 첫 번째 시선은 페미니즘, 특히 래디컬페미니즘으로 내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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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2 본론
3 결론
샬롯 길먼의 ‘누런 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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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롯 길먼의 ‘누런 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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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lotte Perkins Gilman의 ‘The Yellow Wallpaper’는 무엇을 의미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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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화를 통한 회복
사실 대 공상
바탕화면
살금살금 다가가는 여자 되기
누런 벽지(The Yellow Wallpaper by 나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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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런 벽지(The Yellow Wallpaper by 나혜 이
그이는 나에게 무척이나 신경을 쓰지요. 사랑해 주고 특별한 지시없이는 날 움직이지 못하게 합니다. 간혹여자가 겉무늬 뒤에 여러 명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 - Most searched keywords: Whether you are looking for
누런 벽지(The Yellow Wallpaper by 나혜 이
그이는 나에게 무척이나 신경을 쓰지요. 사랑해 주고 특별한 지시없이는 날 움직이지 못하게 합니다. 간혹여자가 겉무늬 뒤에 여러 명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 Table of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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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Yellow Wallpaper 번역본
누런 벽지
우리 같은 보통 사람이 여름을 지낸다고 고풍스런 저택을 빌린다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지요. 이 집은 콜로니엄 스타일의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저택인데, 흉가같은 데가 있어서 낭만적인 이야기에 딱 들어맞는 곳이 아닌가 싶어요. 그렇지만, 이건 지나친 욕심이겠지요. 하지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집엔 뭔가 수상쩍은 데가 있다는 거예요. 그렇지 않다면 이 집을 왜 그렇게 싼값에 빌려 주겠어요? 왜 그렇게 오랫동안 비워두었겠어요? 물론 남편 존은 이런 내 말에 코웃음을 치지만, 남편들이야 으레 그러는 법이죠. 그이는 지독히 실질적입니다. 신앙이란 건 생각조차 할 수 없고 미신이라면 질겁을 합니다. 손으로 만질 수 없고 눈에 보이지 않고 숫자로 나타낼 수 없는 것을 이야기할라치면 그이는 대놓고 비웃어요. 남편은 의사예요. 그리고 어쩌면 – 살아있는 사람들에게는 물론 이런 말을 못 하지요. 그렇지만 이 글은 생명없는 종이에 적는 것이니까 내겐 큰 위로가 됩니다. – 어쩌면, 그것 때문에 내 병이 빨리 낫지 않는 것 같기도 해요. 그이는 내가 아프다는 걸 믿지 않아요. 그러니 내가 어쩌겠어요? 명망있는 의사인 그이가 친지들에게 내가 별 탈이 없고 그저 일시적인 신경성우울증 – 경미한 히스테리 증세 – 에 불과하다고 장담을 하니, 내가 어쩌겠어요? 내 오빠도 의사이고 명망도 있는데, 나에대해 똑같은 말을 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나는 인산염인가 아인산염인가 뭐 그런 것과 강장제를 복용하고 여행을 하고 바람을 쏘이고 운동도 합니다.그런데 내가 다시 건강해질 때까지 <일>은 절대 금물이래요. 나는 생각이 달라요. 마음에 드는 일을 하면 신이나고 변화를 주게 되어 내 건강에 좋을 것 같거든요. 그렇지만 내가 어쩌겠어요? 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난 얼마 동안 글을 썼죠. 그런데 상당히 힘이 들었어요. 몰래 하려니까 더 그랬지요.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심한 반대에 부딪히고 말 거예요. 나는 가끔씩 이런 생각을 해봐요. 주위에서 내가 하는 일을 반대하지 않아 내게 사람들을 더 만나고 신나는 일이 있으면 좋겠다고요. 그렇지만 남편은 그런 생각 자체가 내 건강을 제일 나쁘게 하는 것이라며 난리예요. 사실은 나도 내 증세를 생각하면 항상 기분이 나빠져요. 그러니 내 증세 타령일랑 그만두고 이 집 이야기나 해야겠어요. 가장 멋진 곳이예요! 길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있어요. 마을에서 십 리 이상 떨어져 있죠. 이야기책에 나오는 고풍스런 영국 저택이 저절로 떠올라요. 주위엔 생울타리와 담장이 둘러쳐져 잇고 빗장 달린 대문이 있어요. 정원사와 일꾼들의 작은 집들이 이곳저곳에 널려 있답니다. 정원은 너무나도 멋져요! 이런 정원을 보기는 처음이예요. 규모가 큰데다 그늘이 많이 있어요. 도장나무가 줄지어 선 오솔길이 곳곳에 있고 포도나무로 뒤덮인 나무응달이 길게 줄지어 있고 그 밑엔 앉을 자리들이 있답니다. 온실도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죄다 부서졌답니다. 법적인 실랑이가 있었나봐요. 상속자와 공동상속자 사이에 말입니다. 어쨋든 이곳은 여러 해 동안 비어 있었어요. 이런 문제가 나의 유령 취미를 좀 손상시키기는 하지만 상관없어요. 난 분명히 느끼겠는걸요. 이 집엔 무언가 이상한 데가 있어요. 어느 날인가 달밤에 그이에게 이런 말을 했더니, 그건 문틈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 때문이라면서 창문을 닫아 버리더군요. 난 때론 이치에 맞지 않게 그이에게 마구 화를 냅니다. 분명히 예전엔 그처럼 예민하지 않았어요. 신경증세 때문인가봐요. 그러나 그이 말이 내가 그렇게 생각하면 내 자신을 잘 통제하지 못할 거래요. 그래서 나는 안간힘을 다해 자제하려고 합니다. 적어도 그이 앞에서는 말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려니 굉장히 힘이 빠져요. 난 우리 방을 조금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 아래층의 방을 쓰자고 했어요. 그 방은 베란다와 통해 있고 창문엔 온통 장미꽃이고 비록 구식이지만 예쁜 커튼이 쳐져 있거든요. 그러나 그이는 내 말을 안들어요. 그이의 말이, 그 방엔 창문이 하나인데다 침대가 둘 들어갈 자리가 없고, 또 그이가 딴 방을 스려 해도 쓸 만한 방이 가까이에 없다는 거예요. 그이는 나에게 무척이나 신경을 쓰지요. 사랑해 주고 특별한 지시없이는 날 움직이지 못하게 합니다. 낮에는 시간마다 나를 위해 짠 특별한 시간표가 있어요. 내가 신경 쓸 거리를 그이가 몽땅 도맡아갔으니 고맙다고 생각 안 하면 배은망덕이겠죠. 그이의 말에, 우리가 이 곳으로 온 것은 전적으로 나 때문이랍니다. 내가 완전히 휴식을 취하고 필요한 좋은 공기를 마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왔다는 거예요. 당신의 운동량은 당신의 기력에 달려 있고, 식사량은 식욕에 달려있지. 그렇지만 공기야 얼마든지 마실 수 있는 것 아니야? 그래서 이 집의 꼭대기층에 있는 육아실을 쓰게 되었어요.
이 방은 크고 통기가 잘돼요. 거의 한 층을 다 차지하고 있어 사방으로 창문이 나 있고 공기와 햇볕이 쏟아져 들어와요. 이 방은 처음엔 육아실로 쓰다가 다음엔 놀이방과 운동실로 쓴 것 같아요.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창문엔 아이들 보호용 철창이 달려 있고, 벽에는 고리 같은 것들이 달려 있기 때문이지요. 페인트와 벽지의 꼴을 보니 남자아이들이 이 방을 쓴 것 같아요. 침대의 머리말 부근의 벽지는 내 손이 닿을 수 있는 높이까지는 여기저기 많이 찢겨 있어요. 그리고 방의 다른 쪽 밑부분도 많이 찢겨 있고요. 이렇게 벽지가 흉측하게 찢긴 건 난생 처음 봐요. 이 벽지의 무늬는 모든 심미적인 원칙을 무시한 채 꿈틀거리며 뻗어나가 현란합니다. 무늬를 따라가노라면 뭐가 뭔지 모르게 아주 단조롭지요. 그러면서도 무늬가 선명해서 계속 쳐다보게 만들어요. 측늘어진 곡선을 얼마간 따라가노라면 이 곡선들은 갑작스레 없어집니다. 얼토당토 않게 홱 꺾여 듣도 보도 못 한 식으로 사라져버려요. 색깔은 혐오스럽고 역겨울 정도예요. 천천히 바뀌는 햇볕에 이상스래 바래져서 사람을 울적하게 만드는 불결한 누런색이예요. 희미하면서도 몇몇 군데는 타는 듯한 주황색이 돌아요. 또 다른 쪽은 역겨운 유황빛이 돌지요. 아이들이 이 벽지를 싫어했던 건 당연합니다. 나라도 이 방을 오래 쓰라면 싫어하겠어요. 그이가 와요. 이 글을 치워야겠어요. 내가 글을 쓰면 질색을 하거든요. 이곳에 온 지 이 주일이나 되었습니다. 그런데 첫날 이후론 글을 쓰고 싶지가 않았어요. 난 지금 창가에 앉아 있어요. 이 흉측한 육아실에서 말입니다. 문제는 기력이 없어서지 내가 글쓰는 걸 막는 건 없답니다. 그이는 온종일 외출해 있다가 돌아오는데, 환자들의 병이 심할 때에는 밤에도 나가 있어요. 내 병이 중증이 아니라 다행이죠. 그렇지만 이 신경증 때문에 난 지독히 우울해요. 내가 얼마나 고통을 받는지 그이는 몰라요. 그인 도대체 내가 고통받을 이유가 없다는 거예요. 그인 일단 생각을 그렇게 하고는 만족해합니다. 물론 이것은 신경증에 불과한 것이지요. 그런데 이 증세가 나를 너무 억눌러서 아무 일도 못 하겠어요! 난 남편에게 도움이 되려고 애를 씁니다. 진정으로 안식과 위안이 되려고 말입니다. 그런데도 난 이미 그이에게 짐이 되고 있어요. 아무도 믿지 않을 것입니다. 자그마한 일이라도 나에겐 얼마나 힘이 드는지를. 옷을 챙겨 입고 식구들을 만나고 이런저런 일을 투박하는 것 말입니다. 메리가 아기를 그토록 잘 봐주다니 다행이죠. 아긴 너무도 귀여워요! 그렇지만 난 아기와 같이 있을 수 없어요. 나의 신경이 과민해지기 때문이지요. 내 짐작에 남편은 평생 신경이 과민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내가 벽지 얘기를 하면 그이는 코웃음을 쳐요! 그인 처음엔 이 방을 새로 도배할 생각을 했는데 나중엔 이렇게 말하더군요. 내가 벽지 앞에서 꼼짝달싹 못한다면서, 신경증 환자에겐 그런 공상이 제일 해롭다고요. 벽지를 새로 갈면, 다음엔 육중한 침대를 탓할 것이고, 그 다음엔 철창을 댄 창문을 탓할 것이고 그 다음엔 층계 꼭대기의 문을 탓할 거라고요. “여보, 이곳이 당신 건강에 좋다는 걸 알지?” 그이가 말했어요. “그리고 정말이지 이 집을 석 달간만 빌려서 살기로 한 것이니까 수리할 마음은 없어” “그렇다면 제발 아래층으로 내려가요. 그곳엔 예쁜 방들이 있잖아요” 그랬더니 그이는 나를 껴안으며 작은 귀염둥이라고 하면서 내가 원한다면 지하실로 내려가겠고, 게다가 하얀 칠을 하겠다고 했어요. 하긴 침대와 창문 등에 관한 그이의 말은 아주 옳아요. 이 방은 어느 누가 보아도 통기가 잘되고 안락한 방이죠. 물론 변덕을 부려서 그이를 불편하게 만다는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않겠어요. 난 이 큰 방을 점점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이 소름 끼치는 벽지만 빼면 말입니다. 한 창문을 통해 정원을 내다볼 수 있죠. 신비스럽고 짙은 나무그늘과 현란한 종래의 꽃들이며 관목들과 올퉁불퉁한 나무 등걸들을 볼 수 있어요. 다른 창에서는 이 저택에 속한 아름다운 포구와 선창을 볼 수 있죠. 게다가 집에서 선창까지 뻗은 아름답고 그늘진 오솔길이 있어요. 이 수없이 많은 오솔길과 나무 그늘을 사람들이 걷고 있다는 생각이듭니다. 그러나 남편은 이런 공상에 절대로 빠지지 말라고 주의를 줍니다. 그이의 말이 내가 본래 상상력이 많고 이야기 짓는 습성이 있어서 지금과 같은 신경쇠약의 상태에서는 걷잡을 수 없이 환상에 빠질 수 있대요. 이런 위험을 막기 위해 의지와 양식을 발동시켜야 한다고 했어요. 때론 이런 생각이 듭니다. 만약 내 몸이 좀 나아서 글을 쓴다면 나를 억누르는 생각에서 벗어나 쉴 수 있을 거라고요. 그렇지만 글을 쓰면 퍽이나 피로해요.내가 하는 일을 하는 데 조언자나 동반자가 없다는 것이 참으로 실망스러워요. 내가 정말 병이 나으면, 사촌 헨리와 줄리아를 이곳으로 초대해서 오랫동안 묵게 하겠다고 그이가 말합니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그런 자극적인 사람들을 부르느니 차라리 내 베개 속에 폭죽을 넣는 편이 낫겠대요. 난 정말 빨리 낫기를 바랍니다. 그렇지만 그런 생각은 말아야죠. 이 벽지는 윰흉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아는 듯 합니다. 늘어진 모가지에 툭 튀어난 눈알이 달려 사람들 거꾸로 보는 듯한 무늬가 반복되고 있어요. 그 건방지고 까딱도 않는 꼴에 난 진짜 화가 납니다. 무늬는 위아래 옆으로 기어다니고 있어 그 맹랑하게 빤히 쳐다보는 눈알은 사방에 있어요. 벽지 사이의 무늬가 잘 들어맞지 않는 곳이 딱 한 군데 있죠. 눈 무늬가 위아래로 나 있는데, 이 지점에선 한쪽의 눈 무늬가 다른 쪽보다 조금 높이 나 있어요. 도대체 무생물의 물건에 표정이 많다는 걸 우린 익히 알지요! 난 어릴 때 잠이 깨면 누위서 맨벽과 가구를 보며 굉장한 재미와 두려움을 느끼곤 했습니다. 보통 아이들이 장난감에서 느끼는 것 이상으로 말입니다. 생각이 납니다. 우리의 크고 낡은 장롱의 손잡이가 얼마나 다정하게 눈짓을 보내곤 했는지를. 기운 센 동무 같던 걸상도 잇었죠. 만약에 어느 한 가구가 너무 사나운 표정을 지으면 내가 얼른 그 걸상 속으로 뛰어들면 안전할 것이라 느끼곤 했답니다. 이 방의 가구는 단지 조화만 안 될 뿐이지요. 죄다 아래층에서 가져온 것이니까 그럴 수밖에 없어요. 이 방이 놀이방으로 사용되었을 땐 육아용 가구를 죄다 내어갔는가 봅니다. 그야 당연하겠죠! 이 방같이 아이들이 험하게 쓴 방을 본 적이 없으니까요. 내가 이미 말했듯이 벽지의 여러 곳이 찢겨 있는데 남아 있는 곳은 친형제들보다 더 가깝게 찰싹 달라붙어 있어요. 그러니 아이들이 벽지를 싫어한 만큼이나 집요하게 뜯어낸 것 같아요. 그리고 방바닥은 긁혀있고 구멍이 났고 금이 갔어요. 벽토 자체가 여기저기 패였고, 이 방에서 발견한 유일한 가구인 이 육중한 침대는 마치 전쟁을 치르고 난 것 같아요. 그렇지만 이런 것은 사실 괜찮아요. 벽지가 문제이죠. 시누이가 오네요. 아주 착하고 나에게 끔찍이 신경을 써줍니다.! 글쓰는 모습을 보여선 안됩니다. 열성적인 완벽한 살림꾼으로 집안 살림으로 대만족이죠. 내가 정말로 말하는데 시누이는 내가 글을 쓰기 때문에 이렇게 아픈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시누이가 방에서 나가면 글을 쓸 수 있어요. 창문을 통해 시누이가 멀리 떨어져 있는 걸 볼 수 있으니까요. 한 창문에서 길을 내려다보입니다. 멋지고 응달이 진 꼬불꼬불한 길이 보여요. 또 다른 창문에선 멀리 시골 전경이 보여요. 아름다운 전경인데, 빽빽이 들어선 느릅나무와 벨벳 같은 풀밭이 보입니다. 이 벽지엔 다른 색조의 밑무늬가 있는데 특별히 신경 쓰이는 무늬예요. 그 까닭은 어떤 빛에서만 보이는데 그것도 명확하게 보잊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색이 바래지 않는 곳에 햇빛이 알맞게 비치면 무언가 기이하고 자극적이며 형체를 알 수 없는 모습이 보여요. 그것은 선명하게 보이는 멍청이 같은 무늬 뒤에서 엉금엉금 기어다니는 듯해요. 시누이가 층계에 와 있어요!
독립기념일 휴일도 지났어요! 사람들은 죄다 떠나고 난 지칠 대로 지쳐 있어요. 그이의 생각에 내가 사람들을 좀 만나는 것이 좋을 것이라 하여 어머니와 넬리와 아이들이 일주일간 와 있었죠. 물론 난 아무 일도 안 했어요. 이젠 시누이가 모든 일을 돌봅니다. 그런데도 난 늘 피곤해요. 남편 말이 내가 빨리 낫지 않으면 가을에는 날 웨어 미첼 의사에게 보내겠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난 그 곳엔 전혀 가고 싶지 않아요. 그에게서 치료를 받아본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말에 의하면 그 의사는 내 남편이나 오빠와 똑같은 인물인데 단지 더 지독하다는 점이 다르대요. 게다가, 그렇게 먼 곳까지 가는 건 내게 힘이 들어요. 도대체 무슨 일에건 손을 대는 것 자체가 무가치하다고 느껴요. 그래서 난 굉장히 짜증을 내고 투덜거립니다. 툭하면 울고, 그러니 늘 울며 지내죠. 물론 남편이나 누가 옆에 있을 때는 울지 않지만 혼자있을 때는 늘 웁니다. 이제 난 상당 시간을 혼자 잇곤 합니다. 그이는 중환자 일로 아주 빈번하게 읍내에 나가 있고 시누이는 착해서 내가 원할 때는 혼자 있게 해줍니다. 그래서 난 정원을 거닐거나 아름다운 오솔길을 따라 좀 걷고 현관의 장미나무 밑에 좀 앉아 있다가 이 다락방에 올라와 오랜 시간 누워있지요. 벽지는 그렇다손치더라도 이 방을 정말로 좋아하게 되었어요. 어쩌면 바로 벽지 때문인지도 모르죠. 난 온통 벽지 생각뿐이에요!
이 큰 붙박이 침대에 누워서 -못을 박아 고정시켰나봐요- 몇 시간이고 무늬를 따라가며 보고 있지요. 그건 운동하는 거나 매한가지예요. 난 바닥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사람의 손이 안 간 저 구석의 밑에서부터 말입니다. 그리고 수없이 결심을 하죠. 저 무의미한 무늬를 계속 추적하여 기필코 어떤 결론을 얻어내겠다고요. 벽지무늬를 고안하는 원칙에 대해서는 좀 알고 있어요. 이 벽지는 방사법이나 교차법, 반복법, 대칭법, 그 외에 내가 들어본 그 어떤법도 따르지 않은 것입니다. 물론 폭에 따라 무늬가 반복되었지만 그외엔 아무런 원칙도 없어요. 한쪽에서 보면 폭에 따라 무늬가 나 있는 듯한데, 잔뜩 부푼 곡선과 현란한 무늬 – 발작적으로 경련을 일으키는 듯한 저질의 로마네스크식 무늬인데 – 가 따로따로 무의미하게 비척거리며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어요. 그러나 다른 쪽에서 보면 대각선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길 게 내뻗은 선들은 파도에 휘몰려 버둥거리는 해초떼처럼 볼썽 사납게 파도치며 뻗어각 있어요. 전체 무늬가 수직으로도 나 있습니다. 나에겐 그렇게 보여요. 그방향으로 난 무늬를 앞뒤를 따지다가 지쳐 버렸어요. 집 주인이 장식띠 대신에 벽지를 뉘어 붙여서 더욱 혼란스럽게 되어 버렸죠. 방 안의 한쪽 끝엔 벽지가 거의 손상을 입지 않은 곳이 있는데, 바로 그곳에서 광선이 엇갈리며 희미해지고 다시 햇밫이 나지막이 직통으로 비치면 방사선형의 무늬가 생기는 것 같아요. 괴기한 무늬들이 한 곳을 정점으로 생겨난 후, 똑같이 정신없이 사방팔방으로 확확 뻗어 있습니다. “내 귀염둥이, 무슨 일이야?” 그이가 물었어요. “그렇게 걸어다니지 말아요. 감기 걸려요.” 난 이때다 생각하고, 사실은 내 병이 나올 성질의 것이 아니니까 날 다른 곳으로 데려가달라고 말했습니다. “아니, 여보!” 그이가 대꾸했어요. “삼 주일만 지나면 임대기간이 끝나는데 그 전에 떠날 수야 없지 않소? 집 수리도 끝나지 않았고, 지금은 나도 도저히 이곳을 떠날 수 없어. 물론 당신이 위독하다면 떠날 수도 있는 거고 떠나겠지만, 정말이지 당신은 건강이 좋아졌어. 당신이 그걸 알건 모르건 간에, 난 의사니까 잘 알아. 당신은 몸무게도 늘고 혈색도 좋아지고 식욕도 좋아졌어. 당신에 대해 훨씬 안심하고 있어” “난 몸무게가 조금도 늘지 않았어요” 내가 말했습니다. “별로 늘지 않았어요. 나의 식욕도 당신이 곁에 있는 저녁때엔 좀 생기겠지만, 당신이 안 계신 아침에는 형편없어요!” “저런 철부지!” 그이가 나를 덥썩 안아주며 말했어요. “좋을 대로 생각해. 그렇지만 미금은 잠을 자고 낮에 일을 해야지. 아침에 이야길 더 하지!” “그럼, 당신 아침에 집에 계실 거예요?” 난 침울해서 물었어요. “어찌 내가 나가겠소? 삼 주일만 더 지내면 되니까, 그 땐 우리 며칠 동안 여행을 하지. 그 동안에 제니는 집에서 우릴 맞이할 준비를 하고. 정말이지. 당신 건강이 좋아졌어!” “어쩌면 몸은 좋아졌는지 모르지요…” 내가 말을 시작하다가 곧 그쳤어요. 그이가 벌떡 일어나 엄하고도 나무라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아서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었죠. “여보” 그이가 말했어요. “제발 간청이야. 나와 아기와 당신을 위해서 한 순간이라도 그런 생각일랑 말아요! 당신 같은 성격엔 그런 생각처럼 위험하고 유혹적인 것이 없어. 그건 어리석고 허황된 공상이야. 그래, 의사인 내 말을 믿지 않아?” 그래서 난 더 이상 말을 안 했고, 우린 곧 잠이 들었어요. 그인 내가 먼저 잠이 든 줄 알고 있었지만, 난 그냥 깨어 여러 시간 동안 누위서 겉무늬와 속무늬가 같이 붙어서 움직이는지 따로따로 움직이는지를 알려고 애썼죠. 그런 무늬를 대낮에 보면 연속적인 무늬가 없고, 어떤 원칙도 없어서 보통 사람의 신경을 계속 건드려요. 색깔은 퍽이나 을씨년스러워 정이 안 가고 기분이 나쁜데다, 그 무늬는 사람을 괴롭혀요. 그 무늬를 제대로 알아냈다 싶으면 무늬는 획 재주를 넘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요. 남의 뺨을 갈기고 보기 좋게 쓰러뜨리고 짓밟는 격이예요. 꼭 악몽 같다구요. 겉무늬는 현란한 아라베스크여서 곰팡이가 떠올라요. 마디가 난 독버섯을 상상해 보아요. 꼭 독버섯이 끝없이 줄을 이으며 뒤엉켜 피어나는 것 같아요. 때론 그렇단 말이죠! 이 벽지엔 한 가지 유별난 점이 있습니다. 나만이 알아본 것인데, 빛이 바뀜에 따라 무늬도 바뀐다는 것이지요. 햇빛이 동녘창으로 바치면 – 난 언제나 첫 햇살이 길 게 내뻗는 걸 지켜보는데요 – 무늬가 눈 깜짝할 사이에 변하는 것이 믿겨지지가 않아요. 그래서 늘 지켜보죠.
달빛에 보면 – 달이 뜨면 밤새도록 달빛이 흘러 들어와요 – 똑같은 벽지라는 걸 믿을 수가 없어요. 밤에는 어떤 종류의 빛이든, 석양이나 촛불 또는 등불이나 최악의 빛인 달빛이든 간에, 무늬는 쇠창살로 변해요! 겉무늬가 그렇단 말이지요. 그리고 그 뒤에 있는 여자 모습은 아주 선명하게 보여요. 겉무늬 뒤에 있는 그 희미한 밑무늬를 오랫동안 알아보질 못했죠. 하지만 지금은 분명히 여자로 보여요. 낮에는 여자가 얌전하고 조용히 있어요. 내 생각엔 바로 그 겉무늬가 여자를 그렇게 조용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그건 불가사의죠. 그걸보고 있노라면 한참 동안 조용히 있게 돼요. 난 이제 아주 오랫동안 누워 있습니다. 그이 말이 그렇게 하는 것이 내 건강에 좋대요. 또 되도록 많이 자라고 해요. 그이는 나에게 식사 후에 한 시간씩 자는 습관을 붙이게 만들었어요. 그건 아주 나쁜 습관이예요. 왜냐하면 사실은 내가 자지 않기 때문이죠. 그러니 점점 속임수만 늘게되는 거예요. 난 식구들에게 내가 깨어있다는 말을 안해요. 아니, 절대로 안 하죠! 사실을 말하자면 남편이 좀 무서워졌어요. 그이는 어떤 때는 매우 괴상하게 보이고, 시누이조차 야릇한 표정을 짓습니다. 이건 과학적인 가설처럼 내가 설정한 추측인데 – 그들이 그렇게 된 것은 벽지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밖에서 남편 모르게 지켜보다가 의심받지 않을 핑계를 슬쩍 대면서 불쑥 방에 들어서서 그이가 벽지를 유심히 보고 있는 걸 여러 번 발견했거든요. 시누이도 여러 번 들켰죠. 한번은 벽지에 손을 대고 있는 시누이를 보았어요. 시누이는 내가 방에 있는 것을 몰랐습니다. 내가 아주 조용한 – 최대로 자제를 해서 아주 조용한 – 목소리로 왜 벽지에 손을 대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도둑질을 하다 들킨 것 같이 몸을 홱 돌리며 몹시 화를 내면서 왜 사람을 그렇게 놀라게 하느냐고 하더군요. 시누이 말이 벽지에 스치는 것엔 모조리 색이 묻어난다는 거예요. 내 옷과 남편의 옷에 노란색이 묻었다고 하면서 좀더 조심하라고 말했어요! 그 말이 순수하게 들려요? 난 시누이가 무늬를 곰곰히 보고 있었다는 걸 알죠. 난 나 외엔 아무도 그 무늬의 비밀을 알아내지 못하게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생활이 전보다 훨씬 더 재미있습니다. 더욱 기대에 차서 고대하며 주시할 것이 생겼거든요. 난 정말로 식사를 더 잘하고 그전보다 더 조용해졌어요. 내 건강이 좋아진 걸 보고 그인 아주 기뻐하죠! 지난번엔 그이가 웃기까지 하면서 내가 벽지에 대한 공상을 하지만 건강은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어요. 난 웃으면서 그 말을 그냥 넘겨버렸죠. 바로 벽지 때문에 건강이 좋아졌단 말을 그에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 말을 하면 날 놀려댈 거예요. 아마 날 딴 곳으로 데려가겠죠. 비밀을 발견할 때까진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아요. 일주일이 남았는데 그 기간이면 충분하리라 생각해요.
난 훨씬 더 기분이 좋아졌어요! 밤에는 별로 자지 않아요. 벽지의 변화를 보는 것이 너무나도 재미있으니까요. 그렇지만 낮엔 많이 잡니다.낮에는 무늬가 지루한데다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늘 새로 곰팡이가 슬고 그 위엔 새로운 색조의 노란색이 덮어요. 세심하게 보느라 애를 쓰지만 그 수를 다 셀 수가 없어요. 벽지는 가장 기이한 노란색이에요. 내가 여태껏 본 노란색이란 색은 다 생각나게 해요. 그 노랑은 마니리아제비의 노랑같이 고운 것이 아니에요. 낡고 더럽고 나쁜 노란 물건들을 생각나게 해요. 그러나 벽지엔 또 다른 면이 있죠. 바로 냄새입니다. 그 방엔 들어서는 순간 그걸 알아냈어요. 그러나 통기가 아주 잘되고 햇볕이 잘 드니 그리 나쁘진 않았어요. 이제 일주일이나 안개 끼고 비가 오니 청문이 열렸건 닫혔건 간에 냄새가 방에 고여 있어요. 냄새는 집 안 전체에 배어 있습니다. 식당에 머물러 있다가 응접실로 살금살금 기어들어와 현관에 숨어 있고, 또 층계에서 날 기다리고 있는 걸 발견했어요. 내 머리칼에도 냄새가 스며들었죠. 마차를 타러 나가면서 고개를 홱 돌릴 때도 그 냄새가 나요! 매우 독특한 냄새예요! 그 냄새를 분석하려고 여러 시간 보냈죠. 그것이 어떤 냄새인지 발견하려고 말입니다. 처음엔 냄새가 그리 나쁘지 않았어요. 아주 은은한, 하지만 내가 맡은 냄새 주에서 가장 미묘하고 오래 가는 것이었죠. 이렇게 눅룩한 날씨엔 고약해요. 밤에 깨어나 보면 냄새가 내 위에 머물러 있어요. 처음엔 날 괴롭혔죠. 그래서 냄새를 없애려고 심각하게 이 집을 태워버릴 생각도 했죠. 그러나 이젠 익숙해졌어요. 내가 생각해 낸 것은 그 냄새가 벽지의 색깔과 같다는 것이죠! 싯누런 냄새에요. 이 벽 위엔 매우 웃기는 자국이 있습니다. 굽도리 가까이 저 밑에 있어요. 방 안에 빙 둘러쳐져 있는 줄이죠. 침대 뒤만 빼고 모든 가구뒤에도 줄이 나 있어요. 길고 곧으며 고르게 난 자국인데 여러 번 문지른 자국 같아요. 어떻게 해서 그런 자국이 생겼는지, 누가 그랫는지, 왜 그랬는지 궁금해요. 빙빙빙 돌아가며 – 방안을 주욱 돌아가며 – 쳐 있는 그 자국을 보면 어지러워요!
마침내 발견했어요. 그런 변화가 일어나는 밤에 아주 오랫동안 지켜본 결과 발견했어요. 겉무늬가 정말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그야 당연하죠! 뒤에 있는 여자가 그걸 흔들어대니까요! 간혹 여자가 겉무늬 뒤에 여러 명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때는 여자가 한 사람만 있는데도, 빨리 기어다니니까 무늬가 흔들리는 거죠. 하지만 매우 환한 지점에선 여자가 조용히 있고, 아주 어두운 지점에선 창살을 붙들고 세게 흔들어대요. 그러면서 쇠창살 사이로 기어나오려고 애를 써요. 하지만 아무도 그 무늴 뚫고 나올 수가 없죠. 무늬가 목을 조이거든요. 그래서 저토록 많은 모가지들이 늘어져있는 것이죠. 모가지가 무늬 사이로 나오면 무늬가 목을 조여 숨을 죽이니 거꾸로 매달리게 되고 눈의 흰자위만 번뜩거려요! 저 모가지들이 가려졌거나 아예 떨어져 나갔다면 저토록 흉흑하지는 않을 거예요. 저 여자가 낮에는 밖으로 나온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이유를 당신에게만 살짝 말하겠어요. 저 여잘 내가 봤거든요! 이 방의 어느 창에서건 저 여잘 볼 수 있어요! 똑같은 여자란 걸 알 수 있죠. 저 여잔 늘 기어다니니까요. 그런데 다른 여자들은 낮에 기어다니지 않지요. 나무 밑 저 긴 길에서 그 여자가 기어가는 걸 봐요. 마차가 올 때엔 딸기나무에 숨어요. 난 조금도 그 여잘 나무랄 생각이 없어요. 대낮에 기어다니다 눈에 띄면 얼마나 부끄러워요! 낮에 그녀가 기어다닐 때는 난 언제나 문을 잠그죠. 밤엔 그렇게 할 수 없어요. 그이가 곧 의심을 할 테니까요. 그이는 요사이 아주 희한하게 굴어서 그의 신경을 건드리고 싶지 않아요. 제발 그이가 딴 방을 썼으면! 더군다나, 나말고 딴 사람이 그 여잘 밤에 밖으로 나오게 하는 것이 싫어요. 난 한꺼번에 모든 창문에서 그 여자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해요. 그러나 내가 아무리 빨리 몸을 움직인다해도 한 번에 한 창문에서 밖에는 못 봐요. 또 내가 놓치지 않고 본다고 해도, 내 몸을 움직이는 것보다 그녀가 더 빨리 기어다닐 거예요! 가끔씩 그 여자가 탁 트인 시골길로 멀리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았어요. 마치 바람이 세게 불 때 구름의 그림자가 움직이듯 빨리 기어갔어요.
저 겉무늬를 속무늬에서 떼어낼 수만 있다면 오죽이나 좋겠어요! 꼭 그렇게 하겠어요. 또 희한한 걸 발견했죠. 그러나 이번엔 말을 하지 않겠어요! 사람을 너무 믿는 것도 탈이니까요. 이 벽지를 뜨어낼 날이 이틀밖에 남지 않았군요. 그런데 그이가 눈치를 챈 것 같아요. 그이의 눈빛이 싫어요. 그이가 시누이에게 나에 대해서 꼬치꼬치 의학적인 질문을 하는 것을 들었어요. 시누인 보고를 아주 잘하더군요. 내가 낮엔 잠을 아주 많이 잔다고 하더군요. 그이도 알고 있어요. 비록 내가 조용히 있긴 하지만 밤엔 잘 자지 않는 다는 걸 말입니다. 그는 나에게 별의별 질문을 다하고 끔찍이 사랑하고 다정한 척합니다. 내가 자기를 꿰뚫어보는 줄도 모르고! 그이가 이 벽지 아래서 석달이나 잤으니 그럴 법도 하죠. 난 유념하고 관찰하고 있어요. 남편과 시누이가 분명 벽지의 영향을 받았다고 느껴요.
만세! 오늘이 마지막 날입니다! 그러나 시간은 충분해요. 그이는 읍내에서 밤을 보낼 것이고 오늘 저녁때까지는 외출을 하지 않을 것이니까. 시누이는 – 약은 여자죠 – 나와 같이 자고 싶어했지만 내가 혼자 있으면 하루밤을 아주 잘 쉴 것이라고 말했어요. 그건 약은 수작이었죠. 사실은 나 혼자가 아니었으니까요! 달이 비치고 그 불쌍한 여자가 기어다니며 무늬를 흔들기 시작하자마자. 난 일어나 달려가 그 여자를 도왔어요. 내가 창살을 잡아당기면 그녀가 흔들고, 내가 흔들면 그녀는 당겼어요. 그래서 아침이 되기까지 우린 여러 폭의 벽지를 뜯어냈어요. 내 머리 높이까지의 벽지를 방 안의 절반 가량 뜯어냈어요. 해가 뜨고 그 흉측한 무늬가 나를 비웃기 시작하자, 나 그 일을 오늘로 끝낸다고 선언했죠! 우린 내일 떠나요. 사람들이 모든 가구를 아래층으로 내려다가 그전과 같이 배치하고 있어요. 시누이가 놀라 벽지를 쳐다보아요. 그러나 난 명랑하게 말했습니다. 그 사악한 것에 대한 앙갚음에서 그렇게 했다고요. 그녀는 웃으면서 자신이 뜯는 것은 괜찮지만, 나는 피곤해서 안 된다고 말했어요. 바로 시누이의 속셈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죠! 그러나 난 여기에 있어요. 아무도 나 외엔 이 벽지를 손댈 수 없어요. 딴 사람은 절대로 안 돼요!
누런벽지; 여성과 광기
1. 서론
이 순간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점들이 있다. 남편 John이 죽은(혹은 기절한) 이유와 매번 그를 넘어 외부와의 소통을 하는 주인공의 모습들이 그러하다. 이 두 개의 문제에 대해서는 아래에 기술할 본문에서 내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리겠지만 확실한 것은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는 점이다.
첫 번째 시선은 페미니즘, 특히 래디컬페미니즘으로 내용을 다룰 것이며, 두 번째는 탈식민주의로써 다룰 것이다. 결정한 두 시선은 어쩌면 동일한 주제라 할 수도 있다. 그만큼 페미니즘과 탈식민주의는 흡사한 면모와 양상을 보이기에, 1892년이라는 상당히 오래 전 작품인 The Yellow Paper에서 이 두 가지의 주제를 동시에 찾아낼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이후 페미니스트들이 자신의 이론을 확립하고 주장하기 위해 발견해내고 활용했던 작품인 만큼, 작가의 소설은 현 시대에도 비슷한 상황과 감정의 흐름을 발견할 수 있다. 독자, 특히 여성의 경우 혼란스러운 방식의 서술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흐름과 주인공의 심정을 파악해낸다. 과연 이 작품을 당시 시대적 배경에 맞는 시선으로 볼 것인가? 현대적 시선으로 바라보아도 괜찮은 것인가? 나는 이에 대한 것에서 현대의 시선으로 볼 것을 선택했으며, 이 작품이후 등장한 두 관점으로 작품을 분석할 것이다.
2. 본론
2-1. 여성상위, 가부장제 전복의 시선.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이름이 없다. 비슷한 시기에 써졌던 Kate Chopin의 작품에서 주인공을 지칭하는 이름, 또는 성이 존재하는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을 보인다. 작중 내내 주인공은 자신의 행동, 심정을 표현할 때에는 I라는 지시대명사를 사용하고, 관찰자적인 시점이나 자신이 처한 상황을 표현할 때에는 one이라는 단어를 주로 쓰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one이 사용될 때는 남성등장인물들이 자신을 평가하고 규정짓는 상황을 보여주며 “내가 뭘 할 수 있겠어요!”라는 반복된 어조로 무력하고 억압받는 자신을 표현한다. 이 점에서 발견할 수 있는 두 가지 요소는, 첫 번째는 그녀가 단순히 자신만의 이야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Collective one으로써 하나의 사례를 고발하는 것이고, 그 하나의 사례가 자신의 이야기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남편과 남자형제가 의사이자 사회적으로 이름 있는 사람임을 밝히며 가장 가까운 가족들마저도, 남성과 여성 간에 계급이 존재하는 한 남과 다를 것이 없음이 드러난다. 여기서 주인공은 You라는 표현을 쓰며 독자들로 하여금 그들의 행동을 고발하면서 앞서 서술했던 one이라는 표현을 쓰며 이러한 상황에 처했을 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여성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심어준다. 독자가 여성이라면, 이 대사를 보며 수긍하면서도 왜 그래야할까에 대한 고민이 생겨날 것이고, 남성이라면 왜? 라는 의문을 가지면서도 그 상황이 가지는 오류에 대해 생각할 것이다. 그들은 겪어보지 않았기에 공감할 수 없고, 공감할 수 없기에 생각을 거쳐야만 한다. 두 번째는 아직 그녀에게 자아와 자기 스스로의 결정능력이 남아 있다는 것이고, 남성에 의해 박탈당하고 있음을 고발하는 요소로써 존재하고 있다. 마치 타인의 이야기를 하듯 무미건조하게 자신을 one이라고 칭하고 있으며, 이것이 등장할 때에 주인공이 처한 상황이 수동적 포지션임을 볼 수 있다. 결국 그녀는 남성에 의해 자신의 자아와 자기결정권을 빼앗기게 되었고, 그 결과 자아를 잃어버린 여성이 남성의 소유물로써 대체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남성의 소유물로써 주인공에게 내려진 처방은 ‘글쓰기를 금지하는 것’이다. 둘만의 대화에서도 자신의 의견을 묵살당하고 결정권을 빼앗긴 주인공에게 창조와 자아분출의 욕구마저 앗아간다. 그 뒤에 이어지는 말로 ‘……until I am well again.’(24p)이라는 문장을 쓰며 과연 누구의 입장에서 well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여성으로 하여금 목소리와 글쓰기를 빼앗아 가는 것이 다시 건강해지기 위한 처방책인 것이다. 이 처방책은 남편에게서만 나온 것이 아니다. 혈육인 남자형제 역시 동일한 처방을 해주었고, 이 둘은 모두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은 ‘내과의사’이다. 동시에 그들은 주인공이 아프다(sick)는 것을 믿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내과의사’이자 남성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빼앗긴 주인공은 결국 그들의 처방에 따르게 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되는 모습을 보이지만 남성이자 내과의사인 그들은 가부장적 관습을 따르는 주인공을 향해 ‘나아지고 있다’는 평가를 내린다. 작품 초반의 well again은 정말로 그녀가 나아지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따르고 순응하길 바라던 것이다. 이 장면에서 Kate Chopin의 The Story of an Hour의 내용이 오버랩되었다. 남자의사에 의해 자신의 죽음마저 오역되어야 했던 Louise Mallard처럼, 주인공이 가진 정신적, 심리적 문제를 남성내과의들이 아프지 않다며 주인공의 고통을 자신들의 방식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인공이 자신의 자아를 획득하고 목소리를 내기위해선 용기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여성인 주인공을 저지하고 억압하는 남성존재를 무너뜨리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남편 John이 죽은 이유에 대한 첫 번째 추측은 주인공의 자아 획득을 위한 선행조건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반증하듯 작품의 끝에서, 많고 많은 경우의 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억압하던 존재인 남편의 등을 밟고 넘어서며, 그것도 매번 그 행위를 반복하며 자신이 갇혀있던 방(소유물로써의 존재)에서 바깥(사회)으로 스스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러한 사건의 기폭제가 된 것이 제목인 누런 벽지이다. 하지만 그 벽지를 마주하기도 전에 ‘어떠한 사건’을 맞이하게 될 것임을 암시한다. 23페이지에서 집에 대한 묘사와 자신들의 형편으론 이런 집을 구하기 힘들 것임을 말하면서 필시 이곳에 Something queer한 존재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러한 예상에 걸맞게 주인공은 점점 미쳐가며 끝에는 벽지 속에 존재하는 ‘이상한 존재(something queer)’들과 하나가 된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이상한 존재들과 하나가 되어 미쳐버리고 나서야,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고 자기결정권을 손에 넣었다는 점이다. 여기서 현대의 시선보다 당시 시대적 배경의 시선을 빌려와야한다. 이 글의 작가인 Charlotte Gilman을 비롯한 1세대 페미니스트들은 결혼 못한 노처녀, 열등감에 시달리는 존재, 자신들의 추함을 참정권을 통해 해소하고자 하는 여자정도로 치부되었다. 현대의 극단적 페미니스트들, 특히 한국에서 메갈이라고 불리는 페미니즘 열풍과 똑같은 모습을 보인다. 작품이 써진 1892년에도, 2017년인 현재에도 여성 스스로 자아를 주장하고 목소리를 내는 행위를 보며 남성들은 페미니스트들에게 괴이한 것, 추한 것, 괴물, 악녀, 창녀라는 라벨링을 하고 여성으로 하여금 남성들의 요구에 자신들을 끼워 맞추도록 사회적 코르셋을 강조하며 그것이 옳고 바른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국여성이 하는 페미니즘은 진정한 페미니즘이 아니라는 헛소리가 여기서 기인된다. 현대에서의 사회적 코르셋이 작품에서는 ‘치료’로 바뀐다. 주인공은 이 처방에 따라 가부장제에 대한 의문을 제거하고 오염된 생각을 ‘치료’ 해야 한다. 결국 그것을 거부하고 혼란을 느낀 주인공은 ‘남성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미친 사람이 된다. 괴이한 행동을 하며 벽지를 뜯고, 종국엔 사지 멀쩡한 남편을 기절하게까지 만든다. 통상적으로는 이 부분이 작가 자신의 치료 경험담을 쓴 것이지만, 상징적인 의미를 더하면 차별주의자 남성들이 보았을 때 자아를 추구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여성, 특히 페미니스트들은 Something queer한 존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주인공이 벽지를 뜯고 바닥을 기는 행동을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스스로 선택하고 글을 쓰는 것으로 치환해보자. 그 당시 남성들이 페미니스트들을 비난했던 것과 동일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여성인 주인공이 가진 문제는 내면적이고 정신적이다. 자신이 가진 의문을 해소하고 분노를 해결해야한다. 그러나 남성이 보고 이해하는 것은 육체이며 겉모습일 뿐이다. 달을 가리켰더니 손끝을 본다는 말처럼 남편으로 대변되는 차별주의자 남성들은 페미니스트들이 주장하는 것이 무엇이며, 그들이 가진 문제가 무엇인지를 이해하고자 노력하지 않는다. 42페이지에서 문을 가지고 서로 씨름하는 장면에서 갈등이 극에 달한다. 주인공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key)을 명확하게 알려주고 그것을 찾아오라 말한다. 허나 남성이 행동하는 것은 도끼로 문을 부수고자 시도하는 것(violence)이다. 문은 마음을 상징한다. 작중 내내 여성의 의견을 들어보지도, 선택권을 주지도 않고 강압적으로 행동하며 ‘내가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한 것이다’라고 합리화하는 남편에 대해 직접적으로 고발하는 부분이다. 처음에도, 그리고 마지막에도 남편은 아내의 마음을 들어보려 하지 않았고, 종국엔 닫힌 마음을 열기 위해 아내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폭력적인 방법을 시도한다.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한 남편이 울부짖자 주인공은 다시 한 번 방법을 알려준다. 아내의 말을 따르나 싶었던 남편은 겨우 열린 문에다 뭐가 문제냐며 욕설 섞인 불만을 토해낸다. 이러한 남편을 본 여성들, 주인공과 벽지 속에 갇혔던 one들은 더 이상 타협이 아닌 심판을 한다. 기절한 남편의 등을 밟고 넘어서며 ‘네가 막았어도 내 스스로 나왔어!’라며 남성의 위에 군림하는 주체적 존재로서의 여성이 된다.
2-2. 가스라이팅과 전통적 관습 탈피의 시선
2-2에서 다루는 시선은 지극히 현대적이다. 그럼에도 이것을 택한 것은 마치 이 두 개의 것들이 이 소설로 인해 발견되고 이론으로 정립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작품 내내 발견할 수 있었다. 가스라이팅은 「연극 가스등에서 시작된 것으로 상황을 조작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판단력을 흐려지게 해 상대방의 자아를 혼란스럽게 하고 자신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행위이다.」(출처 위키백과) 연극에서는 불빛의 밝기를 가지고 아내를 타박하는 장면이 나왔고, 비난적인 요소가 강하지만 The Yellow Wallpaper에서는 ‘아내를 향한 자신의 사랑과 헌신’을 강조하며 그 노력을 무시하고 몰라준다며 아내를 세뇌한다. 연극이 폭력, 혐오적 여성혐오라면 소설은 숭배적 여성혐오의 모습을 보여준다. 주인공은 소설 내내, 심지어 작품 후반에서는 명확하게 소통의 의사를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남편이 내뱉는 말은 ‘What is the matter?’일 뿐이다.
작품에서 많이 등장하는 표현은 당연 love이다. 남편은 나를 사랑한다, 보살펴준다 부터 남편의 입에서 나오는 사랑의 표현까지. 그럼에도 독자들은 이를 보며 이질감을 느끼게 된다. 남편의 행동을 보며 의문을 느끼지만 그 의문을 잠재우려 남편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주인공의 모습 때문이다. 남편의 사랑을 받기만 하고 그것을 의심하는 것은 그들의 관점에서 ‘악녀’다. 그들이 주장하는 ‘성녀’는 남편의 사랑과 마음에 신경 쓰지 않고 남편을 숭배하며 모시고 사랑하는 것이 여성의 역할이다. 그러나 주인공은 다르다. 일방적이나 남편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그것을 의심한다. 또한 남편의 결정과 처방을 ‘아마도, 아마도.’라며 몇 번이나 의구심을 가진다. 직설적이진 못하지만 자신이 가진 문제가 정신적임을 말하기 위해 남편이 내과의사이기 때문에 자신이 빨리 낫질 못할 것이라고 밝히기까지 한다. 이어서 주인공은 남편과 시누이의 감시와 처방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금지시켰던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다. 명백한 남성주의사회에 대한 저항이다. 그런 주인공을 남편은 little girl, darling 정도로 부르며 자신의 아래에 존재한다고 여긴다.
주인공이 철저하게 남성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이들이 요구하는 남성중심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여성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 여성에게 있어 이것이 행복이라 말할 수 있는가?에 대해 자신의 주장을 던진다. 그 요구를 수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남성들이 주장하는 ‘다시 나아질 거야.’가 아닌, 더더욱 미쳐가고 종국엔 환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여성을 보며 이것이 단순하게 한 여성만의 일이 맞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심어준다. 또한 여성의 각성과 동시에 전통적 관습에서의 여성적 행동과 남성적 행동이 뒤바뀐다. 황당한 상황을 보며 ‘남자씩이나 되어서는 기절이나 해버리는’ 남편과 ‘괴이한 행동과 거침없이 자신의 주장을 펼쳐내는’ 주인공. 기절을 여성의 미덕이라 치부했던 서양 가부장제를 비꼬며 전통적 고정관념을 무너뜨린다. 서구관념의 토대라 할 수 있는 성경에서 그렇게나 비난하는 여성상위(여성우월)가 등장하며 의도적으로 남성의 위에 올라서는 모습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매번 남편이 그랬던 것처럼 주인공 또한 매번 남편을 넘어 자아를 갈망한다.
3. 결론
작품을 통해 작가가 고발하는 것은 소통의 부재이다. 남편이 단 한번이라도 주인공과 소통을 하였더라면, 주인공의 의견을 존중했다면 결말은 달라졌을 것이다. 작가 자신의 자전적인 내용을 토대로 쓴 것인 만큼, 그들은 다른 존재였고 결코 타협할 수 없었다. 남편의 선택은 주인공으로 하여금 2-2의 문제를 겪게 하였고 결국 주인공이 2-1의 행동을 통해 자아를 찾는 행동을 초래하였다. 이때까지 한 것 중, 주인공이 자기 자신의 의지에 의해 스스로 이루어 낸 것이 얼마나 되는가? 벽지를 뜯는 행위와 숨어서라도 글을 쓰는 것, 겨우 그것뿐이다. 그리고 그 두 가지가 주인공으로 하여금 자아를 쟁취하고 자유를 얻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목소리를 잃지 말 것(글쓰기)과 남들이 보았을 때 괴이하다 비난받는 행동(벽지를 뜯는 행위)을 두려워하지 말 것을 주장한다.
#누런벽지
샬롯 길먼의 ‘누런 벽지’
Charlotte Perkins Gilman(1860-1935), The Yellow Wallpaper 1892
고색창연한 건물의 방을 여름에 얻는다는 것, 그게 어디 우리 같은 보통사람에게 쉬운 일인가요?
무슨 전통이 배어있는 그런 분위기에 집 생김새도 위압적인데, 내 생각에는 유령이 나오는 집이 틀림없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렇게 오래 비어있었고, 또 이렇게 싼 값에 나올 수 있죠?
내 남편 존John은 의사입니다. 아마 그래서 내 회복이 더딘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 얘기를 누구한테도 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끼적거리다 버리는 종이에나 쓸 수 있을 뿐입니다.
남편은 내가 아프다는 것을 믿지 않습니다.
그렇게 명망 높은 사람이, 더구나 남편이라는 바로 그 사람이,
“이 사람은 약간의 히스테리 경향이 있을 뿐, 일시적인 우울증입니다.”
이렇게까지 확실하게 잘라 말하는데, 내 뭐 어쩔 수 있겠습니까.
오빠 역시 명망 높은 의사인데, 그도 마찬가지로 얘기합니다.
난 회복될 때까지 어떤 ‘일’도 하면 안 된답니다.
내 생각으론 뭔가 기분 좋은 일을 하면서 약간 흥분도 해가며 변화를 겪는 것이 좋을 텐데도 말입니다.
때때로 난, 지금 이 상태에서도, 사회적 접촉 유지하며 약간의 자극도 느끼는 그런 것을 바라지만,
남편 생각으로는 그런 것이야말로 최악의 선택이랍니다.
고백하건데, 그것이 나를 참 화나게 만듭니다.
어쨌든, 어쩔 수 없는 이 상황. 난 여기에 머무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여긴 참 아름다운 곳입니다.
마을에서도 5킬로미터나 떨어져 있고, 길에서도 안쪽으로 들어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집엔 뭔가가 이상합니다. 틀림없이, 꼭, 유령이 나올 것 같습니다.
달 밝은 어느 밤, 남편에게 내 그 얘길 했더니, 바람 때문이라며 창문을 닫더군요.
난 때때로, 남편에게 화를 냅니다. 내 자신도 이해 못할 정도로요. 지금의 내 신경상태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내 스스로를 다스리려 애쓰는데, 그러다보면 그와 함께 있는 게 너무 피곤해지곤 합니다.
난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방이 조금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원래 나는 베란다에 장미도 아름다운 아래층을 원했는데 남편이 반대했죠.
그 방엔 창문이 하나뿐이고 침대도 하나밖에 안 들어가고, 또 자기가 따로 쓸 옆방이 없다나 뭐 그런 이유로요.
남편은 매우 자상하고 주의 깊습니다.
거의 시간 단위로 처방을 내려주는데, 그런 정성을 무시한다면 그건 정말 몰염치한 거겠죠?
그의 말에 의하면, 전적으로 날 위해서 여기 온 것이랍니다. 신선한 공기 흠뻑 취하라고 맨 위층 방을 얻었다 하고요.
이 방은 공기도 시원하고 빛도 잘 들고, 창으로 사방을 볼 수 있고, 층 전체를 다 차지할 정도로 큽니다.
원래는 보육원이었는데 아이들 놀이방이 되었다가 우리가 들어온 것이라는데, 애들을 보호하려 그랬는지 창살도 튼튼합니다.
벽지 꼴로 보건대 사내아이들이 있었던지, 침대 머리맡에는 아이들 높이까지 큰 덩어리가 떨어져나갔고,
내 평생 이렇게 흉한 곳은 처음입니다.
이 화려하도록 불규칙한 무늬들, 그 모양들을 쫓아가다보면 눈이 어지럽습니다. 글쎄 예술적이라고나 해야 할까요?
쭉 나가던 곡선이 화가 난 듯 각도를 휙 트는가 하면, 이상하게 뒤틀리면서 스스로를 파괴하곤 합니다. 말하자면 線들이 자살하는 것이죠.
또 색깔은 어떻고요. 연기에 거슬린 듯 지저분하게 누런 것이 햇빛 각도에 따라 스멀스멀 움직여나가는 것 같아, 역겹기 그지없고,
아직 오렌지색으로 남아 있는 곳에서는 유황 느낌까지 납니다.
아이들이 이곳을 얼마나 싫어했을까요.
남편이 옵니다. 이 글을 치워야합니다.
그는 내가 글을 쓰는 것을 참 싫어합니다.
난 이 고약한 방 창가에 앉아 글을 쓰곤 합니다.
내 기운이 떨어져 못 쓰는 경우를 제외하곤, 내 글쓰기를 방해할 그 무엇도 없습니다.
그는 하루 종일 나가있습니다.
때로 중한 환자가 있을 경우엔 밤에도 못 들어옵니다.
난 내가 심각한 경우가 아니라는 게 기쁩니다.
그래도 내 증세가 걱정되긴 합니다.
남편은, 이 사람은, 내가 얼마나 고통스러워하는지 모릅니다.
그럴 이유가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고, 그래서 그는 마음을 놓고 있습니다.
“그저 신경성뿐인데 뭘, 그 때문에 내 할 일을 못하는 것도 아니잖아.”
나도 그렇게 생각하려고, 그를 편하게 해주려고, 무던히도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여기에서 이렇게 짐이 되어 있다니…..
옷을 입고, 이야기를 나누고, 뭐 그런 것도 내겐 얼마나 힘든지 아무도 모릅니다.
메리Mary가 애기를 잘 봐줘 다행입니다.
얼마나 귀여운 아기인데요. 그런데 난 내 신경성 질환 때문에 애기와 같이 있을 수 없습니다.
남편은 평생 불안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내가 이 벽지에 대해 불평할 때도 그냥 웃어넘겼지요.
처음에는 벽지를 새로 해주겠다고 했다가, 그런데다 신경을 쓰는 것이 내 건강에 해로우니 그냥 놔두자며,
벽지를 바꾸고 나면, 다음은 침대, 다음은 창틀, 그 다음은 계단 손잡이, 뭐 이런 식으로 계속나갈 것 아니냐고 하면서요.
지금 이대로도 내가 좋아지고 있는데, 겨우 석 달 세 들어 있는 이 집에 공사를 벌이고 싶지 않다면서요.
그러면, 우리 이제 그 예쁜 방들이 있는 아래층으로 옮기자고 하니까,
그가 날 꼭 껴안아주며, 원한다면 지하실로도 갈 수 있다 하더니,
여기 침대랑 벽지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인 모양입니다.
물론 난 내 변덕스러운 기분으로 남편을 불안하게 하는 그런 어리석은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사실 이 흉측한 벽지만 빼고 보면, 여기는 방도 넓고 정원의 꽃과 나무도 내려다보이고,
그리고 또 내가 이제 이 방에 익숙해져가고 있지 않은가요?
또, 난, 저기 내려다보이는 만灣, 이 집에 속한 선착장, 여기서 그리로 가는 그늘 드리운 길, 난 그 모습들을 좋아합니다.
내가 머릿속으로 그 길을 걸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그려보는데, 남편이 또 주의를 줍니다.
글쓰기 좋아하는 내가 상상을 하기 시작하면, 쉬 흥분되고, 그러면 내 신경쇠약이 도질 수 있다고요.
그래서 난 내 스스로도 그렇게 되지 않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난 벽지를 보고 있습니다.
목이 부러진 것처럼 선이 푹 꺾인 곳도 있고, 둥그런 눈이 거꾸로 매달려서 날 노려보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그런 모양들이 있는 지점에 내 눈이 자꾸 되돌아오고, 그들이 건방지게 떡 버티고 있는 그곳을 보면 화가 납니다.
선들이 위아래로 또 옆으로 기어 다니며 눈을 부릅뜨고 있는데, 이런 다양한 표정을 보다보면 재미있기도 하지만 겁이 나기도 합니다.
예전에 내가 있던 사무실, 거기서 내 친구는 의자였습니다.
무엇인가 나를 노려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난 그 의자에 폴짝 뛰어 앉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여기는 바닥도 찢기고 뚫리고 터지고, 침대도 마치 전쟁을 겪은 것 같습니다.
뭐, 좋아요. 그래도 다 좋아요. 내가 싫은 것은 오직 저 벽지뿐입니다.
제니Jennie가 옵니다. 이제 이 글을 감춰야합니다.
이 시누이도 굳게 믿고 있습니다. 내가 바로 이렇게 글을 쓰기 때문에 아픈 것이라고요.
그래서 난 그녀가 창문 멀리로 내려다보일 때 그때만 글을 쓰곤 합니다.
빛이 어떤 특정 방향으로 들어올 때, 그때 비로소 보이는 무늬들도 있습니다.
몰래 기어들 듯 사람의 마음 거슬리는 그런 무늬들이죠.
이제 시누이가 계단을 올라옵니다.
독립기념일 연휴 한주일 동안, 어머니와 넬리Nellie 또 아이들이 이곳에 와 북적거렸는데, 이젠 그들도 다 돌아갔습니다.
물론 난 꼼짝도 못했고, 일처리는 다 제니 몫이었지만, 그래도 내 피곤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남편은, 내 회복이 너무 더디면, 날 미첼Weir Mitchell에게 보내겠다고 합니다.
(작가 길먼은 당시에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미첼은 이런 치료법을 주장하던 유명 의사의 실제 이름입니다.)
난 절대 그곳으로 가고 싶지 않습니다.
그곳에 내 친구 한명이 있는데, 그는 내 남편이나 내 오빠보다도 훨씬 더한 인간이라고 합니다.
난 점점 더 신경질적이고 도발적이 되어갑니다.
아무 것도 아닌 일에 울곤 합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이렇게 울며 지냅니다.
물론 남편이나 누가 있을 때는 그렇지 않은 척 하고, 나 혼자 있을 때만 말입니다.
난 요즘 대부분 혼자 있습니다. 남편은 계속 바쁘고, 제니는 내가 원하면 날 그냥 내버려둡니다.
그래서 난 정원을 또 그 예쁜 길을 조금 걷다, 또 아래층 장미꽃 옆에 앉아 있다, 방으로 돌아와 눕곤 합니다.
벽지에도 불구하고, 아니 어쩌면 벽지 때문에, 난 이 방이 좋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렇습니다.
난 벽지 무늬들을 방구석 밑 부분으로부터 하나하나 훑어 올라가며 분석해나갑니다.
물론 무슨 규칙 그런 것이 있을 리가 없는무늬들을 말입니다.
대각선 방향으로 달리다 해초처럼 구불구불거리고,
폭이 넓어지며 피어나다 환상적으로 폭발해 어정쩡한 기둥 모양을 만들고,
또 저녁 무렵에 빛이 낮은 각도로 들어오면, 구석 한곳으로부터 사방으로 방사선 모양으로 뻗어나가고…..
그렇게 살피다보면 난 지쳐서 잠이 들게 됩니다.
그런데, 참, 지금 내가 이런 걸 왜 쓰고 있죠?
남편이 보면 참 모를 일이라고 할 테지만, 난 내가 생각하는 것을 써야 합니다. 그래야 마음이 놓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쓰는 일도 내게는 힘에 부친다는 것이죠.
남편은 내가 기력을 되찾아야 한다며, 온갖 맛있는 음식이랑 귀한 약들을 마련해옵니다.
그런데, 이제, 내게는 차분히 생각하는 것 그것조차 힘겹습니다.
남편은 나를 안아 위층으로 데려와 침대에 눕히고, 지칠 때까지 책을 읽어줍니다.
내가 자기의 사랑이요 자신의 모든 것이라고 하면서, 제발 몸을 잘 챙기라고 합니다.
나 자신 외에는 그 누구도 날 돌볼 수는 없는 일이라며, 절대 상상 같은 것은 하지 말랍니다.
다행인 것이 있다면, 내 아기가 잘 크고 있고 그 아이가 여기서 이 끔찍한 벽지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이 벽지엔 나 말고는 그 누구도 모르는 것이 있습니다.
겉 패턴 뒤에 형상들이 숨어있데, 날이 갈수록 점점 더 뚜렷해집니다.
구부정한 자세의 여인들이, 수많은 여인들이, 저 뒤에서 기어 다니고 있는데 난 그들이 싫습니다. 정말 싫습니다.
하루 빨리 어서 남편이 날 여기서 빼어 내줬으면!
난 때때로 달빛도 싫습니다. 이 창문으로 또 저 창문으로 살금살금 기어 들어오는 달빛이.
어젯밤에도 그랬습니다. 곤히 잠든 남편을 깨우기 싫어, 달빛이 울퉁불퉁한 벽지를 비치는 것을 홀로 보고 있는데,
그런데, 그 뒤에 있던 희미한 형상들이 벽 무늬를 흔드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래서 확인하러 일어나 벽지를 만져보고 돌아오는데, 남편이 깨어나,
“What is it, little girl?”
하며 걱정해주는 것 아니겠어요? 그렇게 돌아다니단 감기에 걸린다고요.
그래, 난 옳다 이때가 기회로구나 하고, 제발 날 여기에서 빼어내 달라 했더니,
“Why darling!”
하면서, 아직 여기 계약이 3주나 남았고, 집은 아직 수리 중이고…..
“당신이 위험하다면 모르겠지만, 또 더구나 내가 의사로서 판단하기에,
당신 혈색도 돌아오고, 몸도 불어나고, 이렇게 좋아지고 있는데∙∙∙∙∙∙∙”
아 글쎄, 이러는 것 아니겠어요?
그래, 난,
“그건 당신이 몰라서 하는 얘기고, 난 사실 당신이 없을 때는 거의 먹지도 않아.”
하고 실토했더니, 아, 글쎄,
“Bless her little heart!
내일 낮을 생각해서라도 지금 자두는 것이 좋아.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그러면서, 그냥 다시 잠에 빠지는 것 아니겠어요?
난 곰곰이 생각을 계속했습니다. 벽 무늬 앞의 패턴과 뒤의 패턴이 동시에 움직였는지, 아니면 따로따로 움직였는지.
참, 나 말고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점이 또 하나 있는데, 그것은, 이 패턴이 빛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참, 또 하나 있네요. 내가 오랫동안, 아침, 낮, 저녁, 또 밤에까지 관찰해 알아낸 사실인데,
앞의 무늬는 철창이고, 뒤의 무늬는 여인들입니다.
남편은 내게 잠보다 중요한 것이 없다며, 이제는 식사 후에는 꼭 나를 누워있게 합니다.
난 그때마다 잠든 척하지만, 물론 잠이 드는 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난 내가 깨어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습니다.
이것도 사실 기만 아닌가요?
그러다보니, 남편이 서서히 무서워지기 시작합니다.
남편은 날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기 시작하고, 이젠 제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내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 일종의 과학적 가설이라고나 할까?
움직이는 것은 패턴이 아니라 벽지 그 자체입니다!
그리고 또, 이건 내가 확인한 사실인데,
남편도, 내가 자기를 보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이 벽지를 뚫어지게 쳐다보곤 합니다. 그것도 몇 번씩이나.
어느 날 보니 제니도 마찬가지로 벽지를 보고 있었습니다.
곁에 내가 서있는 것을 보자, 마치 몰래 무슨 일하다 들킨 사람 모양으로,
그녀가 화를 내며 말하더군요.
벽지가 하도 낡아 아무데나 묻는다고,
그 노랑이 내 옷에 묻곤 하니까, 신경 좀 써달라고요.
비록 그녀가 이렇게 말을 딴 데로 돌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난 압니다.
그녀도 패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는 것을.
난 결심했습니다.
내가 이 벽지의 비밀을 제일 먼저 알아내리라.
목표의식이 생기면 누구나 다른 사람이 되게 마련이죠.
난 이제 식사도 잘하고, 말도 좀 더 아낍니다.
남편이 활짝 웃는 낯으로 말합니다.
벽지에도 ‘불구하고’ 내가 활짝 피고 있다고요.
난 벽지‘때문’이라고 그의 말을 고쳐주려다 참습니다.
그러면, 어쩌면, 날 이상하게 생각해, 다른 데로 데려갈지도 모르는 일 아니겠어요?
벽지의 비밀을 알아내는 데에는, 이제 한 주일 정도의 시간밖에 남지 않았지만, 그래도 난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입니다.
밤에는 벽지를 살펴보느라 눈 제대로 못 붙여, 낮에는 피곤하고 혼란한 상태에서 잠이 들곤 합니다.
곰팡이는 계속 새로 생겨나고, 그 위로 노란 색조가 번져나가곤 합니다.
버터조각처럼 예쁘게 자라는 것이 아니라 고약하게 부패한 누렁덩이로 말이죠.
어휴, 그 냄새!
맑은 날이 계속될 때는 그래도 좀 참을 만 한데, 궂은 날만 계속되다보니 집안이 고약한 냄새로 가득합니다.
식당, 거실, 홀에는 말할 것도 없고, 계단에 또 심지어 내 머리에까지.
밤에 자다 일어나 보면 그 냄새가 내 몸을 칭칭 감고 있습니다.
이 집에 불을 지르면 이 냄새도 없어지지 않을까?
그런데,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서 알게 된 사실,
냄새에도 색깔이 있습니다.
노란 냄새, A yellow smell!
끈질긴 관찰 끝에 내 드디어 알아냈습니다. 앞에 있는 패턴이 움직이는 것입니다.
당연하죠. 그 뒤에 있는 여자가 이걸 흔들어대고 있는 것이니까요!
어떤 때는 혼자서, 어떤 때는 떼로 기어 다니며 흔들어댑니다.
밝을 때는 가만히 있다, 어두워지면 기어오르려 애씁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패턴을 통해 기어오를 수는 없습니다.
그 패턴이 그들을 조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머리가 많습니다.
그들이 올라오면, 패턴이 그들을 조이고, 거꾸로 매달리게 해, 눈이 하얗게 뒤집히는 것입니다!
난 압니다. 이 여자가 낮에 기어 다니는 그 여자라는 것을요.
대부분의 여자는 말이죠, 낮에 기어 다니는 그런 짓을 않거든요.
난, 이 여자가 나무 밑으로 기어 다니는 것을 보고도 모른 체 했습니다.
대낮에 기어 다니는 모습을 들켰단ㄴ 것을 너무 부끄러워할 것 같아서요.
난 낮에 기어 다닐 때는 방문을 걸어 잠그는데, 밤에는 그럴 수 없습니다. 남편이 눈치 챌 것이기에.
남편은 이제 아주 이상해졌습니다. 난 그를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난, 때로, 이 여인이 밖으로 나가, 흘러가는 구름 그림자처럼 빠르게 기어가는 것도 봅니다.
이들을 한꺼번에 풀어줄 방법은 없을까?
있습니다. 내개 생각이 있습니다.
하지만 난 내 비밀을 쉽게 털어놓지 않습니다.
이제 남은 날은 단 이틀, 남편이 눈치를 챈 모양입니다.
나를 보는 그의 눈빛이 좋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남편이 제니에게 묻습니다.
밤새 내 숨소리가 워낙 고르니 잠자는 것이 아니라 의심되는 모양입니다.
내가 낮잠을 많이 잔다는 제니의 대답에 남편이 또 뭐 이것 저것 묻습니다.
마치 날 끔찍이도 사랑하는 양 말입니다.
내가 그 속을 들여다볼 수만 있다면!
만세! 드디어 마지막 날입니다.
거기다, 남편은 일이 있어서, 오늘 밤엔 돌아오지 못한다고 하니, 이제 시간은 충분합니다.
제니가 내 방에서 같이 자겠답니다.
교활한 것 같으니! 난 혼자 자는 것이 편하다고 그녀를 물리칩니다.
드디어, 달이 뜨자, 그 여인이 기어 다니며 패턴을 흔들기 시작하고, 난 달려가 그녀를 도와줍니다.
그 여자는 흔들고 난 당기고 그렇게, 우리는 새벽이 오기 전에, 엄청난 양의 벽지를 뜯어냅니다.
방을 빙빙 돌아가며, 내 손이 닿는 높이까지 다 뜯어냅니다.
해가 뜨자, 그 끔찍했던 패턴들이 날 보고 웃기 시작합니다.
“좋았어. 오늘이 다 가기 전에 마치고야 말 거야!”
제니가 놀란 얼굴로 벽을 쳐다보기에, 이걸 내가 다 해냈다고 밝은 목소리로 말했더니,
그녀가 웃으면서, 피곤 할 텐데, 자기가 할 걸 그랬다고 그러더군요. 그 속마음을 내가 모를까요?
그녀가 나를 밖으로 끌어내려 하기에, 난, 이제 여기가 텅 비었고 또 조용하니 여기서 자겠다고, 저녁이 되어도 날 깨우지 말라고 합니다.
아무도 아무 것도 없는 방, 이제 여기에 남은 것은 천으로 된 매트리스 하나만 덜렁 놓인 침대뿐입니다.
이제 난 이 방이 좋습니다. 이제 맨 벽이 되었으니까요.
난 이제 밖으로 나가지 않을 작정입니다. 방문을 안에서 걸어 잠그고, 열쇠를 앞 길 쪽으로 던져버립니다.
남편이 올 때까지는 누구도 들이고 싶지 않습니다. 그를 놀라게 하고 싶습니다.
침대를 옮기면서 작업을 하려했는데, 이 침대 밑에 못이 박혀 고정돼있습니다.
할 수 없이 손이 닿는 데까지 만이라도 뜯어내려는데, 참 지독히도 떼기 힘듭니다.
패턴도 그런 사실을 즐기고 있습니다!
휑한 눈들이, 목이 조여진 머리들이, 또 어기적거리는 곰팡이들이, 조롱하듯 소리 지르고 있습니다.
난 화가 나 창문 밖으로 뛰어내릴 생각도 해봤지만, 단단히 박힌 철창 때문에 포기했습니다.
더구나, 창밖에는 그 여인들이 득시글거리고 있잖아요?
그 여인들도 모두 나처럼 벽지를 뜯고 나왔을까요?
난 이제 걱정을 않습니다.
로프로 내 몸을 이렇게 단단히 묶어놨으니, 밖에서 제아무리 날 끌어내려 해도 난 절대로 떨어지지 않죠!
어쨌든 난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아요. 제니가 불러내려 해도 말이에요.
이렇게 넓은 방에서 마음껏 기어 다닐 수 있으니 좋기는 좋습니다.
밖에 나가면 바닥을 기어야하는데, 거기는 노랑이 아니고 다 초록색이잖아요,
더구나 여기서는 아무리 어깨를 부딪치며 기어 다녀도 길을 잃을 염려가 없고요.
저런! 남편이 왔습니다!
“여보!”
아무리 그래도 소용없어요. 그 문은 절대 열리지 않아요!
저런, 저런! 저렇게까지 소리를 지르며 문을 두들겨대다니!
그가 도끼를 찾네요. 이렇게 아름다운 문을 부순다는 건 사실 수치 아닌가요? 하지만 할 수 없으니 그러겠죠?
내, 알려줄 밖에.
“여보, 열쇠는 저 앞 파초 밑에 있어요.”
남편이 열쇠가 아니라, 문을 열어달라고 사정합니다.
하지만 난 그럴 수 없습니다. 이미 열쇠 있는 곳까지 알려주었잖아요.
몇 번, 같은 상황이 반복된 후, 남편이 결국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이게 무슨 일이지? 맙소사, 당신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야!”
난 계속 기어 다니며, 어깨위로 고개를 들어, 남편을 쳐다보며 외칩니다.
“난 나왔어! 드디어! 당신과 제니가 막았어도 말이야!
내 이제 벽지를 다 뜯어냈으니, 날 다시 그 안으로 들여보낼 수는 없을 거야!”
그런데 이 사람, 기절할 건 또 뭐람!
남편은 내가 기어가는 코스를 막고 쓰러졌고, 그래서 난 매번 그를 넘어서 기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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